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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먹이곤충

밀웜에게 쓸 밀기울 찾기와 밀웜 집 청소 (대전 한민시장, 못난이 꽈배기)

by 라소리Rassori 2019.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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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2일

밀림펫에서 밀웜을 사 온 뒤, 작은 실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밀기울을 함께 구입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대전에는 희귀 동물 샵이 밀림펫과 정글펫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저는 거의 그 중간쯤에 살아서 아쉽게도 둘 다 먼 위치에 있습니다. 단지 밀기울만 사기 위해 멀리까지 가기는 그래서 그나마 가까운 편인 한민시장 쪽에 방앗간을 한번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평생 방앗간에 갈 일은 없었는데 밀웜 밥을 사기 위해 이렇게 가보게 되었네요. 한민시장 앞쪽에서부터 큰 방앗간이 있어서 밀기울을 구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밀기울은 없더군요. 요즘 그걸 누가 만들어? 그거 아무도 쓰는 사람 없어, 라는 소리를 사장님이 아닌 앞 가게 분께 들었습니다.


지도 검색을 해보니 시장 안이나 주변에 방앗간이 의외로 많아서 좌절하지 않고 계속 찾아다녀 보았습니다. 그러나 모두 밀기울이 뭐냐고 저에게 되레 물으시더군요. 처음 듣는다고 하시면서 말이에요. 저 역시 이번에 밀웜에 대해 검색해보면서 생전 처음 들은 단어여서 뭔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이름도 어려워서 다들 한 번에 알아듣지도 못하셨습니다. 이날 밀기울 세 글자를 얼마나 여러 번 또박또박 외쳐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죽어도 안 외워져서 폰에 메모까지 해왔었는데 그렇게 외치는 과정에서 확실히 머리에 박히게 되었습니다.


엿기름을 사도 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왠지 오기가 나서 계속 밀기울만 찾아다녔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60대 정도의 방앗간 사장님은 "그게 뭐야?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그 이름이 맞는 건지 지금 전화해서 엄마한테 다시 물어봐,"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엄마 심부름 온 사람으로 보였던 걸까요? 나이 배 터지도록 먹고 그런 말을 들으니 좋다기보다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재래시장에 가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한민시장이 작은 시장처럼 보여도 은근히 커서 이곳에 온 목적을 잊고 다양한 먹거리를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장에서 유명한 못난이 꽈배기입니다. 제가 사진을 찍자마자 바로 제 앞에 네 명이 줄을 섰습니다.


얘기만 들어보고 아직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저도 얼른 줄을 섰습니다. 누가 맛있다고 한 것을 보면 나도 먹어봐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그렇게 먹어봤을 때 제 입맛에 딱 맞는 경우는 20% 정도밖에 안되는데도 말이죠. 30% 정도는 "나쁘진 않네," 나머지 50% 정도는 "이게 뭐가 맛있다는 거야," 하고 실망을 하는데 그럼에도 맛집 도전은 멈출 수 없습니다.
  


유명해지면 비싸게 파는 경우가 많던데 이곳은 가격이 착합니다. 혼자 먹기에 3개는 많지만 별생각 없이 그냥 세 개를 사버렸습니다.


윤씨네 떡볶이도 맛있다고 들었습니다. 잔치국수라든가 순대라든가 뭐라도 먹어볼 생각이었는데 문을 닫아서 못 먹고 말았습니다. 설마 완전히 닫은 건 아니겠죠? 혹시 다음에 갈 일 있으면 간판에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보고 가야겠습니다. 


맛있어 보이는 반찬집도 많고 해서 샛길로 자꾸만 새다가 결국 지쳐서 그냥 대충 엿기름을 사기로 했습니다. 내가 왜 밀웜을 위해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 잠시 의아해진 순간이었습니다.


