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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먹이곤충

밀웜 사육 방법 (밀기울, 엿기름, 채소, 환기!)

by 라소리Rassori 2020.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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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절지류 사육자를 위한 것입니다. 부디 밀웜 사육이 미치도록 궁금한 분들만 보세요. 엄청난 수의 애벌레(밀웜)가 등장하니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부디, 제발, 건너 뛰어 주세요. 


오늘은 저번에 소개해드린 넓적배사마귀 효미와 함께 주문했던 중간 사이즈 밀웜에 관한 이야기예요. 

이번 밀웜은 불행히도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어요. 뚜껑을 열어보는 순간 이상한 게 바로 느껴졌어요. 어쩐 일인지 밀웜들이 색이 거무튀튀한데다 폐사한 밀웜과 죽어가는 중인 밀웜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택배로 오는 동안 환기가 안 돼서 그렇게 된 건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어요. 


아래 사진의 중간에서 살짝 위쪽을 보면 엄청 큰 밀웜 한 마리가 있죠? 쟤는 제가 기존에 키우던 밀웜이에요. 제가 현재 극소 밀웜은 많은데 큰 건 요거 한 마리밖에 안 남아서 이번에 중간 크기 밀웜을 주문하게 된 거예요.

제 기준에서의 밀웜은 원래 이렇게 저의 기존 밀웜처럼 주황빛이 나면서 건강한 모습이어야 하는데 다들 색깔과 움직임이 많이 안 좋은 상태였어요. (저 커다란 저의 기존 밀웜은 다음 절지 포스팅인 지네 얘기에도 나옵니다.) 



상태가 안 좋은 새로 온 밀웜들은 얘들이 원래 들어 있던 밀기울에서 핀셋으로 하나하나 꺼내서 다른 통에 넣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다 꺼내 옮긴 뒤의 사진)

얘들이 들어있던 밀기울은 축축한 상태여서 다 버렸습니다. 밀웜들은 환기가 안 된 상태에서 습도가 높으면 하나씩 죽기 시작해요. 어쩌면 밀기울이 배송 중에 축축해진 것이 밀웜들이 이렇게 된 원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밖은 추운데 스티로폼 안쪽엔 뜨거운 핫팩이 있었으니 습기가 찰 수도 있었겠어요.

다 옮긴 뒤에는 제가 냉장고에 보관 중이었던 밀기울과 엿기름을 부어주었어요.


아래는 붓고 있는 과정인데 왼쪽이 엿기름이고 오른쪽이 밀기울이에요. 둘 다 밀웜이 잘 먹는 거예요. 귀뚜라미도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랍니다. (곡식 가루가 밀웜에 묻어서 하얗게 되는 건 상관없습니다.)


밀기울 또는 엿기름은 밀웜들이 전부 덮일 정도로 넉넉히 부어줘야 해요. 뚜껑은 열어두어서 환기가 잘 되도록 해야 하구요. 아래 사진의 용기 정도의 깊이만 되어도 못 나오니 탈출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돼요.


밀웜들이 거의 다 숨었어요. 제가 키우던 큰 녀석은 곧 번데기가 되려는지 그냥 밖에 있네요. (위 사진 오른쪽 아래)

새로 온 밀웜들은 당분간 피딩에 사용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건강한 색으로 돌아올 때까지 지켜봐야겠어요. 


밀웜 사육 정리할게요. 육식성 절지동물에게 피딩할 밀웜의 경우입니다.

밀웜 사육은 세상에서 가장 쉬워요. 일단 가장 중요한 건 밀기울이나 엿기름이에요. 둘 다 써도 되고 둘 중 하나만 써도 돼요.

밀기울은 구글이나 옥션에서 "밀웜나라 밀기울"로 검색해서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어요. 엿기름은 동네 방앗간에 가면 웬만하면 있을 거예요. 의외로 집에 있는 경우도 많으니 주방을 주로 맡고 있는 가족에게 확인해 보세요.

밀기울이나 엿기름을 밀웜 통에 충분히 부어둔 상태에서 그냥 가만히 두고 이틀에 한 번 정도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조금씩 얹어주기만 하면 더 신경 쓸 건 없어요.

줄 때는 밀웜의 상태를 봐가며 주세요. 몸이 너무 채소나 과일로 가득차면 색이 좀 이상해질 거예요. 그러면 피딩 때 물기가 너무 많이 터져나와서 안 좋더라구요. 육식성 절지류들이 그렇게 채소를 간접적으로 많이 먹는 것도 안 좋을 것 같아서 저는 채소의 양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번데기가 되고 성충인 갈색거저리가 되어도 저렇게 똑같이 키우면 돼요. 성충은 날개도 있으면서 저 정도 높이의 통에서도 나오지 않는답니다. (제 경우엔 나오는 놈을 본 적이 없는데 별난 놈이라면 나올 수도 있으니 지켜는 보세요.)

또한 너무 많은 밀웜을 한 통에 모아두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수가 많다면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살 수 있도록 큰 통으로 옮기거나 두 군데로 나누어 키우길 권합니다. 저는 이렇게 해서 폐사율 거의 제로로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죽었던 건 처음 왔을 때부터 상태가 안 좋았던 밀웜들 뿐이에요.


아래는 일주일 후의 사진입니다. 밀기울로 푹 덮어뒀더니 애들이 안 보여서 뒤적뒤적 해보았어요.

수많은 탈피 껍질이 있고, 갓 탈피한 하얀 녀석도 있네요. 보니까 애들이 색이 많이 괜찮아졌어요. 그래도 아직 누군가에게 먹일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한 일주일 더 잘 먹인 뒤에 사용하든지 해야겠습니다.


원래 제가 키우던 그 큰 녀석은 이때 보니까 아직 번데기가 안 되어 있길래 그냥 도축(?) 했습니다. 저의 지네인 실이가 밥을 먹는 날이었거든요.

오늘 실이가 그 밀웜을 먹는 얘기까지 이어서 하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다음에 계속하도록 할게요. 다음 포스팅도 단단히 각오하세요. 싹둑싹둑 자른 밀웜이 나옵니다.

방문자님들: "위에 그 커다란 밀웜 걔를 잘랐다구요?"
라소리: "네넵!🎀 번데기가 되었더라면 잘라서 귀뚜라미에게 줬을 텐데 번데기가 되지 않아서 실이와 귀뚜라미가 반반씩 나누어 먹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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