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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지네

더쥬에서 마하로나 오렌지 지네 유체 입양

by 라소리Rassori 2019.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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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의 일인데 이제야 적습니다. 빨리 실시간으로 따라잡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요.

오늘은 저의 첫 더쥬 온라인 주문 후기를 적어보겠습니다. 더쥬와 더쥬 사장님인 다흑님은 아마 지네를 검색해서 이 포스팅을 보고 계시는 분이라면 다들 아실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엔 언젠가부터 지네에 빠져서 지네 관련 글과 영상들을 뒤져보던 중에 다흑님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더쥬 홈으로도 들어가서 생물과 생물 관련 제품들을 찾아보게 되었죠.

제가 주문한 것은 핀셋과 마하로나 오렌지 지네 유체였습니다. 검색해 보니 왠지 많이 사지 않는 종류 같기도 하고 어느 나라 지네인지를 포함해서 정보도 찾기 힘들고 해서 많이 망설이다가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지네 초보이다보니 어떤 녀석이든간에 그냥 정성을 다해서 한번 키워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종을 따지는 것은 지네 사육에 좀 익숙해지면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요.

일단 핀셋입니다. 아마존 롱 핀셋이라는 제품이었구요, 일본 글씨가 적혀있지만 너무 욕하진 마셨으면 합니다. 딱 제가 원하는 핀셋이 은근히 찾기가 힘들더군요. 전 나무를 원했기 때문에 이것도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나마 제 눈에 띈 것 중에서는 제가 원하는 것에 가장 가까워서 고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밀웜이든 귀뚜라미든 손으로도 잘 잡고, 가위로도 잘 자르고, 즙이 손에 묻어도 그냥 휴지에 슥슥 닦고 마는 정도가 되었지만 이걸 주문할 당시만 해도 가능한 한 가장 긴 핀셋을 사서 먹이 벌레와 멀리 떨어지고 싶었습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지네나 타란툴라에게 물릴 가능성을 줄이려면 짧은 것보다는 긴 것이 훨씬 안전할 것입니다.

처음엔 핀셋이 없어서 그냥 집에 있는 눈썹 핀셋을 썼는데 정말 벌레에는 쓰지 못할 물건이더군요. 잘 안 잡히고 벌레가 자꾸 빠져나가서 괜히 혈압만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 핀셋은 앞쪽에 거친 홈이 파져 있어서 미끈한 밀웜도 꽉꽉 잘 잡히고 아주 좋았습니다. 작은 단점이 있다면 좀 무겁다는 것인데 이건 물건의 문제가 아니라 제 문제인 듯합니다. 손 놓아버린 아령 운동을 다시 해서 팔에 힘을 좀 키워야겠습니다.

가격은 8천원이었는데 완전히 같은 물건이 홈플러스에서 7천 원에 팔리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는 조금 좌절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돈보다는 가까운 홈플러스에서 살 수 있었던 것을 굳이 온라인으로 주문했다는 사실에 제 자신을 타박했습니다. 분명 얼마 전 메뚜기 사육장 사러 홈플러스 갔을 때도 사육장 바로 위에 있었을 텐데 어떻게 못 볼 수 있었는지, 제가 정말 관찰력이 나쁘긴 나쁜가 봅니다.

이 부분에서 혹시라도 더쥬에서 물건을 더 비싸게 판다는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온라인 샵들 조금만 뒤져보면 아시겠지만 더쥬의 가격이 결코 나쁜 가격이 아닙니다. 다른 곳에 없는 물건들도 많고, 다흑님이 좋은 일도 많이 하시는 분이니 저 개인적으로는 쇼핑을 해도 돈이 아깝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 곳입니다. 다만 질문게시판의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늘 느끼고 있습니다. (2019년 11월 현재 시점) 궁금한 거 묻기 위해 바쁘신 분에게 전화하기도 그렇고, 카톡도 질문은 받지 않는다고 하셔서 이 점이 더쥬의 가장 불편한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은 스티커형 온도계입니다. 이건 제가 산 게 아니라 입금 확인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겨서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주신겁니다. 사실 서비스를 주셔야 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었는데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

온도계 뒤에 있는 종이를 벗겨내면 스티커가 되는데 그걸 그대로 어항이나 파충류 사육장에 붙이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집에 따로 온도계가 있는데다가 세밀하게 온도를 봐야 하는 생물은 키우지 않고 있어서 그냥 책상 뒤에 세워놨습니다.

화씨가 옆에 표시 되어 있는 것이 저에겐 너무 편한 점이네요. 미국이 하필이면 화씨를 써서 저는 화씨에 익숙한 사람이 되어 한국에 돌아온 상태입니다. 한국에 지금 2년 넘게 있었는데도 아직까지도 화씨 온도를 봐야만 옷을 어떻게 입고 외출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온도계를 보면서 열심히 외워봐야겠습니다. "화씨 74도는 섭씨로 23도",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참고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입니다.) 

