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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지네

대전 우암사적공원으로!

by 라소리Rassori 2019.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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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9일

거의 한 달 전 일을 지금 적고 있네요. 이러다 60살이 되어서 50살의 일을 적고 있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적고 싶은 거 다 못 적고 죽을 텐데.

버릇처럼 또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나중 일은 나중에 걱정하기로 하고, 일단은 뭔가에 쫓기지 않는 마음으로 적어보겠습니다.

이날은 강변에서 잡은 여치를 놓아줄 겸, 사마귀도 찾아볼 겸 해서 우암공원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누군가가 이곳이 새를 관찰하기 좋은 곳이라고 해서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가게 되었습니다. 새를 정말 좋아하는데 여건상 키우지는 못하고 있네요. 새가 소음 관련 항의를 많이 받는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여하튼 이 우암사적공원은 우암 송시열 선생(b.1607-1689, 조선의 문신이자 성리학자)이 남기신 것들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해요. 


날씨도 좋고 풍경도 예뻤습니다. 게다가 토요일이어서인지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군데군데 이런 고택이 있었고 시냇물이나 크고 작은 호수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곳에 긴 시간을 머물렀을 송시열 선생이 잠시 부러워지네요. (아무리 그래도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있는 지금이 저는 더 좋지만요.) 

이곳에서 여치를 놓아주고 본격적으로 사마귀를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사육장에서 나가려고 애쓰던 여치였건만 놓아주려 하니 한참을 제 손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곤충들은 왜 이렇게 귀엽고 애틋한 짓을 많이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공원 곳곳에 이제 곧 피려는 국화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10월 중순에 열리는 국화 축제들이 꽃이 아직 피지 않아서 축제를 미루었다더니 그럴만하네요.


뱀딸기도 있었습니다. 사진 찍으면서 가만히 구경하고 있는데 웬 50대 여자분이 오시더니 제 앞을 가로막으면서 이걸 홱 따먹었습니다. 그러더니 맛이 없다며 퉤퉤 뱉으시더군요.


신기한 색깔의 콩도 있어서 찍어보았습니다. 이걸 보고 있을 땐 달려들어서 따 가는 사람이 없어서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공원을 구경하는 내내 사마귀가 있는지 보려고 풀에 가까이 갔는데 그럴 때마다 아래의 씨앗이 옷에 들러붙어서 고생을 했습니다. 알아보니 이름이 주름조개풀이라고 하네요. 사진만 봐도 짜증이 나려 합니다.

열심히 떼어 냈는데도 집에 와서도 계속 보이고, 심지어 세탁기에 빨래를 돌린 후에도 옷에 붙어서 나오더군요. 번식에 대해 이렇게까지 끈질긴 것을 보니 쉽게 멸종되진 않을 듯합니다.

예쁘게 생긴 거미가 있어서 잡을지 말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누가 가져다 놓은 목상처럼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이 거미를 보면서 고민했습니다. 그만큼 매력 있게 생긴 거미였어요. 거미도 저도 한참 동안 정지 상태였습니다.

검색해 보니 서성거미 같은데 나뭇가지로 살짝 건드리니 앞발을 높이 치켜드는 동작이 타란툴라와 비슷했습니다. 키워보면 은근히 재밌을 것도 같지만 다른 키울 애들이 많아서 아쉬운 마음을 접고 가던 길을 갔습니다. 

강변에서는 못 본 벌레들이 많았습니다. 반대로 강변엔 넘쳐나던 메뚜기나 섬서구메뚜기는 여기서는 한 마리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못 본 것일 뿐이지 설마 아예 없진 않겠죠.


이 애벌레는 꼬리 부분이 저희 조카 양갈래 머리 묶어놓은 것 같습니다. 주황색 방울도 절묘하네요.


가을은 알록달록한 단풍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저에겐 곤충들의 색깔도 그 못잖게 화려한 볼거리입니다. 여러 종류의 애벌레들을 보고 있으니 잡아와서 어떤 성충이 되는지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문득 생겼습니다. 하지만 너무 큰 나방이 되면 무서울 것 같아서 욕심을 접었습니다.


돌아다니다 보니 제가 놓아준 것과 똑같은 여치도 있었습니다. 우리 여치도 여기 놓아줬더라면 서로 친구 할 수 있어서 좋았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공원이 생각보다 많이 커서 두 여치가 만날 확률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계속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니 "가양비래공원 종합안내도"라는 표지판이 나왔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우암공원과 이어져 있는 공원인 듯합니다.


이쪽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좀 무서워져서 빙 돌아서 나왔습니다. 산이든 공원이든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왠지 좀 불안해집니다.

그래도 어딜 가든 거미는 많았네요. 이곳에서도 남선공원에서 봤던 그 무당거미들이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웃기는 건 사람 부부처럼 한쌍씩 같이 살고 있었다는 거예요. 자세히 보면 작은 갈색 거미가 같은 거미줄에 붙어 있는데 그것이 수컷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무당거미와 비단거미는 어떻게 구분하는 걸까요? 비단거미는 배 부분이 바나나처럼 생겼다고 해서 미국에서 흔히 바나나 거미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는데... 아래 사진에 있는 거미를 보니 비단거미 같기도 합니다만, 검색을 해봐도 더 헷갈리기만 하네요.


이날 우암공원에서 사마귀나 사마귀 알집은 못 찾았지만, 정말 우연히 지네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5cm도 안 되는 아기 지네입니다. 저에겐 엄청난 사건이었는데 너무 길어져서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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