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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육 기록 등

사마귀를 찾아서 III

by 라소리Rassori 2019.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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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8일 저녁

제가 잡은 곤충들과 어떤 고마운 분이 잡아주신 사마귀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홈플러스에 들렀습니다. 집에 메뚜기들에게 먹일 채소가 하나도 없고 키울만한 통도 없어서 곤충 사육장과 상추를 샀습니다.  

좀 더 작은 사이즈도 있으면 했는데 없어서 아쉬웠어요. 뚜껑 부분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안이 선명하게 보이는 통이 좀 다양하게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환기가 잘 되게 구멍도 많아야 하는데, 작은 통은 초파리나 핀헤드가 환기 구멍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런 통이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절지동물을 키워보니 입맛에 딱 맞는 통을 찾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네요.

해외에서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지 다들 통을 사서 직접 구멍 뚫고, 꽉 닫는 장치 붙이고 그러던데 누가 잘 만들기만 하면 수출도 많이 될 텐데 말이에요. (기왕이면 부디 절지동물 여러 종으로 많이 키워보신 분이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산 저 통들은 사이즈 빼고는 그럭저럭 괜찮긴 한데 열고 닫을 때 워낙 힘이 많이 들어가고, 그에 따른 소리와 반동이 커서 저도 놀라고 곤충도 놀라는 게 큰 단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양쪽에 닫는 거 하지 않고 그냥 뚜껑을 얹어두는 식으로 쓰고 있어요. 뚜껑도 어린이들은 손잡이가 필요한지 모르겠으나 저는 그냥 평평하고 안이 투명하게 보이는 그런 뚜껑이었으면 좋겠더군요. 

벌레 얘기로 돌아가서요, 집에 와서 보니 분명 따로따로 잡았던 섬서구메뚜기들이 오는 동안 눈이 맞아서 교미를 하고 있었습니다. 설마 저에게 잡혀 있는 긴장되는 상황에서 그럴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교미하는 애들은 알을 낳을 거라서 키우기가 부담스러운데 큰일입니다.

꺼내서 사육장으로 옮기려고 보니 이런 상황이었죠.


손으로 붙잡아도 떨어지지 않고 사육장에 넣어도 태연히 본능만을 따르더군요. 아래 사진에서 수컷의 뒤에 뻗어 있는 것은 날개이고, 꼬리는 아래로 한껏 내려가 교미 중인 상태입니다.


사육장은 이런 모습입니다. 큰 사이즈를 썼습니다. 


큰 사육장 가격은 만5백원. 스티커 떼어내느라 꽤나 고생했습니다. 제조자 분들 제발 스티커 이런 식으로 붙이지 말아주셨으면... 하다못해 파란 부분에 붙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안을 들여다 봐야하는 투명 부분에 커다랗게 붙어 있으니 사용 초반부터 좌절이 되었습니다.


아래의 이 상태까지 벗겨낸 뒤엔 너무너무 안 떨어져서 키친타월에 기름을 묻혀서 겨우 깨끗이 벗겨냈네요. 끈적한 부분이 플라스틱에 들러붙어 있어서 몇 번이고 키친타월을 갈아야 했습니다. (죽어라 안 떨어지는 건 섬서구메뚜기도 마찬가지네요.)  


섬서구메뚜기처럼 메뚜기도 초록색과 갈색을 한 마리씩 잡았는데 얘들은 성별이 같은 건지 교미를 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징그럽게 생겼지만 어렸을 때 많이 만져봐서인지 손으로 잡는데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보통은 손으로 잡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통을 갖다 대서 잡거나 잠자리채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손으로 잡으면 다리가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거든요. 도마뱀이 위기에 처하면 꼬리를 끊듯 스스로 다리 한쪽을 끊어냅니다.  

메뚜기의 저 튼실한 배를 보고 있으면 메뚜기 볶음이 절로 떠오릅니다. 엄청 맛있다고 하는데 아직 먹을 용기를 내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맛있게 먹는 새우는 다리도 메뚜기보다 더 많고 더듬이도 여러개 있는데 살은 물론 머리도 쪽쪽 빨아먹지 않습니까? 그런데 새우는 괜찮고 메뚜기는 거부감이 있는 것이 새삼 신기하네요.
 

역시 뭐든 어릴 때 접해야 하나 봅니다. 저는 번데기는 어렸을 때부터 먹었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먹거든요. 즐겨먹는 편은 아니고 안 먹은지도 십수년은 되었지만 어쨌든 번데기는 지금도 먹을 수 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한 남자 지인분은 어릴 때 안 먹어 본 탓인지 지금도 번데기는 절대 못 먹겠다고 하더군요. 번데기 맛있는데... 메뚜기도 그런 느낌일까요? 호기심이 너무나 많은 저임에도 메뚜기의 맛은 별로 알고 싶지 않네요. 그래도 기회가 생긴다면 하나 정도 먹어볼 의향은 있습니다. 혹시라도 죽는 순간에 메뚜기 맛이 너무너무 궁금해지면 큰일이니까요.

아래는 밥도 못 먹고 죽어가는 중인 암컷 좀사마귀의 애처로운 모습입니다. 제 머릿속에 있는 사마귀의 이미지와는 달리 좀사마귀는 크기가 많이 작았습니다. 작아서 더 불쌍했어요. 눈도 왠지 축 처져 있는 것 같네요.


우유를 조금 먹였는데 그 후에 검색을 해보니 우유를 먹여도 된다는 글을 발견하고는 반갑고 놀라웠습니다.
(출처: 나무위키)

사마귀는 거꾸로 매달리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임시로 이렇게 해두고 집을 만들었습니다.


이름도 하필이면 좀사마귀라니. 실제로 보면 예쁜 애들인데 이름 때문에 왠지 좀스러운 이미지가 강해 보입니다.


드디어 집을 만들어서 옮겨주었습니다. 힘이 없어서 제가 손으로 집어서 붙여두면 그대로 하루종일 있었습니다.  


배가 불룩한 게 알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알을 낳을 힘은 없어 보였습니다. 아무쪼록 편하게 있다가 생을 마감하길 바랄뿐입니다. 10월이라도 밤에는 많이 추워서 그 강변에 그냥 두고 올 수는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힘이 없던 풀무치는 두고왔지만, 저도 모르게 사마귀만 소중히 챙겼습니다. 

여치도 잡았습니다. 알아보니 여치도 종류가 많더군요. 저 녀석은 아마 큰실베짱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틀렸으면 유하게 알려주세요.


그나마 다른 녀석들에 비해 모습이 예뻤는데 유독 사육장에 적응을 못하고 온종일 탈출을 시도해서 날이 밝으면 다시 풀숲에 놓아주기로 했습니다.

얼굴이 무척 웃기게 생겼습니다. 배랑 눈도 희한하게 생겼네요.


메뚜기들은 먹고 싸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섬서구메뚜기는 암컷만 계속 먹고 수컷은 교미에만 집중하고 있었어요. 어지간하면 교미 관두고 눈앞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텐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에 올려두었습니다.
https://youtu.be/_B4HHEA4bM4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얘기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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