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2월 22일, 이사 바로 다음날이었네요.
아침에 일어나서 폰을 보다가 제가 쓰는 미세먼지 앱인 미세미세를 열어보았습니다. 새빨갛게 "매우 나쁨"이 뜨더군요.
좀 돌아다녀볼까 싶었는데 이날은 근육통도 심하고 너무 피곤한 데다가 공기까지 안 좋아서 그냥 집에 있기로 결정했어요.
그러다 습관처럼 배달의 민족을 열었습니다. 아침엔 빨리 커피부터 마셔줘야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그런데 송도에서는 대전에 있을 땐 항상 있던 "배민라이더스"가 보이지 않네요? 배민라이더스도 예전에 "배민찬"처럼 실패해서 접게 되는 건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대충 보다가 요기요도 열어보았습니다. 보니까 배달앱은 이 두 개를 오가면서 쿠폰이 있는 쪽을 가는 게 좋더라구요. 그런데 이날은 특별히 끌리는 쿠폰이 없어서 그냥 요기요에서 주문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선택한 곳은 에그드랍이었어요. 최소금액 5천 원(!!), 배달 요금 3천 원이었습니다.
그전날까지만 해도 배달 요금 2천 원 이하 아니면 안 간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포스팅 작성하면서 보니까 그 결심이 하루 만에 무너졌네요.
메뉴를 쭉 보다가 저는 아보 홀릭을 선택했습니다. 평소에 아보카도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에그드랍에선 빵을 갈릭브레드로 무조건 변경하라던데 왠지 아보카도와 계란의 고소한 맛을 방해할 것 같아서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다른 샌드위치 주문할 때 변경해봐야겠어요.
커피는 만만한 카페라테로 정했구요.
너무 많이 피곤하니까 상큼하게 시원한 것도 땡겨서 망고주스도 추가했습니다. 이것도 카페라테처럼 2,900원이네요. 근데 원없이 마시고 싶어서 700원 더 내고 큰사이즈로 선택했어요.
가격만 봐도 생과일 주스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만 그래도 마시고 싶더라구요. 얼음을 싫어해서 얼음은 빼달라고 요청사항에 적었어요.
주문을 넣고,
음식이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커피가 그럭저럭 맛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망고주스를 쭉 들이켰어요. 역시나 마트 같은 데서 판매하는 음료수 맛이 났지만 시원해서 피로가 조금이나마 풀리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다음엔 아보 홀릭 샌드위치를 꺼냈습니다. (5,400 원) 사실 에그드랍은 대전에서도 여러 번 봤지만 먹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짠~ 포장을 열었습니다. 좋은 냄새가 확 나는 게 첫인상부터 꽤 마음에 들었어요. 샌드위치 박스 디자인도 깔끔하고 예뻤구요.
위에서 보면 이런 모습이에요. 슬라이스한 아보카도 위에 하얀 소스가 뿌려져 있고, 그 밑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계란이 보입니다. 식빵은 위엔 갈라져 있는데 바닥은 붙어 있었어요.
블로거의 본능으로 속을 보여드리기 위해 손으로 샌드위치 중간을 쭉 찢어봅니다. 설거지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므로 칼은 웬만하면 쓰지 않습니다.
이쁘게 찢는 것은 실패했지만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보이시죠? 아보카도가 많진 않은데 이런 샌드위치에 굳이 아보카도가 이보다 더 들어가야 할 이유도 없어 보입니다. 일단은 계란이 메인이기도 하구요.
이제 흡입!
먹는 순간 아보카도 특유의 풀향과 고소함이 입안에 확 느껴져서 바로 기분이 좋아졌어요. 아보카도가 들어가는 음식은 아보카도의 신선도가 아주 중요한데 이 샌드위치에서는 신선한 아보카도를 썼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보카도의 맛이 느껴진 다음엔 노릇하게 굽힌 빵의 감칠맛과 부드러운 계란의 식감이 차례로 따라왔어요. 저는 원래 이런 걸 먹을 때 접시에 뒀다가 한참 후에 또 한입씩 먹는 식인데, 이건 도중에 멈추는 게 불가능했어요. 달긴 했지만 많이 달지는 않아서 커피와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마지막에 남은 식빵의 바닥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자르지 않고 재료가 들어가는 윗부분만 반으로 가른 게 참 기발하네요. 아래가 이렇게 막혀있으니 재료가 마구 뒤로 빠지는 것 없이 끝까지 깔끔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양은 좀 부족한 느낌이 있었지만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아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먹고 싶은 의향 물론 있습니다.
그 이후 저녁때쯤엔 근처 지인이 떡볶이 맛집에 가자고 연락이 왔어요. 전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미세먼지를 핑계로 다음으로 미뤘답니다.
아침에 뭐 먹었냐고 묻길래 에그드랍 먹었다고 했더니 송도까지 와서 체인점 음식을 먹냐고 놀리더군요. 전 체인점 음식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먹게 될 거라서 쿨하게 넘겼습니다. ^^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창밖을 보니 어느새 캄캄한 밤이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앗, 미세미세앱을 다시 확인해 봤더니 공기 상태가 "좋음"으로 바뀌어 있네요.
송도가 바닷가여서 그런지 바람도 세고, 중국과 마주보고 있어도 의외로 미세먼지가 대전보다 덜 할 때가 많더라구요. 관심 있는 동네이다보니 예전부터 계속 미세미세 앱으로 비교해봤거든요. (미세미세 앱에서 오른쪽 상단 더하기 표시를 눌러서 원하는 지역을 마음껏 추가할 수 있습니다.)
예약 발행 포스팅을 적고 있는 3월 4일 지금 이 순간에도 송도는 "좋음"이라고 나오는데 대전 둔산동은 그 보다 세 단계 아래인 "나쁨"으로 나오네요. 이럴 때가 의외로 많더라구요. (반대인 경우도 물론 있었지만요.)
얼마 전 가족과 대화하면서 지금 한국의 이 공기 상황이 앞으로 더 나빠지면 더 나빠졌지 더 좋아질 일은 없지 않을까...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왠지 슬프더군요. 거기다 이젠 코로나까지...
그래도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되는 거겠죠. 최소한 한국이 이 정도로 흔들릴 나라는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결국엔 다 잘될 거라고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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