이 온도계는 초록색 표시가 되어 있는 부분을 보면 되는데, 위의 사진은 26도가 초록색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잠시 손안에 넣었다가 다시 보니까 아래 사진처럼 28도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스티커라서 가볍고 신기하긴 한데 솔직히 온도가 확 눈에 띄는 제품은 아닙니다.


그다음으로는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마하로나 오렌지 유체입니다. 너무 작고 귀여워서 직접 보면 절로 돌고래 소리가 나옵니다. 몸길이가 제 새끼손가락 전체가 아닌 한 마디 약간 넘는 정도랍니다. 휴지 안쪽에 더 편한 곳도 많았는데 지네 스스로 굳이 저곳에 자리를 잡고 있더군요. 지네는 자기 몸보다 더 납작한 틈도 통과할 수 있다고 하니 저렇게 있어도 불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포스팅에서 소개드렸던 제가 잡은 왕지네 유체도 묵직한 돌 아래에서 발견했으니까요.


약간의 고생 끝에 휴지에서 떼어낸 뒤 밀웜을 잘라서 먹였습니다. 처음엔 안 먹고 도망다니다가 밀웜 즙을 입에 대자마자 광적으로 달려들었습니다. 영상은 유튜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RDvki4zCq9A


항상 저렇게 게걸스럽게 먹는 것은 아니니 주의해 주세요. 현재까지 약 한달 간의 관찰 결과, 저렇게 먹으려면 한 일주일 굶어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먹이는 것이 지네에게 맞는 것 같아요. 안정된 환경에서 탈피도 해야 하고 하니 습도 조절만 해주면서 좀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게 좋을 것입니다.

참고로 위의 사진은 제가 처음 한국 왔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속아서 샀던 엘지 G5 폰의 수동 모드로 찍은 것입니다. 현재 쓰고 있는 삼성 노트10+는 아주 작은 것을 저렇게 찍어내지 못하고 색도 저렇게 표현되지 않습니다. 수동 모드로도 찍어보고 해도 사물의 크기가 너무 작아버리면 도무지 포커스가 맞춰지질 않더군요. (속이 터집니다.)


아래가 노트10+로 찍은 것입니다. G5로 찍을 때보다 조명을 더 많이 쏘아도 애들이 원래의 색깔과는 거리가 멀게 표현이 되었습니다. 잠시 폰 카메라 얘기로 빠졌는데 왼쪽 녀석이 제가 잡아온 왕지네 유체입니다. 이 녀석이 들어있는 통 높이가 더 높아서 착시 현상이 있는데, 두 지네는 같은 테이블(같은 높이) 위에 있습니다. 왕지네가 많이 더 커 보이지만 이 녀석 역시 고작 제 새끼손가락 길이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그만큼 마하로나 오렌지가 작습니다.

이때는 제가 지네에 대해 열심히 검색을 해보고 공부를 하는 중이었어도 모르는 게 많은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틀에 한 번씩 꺼내서 이런 식으로 밥을 주는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죠. 인터넷에서 계속 정보를 찾아 보다가 이렇게 하면 지네가 스트레스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초반에 실수를 바로잡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3일에 한 번씩, 자른 밀웜을 조용히 통에다 넣어두고 있습니다. 지네에겐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안 먹는 경우가 훨씬 많아서 버려진 밀웜이 지금까지 셀 수가 없습니다. 정말 가끔 조금 먹어준 흔적이 보이긴 하는데 그 흔적이란 것도 사실 그렇게 확 드러나는 게 아니라서 얘들이 밥을 먹고 있는 건지 애매한 상황입니다.

얼마 전엔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절지동물은 성체보다 유체가 몇 배는 더 키우기 힘들다", "나는 지네 유체 키우는 것마다 다 죽었다", "유체 몇 마리 있었는데 다 탈출하고 없다", "습도랑 환기 제대로 맞춰주기 힘들다", 등의 글들을 보았습니다. 지금 제가 한 달 정도 키워보니 다 너무 공감이 가는 말들입니다. 절대 쉽지 않습니다. 적어도 10cm는 되는 애들을 키우는 게 편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답니다. 그래도 정성껏 돌보고 있는데 제발 성체까지 잘 살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키우면서 알게 된 내용들을 계속 공유하면서 더 설명하겠지만 일단 제가 느낀 가장 중요한 것을 말씀드리자면, 절대 흙이 푹 젖도록 하지 마시고 돌 사용하지 마세요. 지네가 습기를 너무 좋아해서 물은 꼭 있어야 하지만 따로 두시고, 흙은 살짝 촉촉한 정도를 넘어서면 진균이라는 것 때문에 위험해지니까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다음에 지네 얘기 나올 때 더 자세히 얘기하겠습니다. 다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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