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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지네

아기 지네 키우기

by 라소리Rassori 2019.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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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9일

지난 포스팅에서 우암사적공원에 갔던 얘기를 했는데 이번엔 거기서 잡은 지네 얘기를 하겠습니다.

수풀이 많고 냇물도 흐르는데 도무지 사마귀는 보이지 않아서 괜히 돌을 뒤적거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돌을 들어 올린 순간 뭔가가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작긴 해도 분명 지네라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서 집에서 가져온 푸딩컵을 얼른 꺼내 들었습니다.


지네를 좋아해도 잡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컵을 지네의 앞쪽에 갖다 대니 그냥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오더군요. 너무 쉽게 잡아서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마침 주위에 사람도 없어서 마음도 편했어요. 귀여운 빨간 머리와 멋지게 뻗은 더듬이의 모습이 보기만 해도 너무 좋았습니다.
 


집에 데려가는 동안 흙에 부딪쳐서 다칠 수가 있으니 흙을 버리고 키친타월만 넣어두었습니다. 지네의 움직임이 놀라울 정도로 빨라서 아래 사진처럼 원하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거의 묘기를 해야 했습니다. 많이 무서운지 바로 키친타월 안으로 몸을 숨기더군요.


제가 사는 곳에서는 멀지만 우암공원에서는 그럭저럭 가까운 밀림펫으로 향했습니다. 검색으로 오래전에 알아둔 곳인데 이제야 가게 되었습니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곳에서 밀림펫이라는 간판을 한참 찾았는데 보이지 않아서 한동안 주위를 왔다갔다거렸습니다. 그러다가 검색을 좀 더 해본 뒤 신협건물 5층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위로 올려다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영어로 작게 "millim pet"이라고 적혀 있는 초록색 간판이 보였습니다.


그 뒤로도 입구를 못 찾아서 조금 헤매다가 겨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추가 사항: 2019년 12월 27일에 확인해본 바, 밀림펫은 매주 수요일 휴무이고 영업시간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입니다. 헛걸음을 안 하려면 전화를 해보고 가는 게 안전하겠죠.)

저는 이때가 밀림펫 첫 방문이었고 짧게 후기 적어보자면요, 우선 사장님과 직원분들 모두 친절하시고 예쁜 동물들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찍어도 되냐고 여쭈었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조금 찍어서 와봤습니다.


도마뱀 종류는 표정과 손이 정말 귀여운 것 같아요. 물론 저는 아래에 이 지네를 가장 데려오고 싶었지만요. 


지네는 사람이 사육할 시 어느 정도 크면 이렇게 밖으로 모습을 잘 드러내는 것 같더군요. 지네만의 반짝이는 멋진 모습을 마음껏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도 빨리 성체를 키워보고 싶은데 언제 이사갈지 모르는 상황이라... 이사를 가면 차차 늘여보려고 합니다. 지금은 감당이 안될까봐 유체들만 데리고 있는 상태예요.

파충류 중에서는 뱀이 가장 끌리는데 제대로 키울 자신이 없어서 매번 그냥 구경만 하게 되네요. 얼굴이 너무 귀엽게 생겼어요. 움직임이나 색깔도 예쁘고요. 약간 파충류 계의 고양이 같은 느낌이에요.  


아래 사진에 이런 뱀도 멋지네요. 이런 애들 키우면 제 경우엔 하루 종일 쓰다듬고 만지고 싶은 걸 참아야 하는 게 힘들 것 같습니다. 해외의 어떤 영상을 보니까 뱀이 생각보다 배설물도 꽤 커서 사육장 청소도 쉽지 않아 보이더군요. 


저는 지네와 타란툴라는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전갈은 아직 좀 멀게 느껴집니다. 생긴 건 멋진데 먹성이 그다지 안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절지류는 모습이 멋지기도 하지만 먹이 먹는 모습을 보는 재미로 키우는 게 큰데 말이죠. 


그래도 영 키울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계속 알아 보고는 있어요. 키운다면 아마 집게발과 몸집이 작은 극동전갈 같은 애들로 키우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긴 애들이 매력있더라고요. 물론 아시안포레스트 전갈도 멋지지만요.

밀림펫에서는 바닥재와 밀웜을 샀습니다. 어린 지네한테 쓸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알아서 골라주셨어요. 저 때 산 밀웜들이 3주가 지난 지금은 너무 많이 커서 수퍼밀웜을 보는 느낌입니다. 너무 큰 것들은 골라내서 얼려서 쓰고 있어요.


밀웜은 큰 공간으로 옮겨줘야 한대서 집에 오자마자 옮겨주었습니다. 지금은 아래 사진처럼 저런 귀여운 모습이 아닙니다. 많이 커졌어요. 곧 번데기 되고 성충 되어서 난리 나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바닥재는 이런 재질이었습니다. 포장에 이름은 안 적혀 있는데 아마 코코피트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초보라 잘 몰라서 검색을 많이 해보는 중인데도 뭐가 뭔지 모르겠을 때가 많네요. 누군가 말하길 식물 키우기가 그렇듯 절지동물도 한 3년 키우면 어느 정도 실력자가 된다는데 한 번 열심히 키워보겠습니다.


