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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육 기록 등

사마귀를 찾아서 II

by 라소리Rassori 2019.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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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8일

저번에 남선공원에서 아무것도 못 잡은 뒤, 이번엔 강변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물이 가까이 있을 경우, 사마귀 뱃속에 연가시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웬만하면 산에서 찾고 싶었는데 결국 강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간 곳은 유등천이라는 강변이었습니다. 조깅,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의 운동을 하기 좋도록 되어있는 공원입니다. 그냥 아무것도 없는 강변이라면 좀 무섭겠지만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 마음 편히 갈 수 있습니다.


대충 이런 분위기입니다. 저는 강변에 있는 풀숲을 가야 하니 여기서 오른쪽으로 들어갑니다. 


들어가면 작은 강이 있습니다. 대전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어떤 강인지 궁금해서 한 번 와 보고 그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 와 보는 겁니다.


자세히 보니 새들이 있어서 줌인을 해보았습니다. 왜가리인 것 같습니다. 그 주위에 있는 애들은 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다른 종끼리 잘 어울려 노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야생 동물들이 오는 곳에 쓰레기가 많이 버려져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담배 꽁초와 빈 담뱃갑이 왜 그렇게 많은 걸까요? CCTV 설치해서 자연에 쓰레기 버리는 사람들 다 잡아서 벌금 물게 하고 자기가 버린 거 청소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서 보니까 담배 연기가 거미인 타란툴라에게도 치명적이라는데 그런 치명적인 물질이 땅에 흡수되고 물에 섞이면 결국 인간들의 손해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무 생각 없이 담배 꽁초를 버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의 하찮은 벌레 하나하나를 봐도 예쁜 무늬에 예쁜 색에 다 소중한 자연인데 이것을 완전히 지키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송충이 사진은 빼려다가 왠지 불쌍해서 같이 넣기로 했습니다. 많이 밟혀죽기도 하고 미움도 많이 받는 송충이. 저 역시 싫어했지만 요즘 벌레를 가까이해서인지 예전처럼 싫거나 무섭지 않습니다. 


번식 시즌인 가을답게 짝짓기를 하는 곤충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메뚜기는 사실 어릴 때 보고 처음 보는 건데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사마귀를 잡으러 여기 온 사실까지 잊고 교미 안 하고 혼자 있는 애들로 골라서 열심히 잡았습니다.

 

메뚜기도 많은 동물들처럼 작은 쪽이 수컷이네요. 꼬리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니 교미는 잠시 쉬고 있는 모양입니다.


엄청나게 큰 메뚜기를 잡았습니다. 검색해보니 아마 풀무치라는 종인 것 같습니다. 

힘이 없어서 쉽게 잡았는데 집에 데려가려고 하다가 그냥 놓아주었습니다. 혹시 연가시가 있나 싶어서 물에 꼬리를 담가봤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어요.

섬서구메뚜기 커플도 잡았습니다. 방아깨비인 줄 알았는데 검색해보니 방아깨비는 얘들보다 훨씬 크다는군요. 


저에게 잡혔는데도 꿋꿋하게 교미 중입니다. 수컷이 훨씬 작아서 어떤 사람들은 새끼를 업고 다니는 걸로 오해를 하기도 한답니다. 섬서구메뚜기라는 단어 자체를 이번에 처음 듣는데 어렸을 때부터 곤충 좋아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지금껏 방아깨비밖에 몰랐는지 스스로 의아합니다.


거친 풀밭에 작은 미국나팔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꽃 이름은 모야모에 물어봐서 알아내었고요, 설마 이름이 미국나팔꽃일까 싶었는데 정말 미국나팔꽃이었습니다.


교미 중인 곤충들은 집에 데려가기 싫어서 섬서구메뚜기 커플을 놓아주고 혼자 있는 녀석으로 새로 잡았습니다. 얼굴이 정말 웃기게 생겼죠?


이 각도가 더 웃기네요. 호리병 같은 얼굴형입니다. 방아깨비와 정말 많이 닮았어요.

그 외에도 여러 곤충들을 잡았는데 지금 다 말하려니 복잡해서 차차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

아래는 거저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밀웜을 낳아줄 녀석이었다면 잡아올 걸 그랬습니다. 


근데 좀 무섭게 생겼습니다. 아직까지 제가 갖고 있는 밀웜 중에서 성충이 된 녀석은 없는데 언젠가는 이 모습을 집에서 보는 게 아닌가, 조금 떨립니다. 


사마귀는 도무지 보이질 않아서 역시 다 죽고 없나 보다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어떤 아저씨께서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웬 여자가 한참 동안 풀숲을 휘젓고 다니니 수상해 보였나 봅니다.

어쨌든 아저씨의 질문에 "사마귀를 찾고 있다"고 솔직히 답했더니 보이면 잡아주겠다고 하시고는 멀어지셨는데 정말 한 2분 정도만에 사마귀를 들고 저에게 뛰어 오셨습니다. 대체 어디서 잡으신 거냐고 여쭈었더니 그냥 바닥에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셨는지 이내 주위 다른 아저씨들도 모여들어서 얼굴이 좀 화끈거렸습니다. 사마귀를 받아 들고 좋아하는 여자라니. 뒤늦게 좀 민망해져서 얼른 인사를 하고 아저씨들과 헤어졌습니다.

사마귀는 생전 처음 보는 종류였어요. 열심히 검색해보니 좀사마귀라는 종이더군요.

아쉽게도 힘이 하나도 없었는데 죽을 힘을 다해 갈고리 발로 제 손을 콱 집어서 순간 당황이 되었습니다. 좀사마귀가 다른 사마귀들에 비해 크기가 작은데도 생각보다 아팠습니다. 깜짝 놀랄 정도였어요. 손에 상처가 남거나 하진 않았는데 꽤 아프니 혹시 다루게 되신다면 조심하세요. 사마귀가 다치지 않도록 제 손을 빼느라 고생 좀 했었네요. 이 녀석이 도무지 놓으려 하질 않아서요.
 

아쉽게도 포커스가 날개에 잡혔는데 중요한 건 팔 안쪽에 있는 무늬입니다. 연보라색, 흰색, 까만색의 조화가 너무 예뻤어요. 실제로 보면 훨씬 사랑스럽고 이쁘답니다.

다 죽어가는 녀석이었지만 밤에 많이 추우니 일단 집으로 데려가기로 결정하고, 꼬리가 물에 잠기도록 해서 연가시 검사를 했습니다. 배가 꽤 빵빵했는데 다행히 연가시는 없더군요. 알아보니 좀사마귀는 다른 사마귀들에 비해 연가시가 없는 편이라고 하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또 얘기 이어가겠습니다.

관련 영상은 저의 유튜브에 올려두었습니다. 
https://youtu.be/cyZ6QfqOvLo

 

(제가 만든 첫 영상이라 공개하기 좀 부끄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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