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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육 기록 등

메뚜기 다시 놓아주고 좀사마귀 Get! (대전 하레하레 빵집)

by 라소리Rassori 2019.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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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1일

메뚜기들을 잡아 와서 키운 지 이틀 만에 사육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어마어마하게 싸 대는 똥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알을 낳아서 부화할까 봐 걱정이 되어서였습니다. 따뜻한 봄에 부화하면 자연에 풀어주면 되겠지만, 추운 겨울에 따뜻한 집에서 부화해버린다면 제가 전부 키워야 할 테니까요.

 

똥은 어느 수준이냐면, 먹으라고 둔 상추와 큰 사육장이 이틀 만에 까맣게 도배가 되었을 정도였습니다. 겨우 벌레 4마리가 저지른 일치고는 엄청나더군요. 매일 상추를 씻어주고 통을 청소해주지 않는다면 더럽고 찝찝해서 봐줄 수가 없게 됩니다.

메뚜기 열 마리 넘게 잡아와서 사육 시작했다는 분의 해맑은 글을 인터넷에서 봤는데 어떻게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버티지 못하고 결국 잡아왔던 곳으로 다시 데려가게 되었습니다.

가라고 하면 꼭 저렇게 뜸을 들입니다. 괜히 마음 싱숭생숭해지게 말이에요.

그러다 어느 순간 큰 점프를 합니다. 어디 간 건지 두리번거리니 어떤 마른 가지에 붙어 있었습니다. 뭔가 마음이 잔잔해지는 모습입니다.


그동안 갈색 메뚜기는 알아서 갔을까 했더니 그대로 비닐 안에 앉아 있었습니다. 결국 손으로 끄집어냈습니다. 마치 강제로 가라고 떠미는 듯한 묘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아이도 한참을 제 손에서 왔다 갔다 거리다가...


갑자기 뿅 하고 튀어 올랐습니다. 너무 많이 먹고 싸서 징글징글하더니 마지막은 귀여웠네요.


얘도 한참을 찾아보니 한 잎사귀에 얌전히 앉아 있었습니다. 어리둥절했겠죠? 아니면 아무 생각도 없었으려나요?

뒤늦게 검색해 보다가 알게 된 것은, 두 마리 모두 암컷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수컷은 꼬리 끝이 매끈하고 암컷은 세로로 갈라져 있다고 해서 제가 찍어 둔 유튜브 영상에 메뚜기 배가 나오는 부분을 다시 확인해 본 뒤 알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리지 않은 다른 사진들도 확인해 보았죠.

암컷 꼬리 부분이 궁금하신 분들은 꼬리 생김새를 보시게끔 제 유튜브 링크를 가져왔습니다.
https://youtu.be/_B4HHEA4bM4?t=224


섬서구메뚜기는 암수의 덩치부터가 많이 달라서 바로 구분이 됩니다. 새끼처럼 작은 것이 수컷이죠.

아래 사진은 제 유튜브 영상을 캡쳐한 것인데 정말 54시간동안 떨어지지 않고 저렇게 있었습니다. 늦은 밤이어서 여기까지만 확인한 뒤 잠들었기 때문에 정확히 몇시간을 채운 건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수컷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건드리면 다리를 조금 움찔거리긴 했는데 눈까지 빨개져서는 회생불가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교미를 했는데 과연 이 녀석의 새끼가 몇 마리나 태어날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수백 마리 수준으로 알고 있는데 농작물을 해치는 해충이라서 많이 번식한다고 좋아할 일도 아닌 듯합니다. 그런데 나무위키를 보니 최근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하네요. 사마귀나 다른 야생동물의 좋은 밥이기도 할 텐데 걱정이 됩니다. 설마 멸종되진 않겠죠? 