홈플러스에서 산 작은 사육장에다 바닥재를 부었는데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덜어냈습니다. 사육장도 너무 큰 것 같아서 마음이 쓰입니다. 작은 통을 써야 애들이 스트레스도 덜 받고 좀 더 빨리 안정한다고 하는데 어서 작은 통을 구해야 할 듯합니다. 털 달린 동물들처럼 사육장은 클수록 좋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네를 사육장에 넣기 전에 밥부터 먹이기로 했습니다. 밀웜을 그냥 주니까 겁을 먹고 도망가서 당황했는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잘 생각해보니 어디서 밀웜을 잘라서 주라는 글을 본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자르려는데 살아있는 생명을 자른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더군요. 밀웜 껍질도 결코 부드러운 질감은 아니었고요. 자르느라 정신적으로 고생을 좀 했는데 가위를 쓰면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요. (문방구 칼은 답이 아니었습니다.)

자르는 순간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으악 하는 작은 비명도 절로 나왔는데 제대로 잘리지 않아서 아래 사진에서 보면 밀웜의 머리 쪽이 아직 몸통에 연결되어 있어요.   


그러나 이내 지네의 강한 턱 힘에 의해 머리는 떨어져 나가고 몸통 먹방이 시작되었습니다. 너무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고 오래 굶었나 하는 마음에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몸길이 5cm도 안 되는 작은 지네인데 자기 몸에 비해 양이 많아 보이는 밀웜을 잘도 다 먹어치웠습니다. 껍질만 남겨놓고요.  


집은 대충 이렇게 꾸며줬는데 역시나 커도 너무 컸습니다. 우암공원에서 주워온 낙엽과 깨진 장독 조각도 얹어 두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돌 종류를 놓아두면 지네가 그 아래에 계속 있게 되면서 진균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더군요. 이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겠습니다. 일단 돌 종류는 놓아두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낙엽도 아무래도 썩을 것 같아서 얼마 안 가서 뺐어요. 지네는 신선한 물을 좋아해서 물그릇을 꼭 놔둬야 하는데 아직은 지네가 작아서 괜찮지만 좀 더 크면 묵직한 물그릇으로 바꿔줄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조금 더 크면 뒤엎을 것 같거든요. 흙을 두껍게 깔면 그릇을 살짝 흙에 묻히도록 눌러두는 것도 한 방법일 듯합니다.

밥을 다 먹은 지네를 드디어 사육장에 넣었습니다. 금방 땅속으로 사라져 버려서 아쉬운 마음에 나중에 사육장을 번쩍 들어서 바닥을 살펴봤더니 저렇게 귀엽게 누워 있더군요. 이렇게 들어 올리지 말고 신경을 좀 끄고 있어야 하는데 궁금한 마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서 저도 지네도 안정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힘든 일들을 다 끝내고 이날 먹은 것은 명랑핫도그였습니다. 1년에 한 번 정도 먹는데 그게 이날이었네요. 신호등에서 엄마아빠와 함께 서 있던 어떤 유치원생 정도의 아이가 제가 들고 있는 봉투를 보더니 명랑핫도그를 사달라고 엄마에게 매달렸습니다. 그때의 아이 아버지의 살벌한 표정이란... 왠지 죄인이 된 기분에 초록불이 되자마자 빨리 길을 건넜습니다. 


사진은 하나지만 두 개 먹었습니다. 저만 그런 건지 몰라도 명랑핫도그는 하나만 먹으면 아쉽더라고요. 통모짜는 별로 안 좋아해서 감자핫도그로 시켰습니다. 케첩은 집에 있는 청정원 유기농 케첩을 썼어요. 유기농, organic 등의 단어가 붙은 것들을 좋아합니다. 색이 일반 케첩과는 달리 밝은 빨강이 아니라 어두운 빨강인데 그게 오히려 더 안심이 됩니다.

예전 같으면 절대 안 먹었을 음식인데 이제는 간간이 먹네요. 나이도 있으니 더더욱 집밥을 먹어야 할 텐데 사먹는 음식을 너무 좋아해서 큰일입니다. 항상 절제력 있게 건강식 위주로 먹다가 몇 년 전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당분간만 아무거나 먹자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 예전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거기다 오랜만에 한국을 오니 먹어 봐야 할 것들이 끝이 없습니다.

아무튼 절지동물 얘기 다음에 또 이어가겠습니다.

개인적인 수다는 네이버에서 떨고 있고요,

https://blog.naver.com/rassori

오늘 이 지네 이야기는 유튜브에서 좀 더 생생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https://youtu.be/1S9Tem_a6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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