엿기름도 처음 들었을 땐 물엿이나 조청 같은 것이 떠올랐는데 그런 것을 밀웜에게 줄리가 없다는 생각에 검색을 해보니 사진에 나와있듯 이런 것이더군요. 이런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건지 궁금해서 엄마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밀기울은 모르시는데 엿기름은 알고 계셨습니다. 게다가 며칠 전에 샀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밀웜을 키우지도 않는 엄마가 왜 엿기름을 산 거냐고 물으니 식혜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하셨습니다. 요리 쪽으로는 정말 소질이 없는 분인데 이런 재료를 사셔서 식혜를 만드셨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멀리 살아서 엄마가 정말 식혜를 만드신 건지, 과연 그 맛은 어떤 것인지 아쉽게도 확인해 보진 못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엿기름은 500그램에 3천 원이었습니다. 방앗간 사장님께 이건 무슨 곡식이냐고 여쭤보았더니 보리라고 하셨습니다. 이거라도 구해서 다행이었으나 밀웜은 2천 원치 샀는데 밀웜의 먹이 겸 바닥재인 엿기름은 3천 원이라니, 뭔가 조금 이상한 소비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키우는 애들을 잘 사육하기 위해서이니 나쁘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겠죠. 엄마가 그런 거 할 바엔 자꾸 차라리 산에 가서 쓰레기나 주으라고 하셔서 그게 좀 짜증이 날 뿐입니다. 엄마나 키우는 다육이들 그만 들여다보시고 차라리 산에서 쓰레기 주우라고 반박했습니다. 크게 웃으셔서 왠지 간만에 효도를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바로 밀웜 집을 청소해주기로 했습니다. 하나하나 핀셋으로 집어서 다른 통으로 옮기고, 원래 깔려 있던 것은 버렸습니다.


버리면서 가장 밑바닥에 깔린 것들을 자세히 봤는데 밀웜의 배설물이었습니다. 작고 동글동글한 것이 그다지 더럽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밀웜은 냄새도 안 나고, 먹는 음식도 정갈하고, 가만히 보면 참 깨끗한 곤충인 것 같습니다. 딱히 사람이 못 먹을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나중에 밀웜으로 만든 음식을 먹을 기회가 되면 꼭 도전해 볼 계획입니다.


밀웜은 50~60마리밖에 사지 않았기 때문에 옮기는데 그리 힘들진 않았습니다. 밀웜의 수가 적은 만큼 엿기름도 생각보다 꽤 오래 쓸 것 같아요. 곡식류이니만큼 유통기한도 길 듯합니다. 밀웜에게 신선하고 좋은 것을 먹여야 내 소중한 절지동물들에게도 좋을 테니 여러모로 신경을 쓰게 됩니다. 

밀웜을 깨끗한 엿기름 바닥재로 옮겨주고 나니 기분이 후련해졌습니다. 최근 계속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바빠서 제 방은 폐허가 되었지만 그래도 밀웜이라도 깨끗한 곳에 살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귀찮은 일들을 잠시 잊고 이제 찹쌀꽈배기를 먹을 시간입니다.


이름대로 생김새는 못 봐줄 수준입니다. 그러나 먹어 보는 순간엔 아 이래서 유명하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전 서울 광장시장 꽈배기가 더 맛있긴 했지만 못난이 꽈배기도 다른 것과는 구별되는 특별함이 있었습니다. 일단 아주 많이 쫄깃합니다.


채소류를 잘 먹지 않는 편이다 보니 메뚜기 주려고 샀던 상추는 썩어가고 있습니다. 밀웜 먹이로 산 호박과 당근은 썩기 전에 얼른 제가 먹어야겠습니다. 뜻밖의 채소 섭치가 되겠네요. 절지동물을 키우는 것은 알고 보면 이렇게나 좋은 일이랍니다.

오늘의 교훈은 "밀웜을 살 때 밀기울도 함께 사자," 이고요, 이날의 이야기는 제 유튜브에서 더 생생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글거리는 밀웜이 나오니 주의해주세요. 
https://youtu.be/I3NQ7UhQhPQ

그럼 오늘도 모두 좋은 시간들 되시길 빕니다.

추가: 그 후 옥션에서 밀기울을 좋은 가격에 구매했습니다. 집에서 편하게 받아 보았네요.

2020/01/05 밀웜 및 귀뚜라미 먹이 밀기울 온라인 구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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