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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Places

안동 민속촌 후기

by 라소리Rassori 2019.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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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글에 이은 안동 여행 얘기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맛있게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나니 각자 집에 돌아갈 일만 남았습니다. 수다도 마음껏 떨어서 조금 지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냥 그대로 헤어지려니 어머니께서 섭섭해하셔서 물포럼 센터 근처에 있는 안동민속촌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장소 선택은 어머니가 하셨습니다. 2017년 10월에 간 적이 있는 곳인데 그때는 문을 닫아서 돌아서야 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올해도 6월에 닫은 기간이 있었다고 하니 여기도 미리 전화를 해보고 가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들어서자마자 장터 같은 것이 보입니다. 이렇게 야외 판매대가 늘어서 있는 것을 구경하는 걸 무척 좋아해서 보자마자 기분이 들떠 올랐습니다. 날씨가 좋아서일까요, 평일이었는데도 어딜 가든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넓은 주차장이 금세 꽉 들어차더군요. 데이트 코스로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연인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보통은 사람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데 이날은 활기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코뚜레 워낭주물종입니다. 25,000원이네요. 소리가 무척 예뻤습니다. 안동은 관광지여서인지 배낭을 멘 외국인들도 종종 보이던데 영어로도 물건 이름이 표기되어 있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부엉이 통가죽 동전지갑입니다. 다양한 디자인들의 부엉이들이 귀여웠습니다. 동전지갑으로 쓰기엔 불편해 보이지만 장식용으로는 괜찮을 듯합니다.


흑단나무 코끼리입니다.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만지작거리면 돈이 들어온다고 하네요. (흠...)


이번엔 제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은 움직이는 말입니다. 보자마자 제가 아주아주 어렸을 때 이 비슷한 것을 갖고 놀았던 기억이 스쳐가서 덥석 하나를 사버렸습니다. 아쉽게도 보석이 떨어져 있는 게 많아서 고르는데 좀 오래 걸렸습니다. 저 연두색 풍선 부분을 잡고 꾹꾹 누르면 말이 펄떡펄떡 거리는게 웃깁니다. 실제로 보면 화사한 싸구려 느낌이 나면서 은근히 예쁘답니다. 제가 들떠서 고르니까 어머니도 손녀(저의 조카)에게 주겠다고 하나를 고르셨습니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사랑의 회초리"입니다. 저는 파리채로 사랑의 매를 맞으면서 컸는데 이걸로 맞았다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습니다.

만약 실제로 집에 있다면 회초리보다는 아이들의 칼싸움 놀이에 많이 쓰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많은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에 못하겠지만 제가 어렸을 때는 부모님 몰래 이런 걸 들고 항상 동생들과 함께 칼싸움 놀이를 했었답니다. 결코 안전한 놀이가 아닌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도구에 직접적으로 다치진 않았고, 너무 신나게 칼싸움을 하다가 높은 데서 떨어져서 다치곤 했습니다. 아무리 스스로 조심한다고 해도 다치는 게 아이들인 것 같습니다.

아래는 장식용 안동 소주입니다. 왼쪽 분홍색 바구니에는 작은 젤리컵에 안동 소주 한 모금이 들어있고, 5백 원에 구입해서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오래전에 술을 끊었기 때문에 어차피 마시진 않겠지만, 병이 아닌 플라스틱 젤리컵에 든 술이 과연 본래의 맛이 날까 싶었습니다. 


의외로 무척 예쁜 냉장고 자석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바나나맛 우유 자석은 실제로 보면 정말 예쁩니다. 지금 사진으로 보니 신라면도 예쁘네요. 냉장고 자석은 여기저기서 참 많이도 사 모았었는데 지금은 다 버리고 남아있지 않습니다. 예뻐서 자꾸 사긴 했는데 이사를 하게 되면서 냉장고에 붙은 건 다 가차 없이 버리게 되더군요. 물건을 버리는 데 있어서는 좀 매정한 편입니다.


이곳의 재미있는 점은 물건을 다 고른 뒤에는 셀프 계산이라고 적힌 이 바구니에다가 돈을 넣는 것입니다. 손님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구나 했는데 저희가 물건을 손에 들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신 사장님이 재빠른 눈썰미로 계산을 하셔서는 총 금액이 얼마인지 큰소리로 알려주셨습니다. 


장난감 말을 사서 쭉 앞으로 가니 예쁜 카페가 보였습니다. 나루 카페라고 적혀있네요. 바로 앞에 푸르른 낙동강이 흐르고 분위기가 좋은 장소가 많아서 커피도 많이 팔릴 듯합니다.


낙동강 쪽에는 이렇게 배를 탈 수 있는 나루터도 있습니다. 바람이 좀 세고 아무도 타지 않길래 저희도 그냥 강만 구경했습니다.


나루터 근처에는 귀여운 오렌지색 고양이가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위에 나무로 된 길을 큰소리를 내면서 걸어 다니는데 그런 소음에는 익숙해져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저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절대로 가까이 오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가니 짝퉁 네모바지 스폰지밥이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스폰지밥 코에다가 누가 콧물 흘리는 코를 낙서해놨습니다. 아무리 짝퉁이지만 이렇게 낙서하면 어쩌나요? 자주 하는 말이지만 이런 사람들은 정말 CCTV 설치해서 다 잡아야 합니다.


그나마 벽화에는 낙서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이런 곳에 낙서가 있을까봐, 또는 앞으로 생길까봐 걱정해야 한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예쁘게 그려놓았는데 말이에요.


새파란 하늘이 참 예쁜 날이었습니다. 아래의 연못에는 물고기들이 가득 있었는데 화려한 잉어 종류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제가 본 건 작은 회색 붕어 같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이었습니다. 


강에는 장식물들이 떠있었는데 이곳의 특이한 볼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그중 하나를 줌인해서 찍어보았습니다. 좀 더 큼직하면 더 멋있을 것도 같은데 그러면 강 풍경을 망칠 것 같기도 합니다.

피곤해서 박물관은 들어가지 않고 그냥 기념품 쇼핑을 하고 산책만 하고 나왔습니다. 간만에 야외로 나와서 어머니와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게 되어 참 좋았던 하루였어요. 무엇보다 어머니께서 너무 좋아하셔서 저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참고로 어머니는 본인이 직접 선택하신 장소는 좀 과장스럽게 좋아하십니다. 식당도 본인이 선택하신 곳은 맛이 없어도 너무 맛있다고 감탄하십니다. (어머니에게는 본인이 아닌 "당신"이라는 단어를 써야하는 것을 알지만 저는 그 단어가 너무 이상하게 느껴져서 그냥 "본인"이라고 씁니다.) 어쨌든 여행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저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 건 사실입니다. 나이가 든 후로는 어디를 가는지 보다는 누구와 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항상 느끼게 됩니다.

이날 보고 먹은 것은 유튜브 영상으로도 짧게 담아보았습니다.
https://youtu.be/xuiEoiYKh2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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