암컷은 놓아주니 열심히 앞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딱히 서둘러서 도망가는 느낌은 아니었고 그냥 천천히 여유롭게 사라져 갔어요. 지금쯤은 알을 낳고 죽었으려나요? 내년 여름이면 이 섬서구메뚜기들의 새끼들이 강변에 잔뜩 보이겠네요. 그 추운 겨울을 알 상태로 견뎌내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사마귀 알도 마찬가지고요.


다 놓아준 뒤엔 왠지 허전해진 마음으로 땅바닥을 보면서 걸었습니다. 슬퍼서가 아니라 혹시 사마귀가 걸어 다니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비둘기가 많아서 만일 있더라도 잡아먹혔을 것 같지만...

이런 위험한 환경에서도 웬일로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이곳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밟혀 죽은 사마귀도 많이 보이는데(전부 좀사마귀) 제가 발견한 녀석은 다친 곳이 없는 수컷이었습니다. 저번에 데려온 암컷보다 기운도 좀 더 팔팔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사마귀를 챙겨 오는데 바닥에 고추잠자리도 보였습니다. 얼마 만에 보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네요. 어릴 때는 참 흔하게 보던 것인데 어른이 되어서는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성인이 된 이후의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에서 보냈거든요. 제가 살던 미동부에는 고추잠자리가 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날 잡아온 좀사마귀입니다. 오자마자 밀웜을 잘라줬는데 너무 잘 먹었어요 (밀웜 자르는 것은 그새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었습니다). 고개를 좌우 180도로 휙휙 돌려가면서 먹는 모습이 굉장히 귀엽더군요.


메뚜기들이 엉망으로 해두었던 사육장을 씻어서 좀사마귀에게 내주었습니다. 사마귀는 많이 움직이는 편이 아니어서 사육장이 크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는데 이 녀석은 마땅한 통이 없어서 대저택에 살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왕사마귀만 주로 봐서인지 그에 비해 좀사마귀는 사육이 쉽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일단 크기가 너무 작고 성격도 예민한 것 같아요. 생명을 다해가는 녀석들 두 마리만으로는 정확히 뭐라 말할 수 없겠지만요.

참고로 아기 지네도 잘 있습니다. 더듬이가 작은 구슬이 여러 개 이어진 것 같은 모습이 너무 예뻐요.


이날 먹은 것은 대전 하레하레의 빵이었습니다. 성심당에 이어 인기를 끌고 있는 빵집인데 어니언 크림치즈 베이글이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맛있긴 한데 저는 한 번 먹은 뒤 좀 질려서...(긴말 생략)


들어가 보면 선물로 살만한 것도 많고 갓 구운 빵들도 많습니다.


저는 얼마 전 아침에 여기서 먹은 찹쌀꽈배기가 너무 맛있었기 때문에 그걸 사러 왔습니다.

 

아래에 이 레몬크로와상은 어니언 크림치즈에 이어 두 번째로 인기가 많은 빵인데 왠지 안 끌려서 아직 먹어보지 않았네요. 어떤 맛인지 대충 알 것 같아서요. 그래도 혹시 내가 생각한 맛이 아닐 수 있으니 어쩌면 언젠간 먹어볼지도 모르겠습니다.


맛있는 빵 먹기 직전의 살짝 행복하면서도 왠지 시큰둥한 순간. (아침엔 입맛이 없습니다.)


우선 꽈배기부터 먹었습니다. 얼마 전에 너무 맛있게 먹어서인가, 이날은 그만큼의 감동은 없었습니다.


다음은 명란에그마요. 성심당의 명란바게트(가족 중 저 혼자 맛있다고 하는)가 떠올라서 기대를 갖고 사봤습니다. 3,900원이었고 영양 넘치는 아침식사였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명란젓 부분에서 살짝 비린 향이 느껴졌습니다.  


이날의 이야기는 https://youtu.be/LBJ4XwuWsRg 에서 좀 더 간단하고 생생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얘기가 좀 뒤로 밀려 있는데 인스타와 트위터에서는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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