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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쥐미 사육 일기 20200201-15

by 라소리Rassori 2020.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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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절지동물에 관련된 것입니다.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주세요! 부디 원하시는 분들만 봐주세요.


1월이 가고 2월이 되었어요. 수명이 짧은 곤충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흘러간 거죠.

나이는 들었지만 변함없이 제 손 위에서 열심히 그루밍을 하는 쥐미입니다. (쥐미의 왼발을 주목해주세요.)


힘을 꽉 주고 제 손에 붙어 있느라 꼬부라진 발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사마귀도 고양이처럼 발톱으로 잡았다 뗐다를 할 수 있어요. 발톱으로 뭔가를 꽉 잡고 있으면 그걸 펴서 놓아줄 때까지는 잘 안 떨어집니다.

발이 너무 작아서 발톱이 어떤 식으로 구부러지는지는 보기 힘들어요. 대신 저의 피부를 잡고 있을 경우 안 떨어지려고 할 때는 피부가 늘어나는 것으로 쥐미가 발톱을 구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쥐미가 놓아주는 순간 피부도 해방이 돼요. 상처는 나지 않고, 보통은 별 느낌이 없어요. 가끔 살짝 따끔할 때는 있습니다.

사마귀는 어두워지면 눈이 까매진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죠? 그때 다들 무서워하실까봐 쥐미의 뒷모습만 올렸는데 의외로 앞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완전히 눈 전체가 까매진 모습은 아니지만 올려봅니다. 빛이 닿으면서 눈 가쪽부터 다시 색이 연해지고 있는 모습이에요. 

(쥐미가 올라가 있는 건 저의 손등입니다.)

어쩌다 얼굴의 한쪽만 빛이 닿을 땐 한쪽 눈만 까매지기도 한답니다.


아래는 맛있게 파리를 먹는 모습이에요. 1월에 샀던 구더기를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실온에 둬서 번데기가 되게 하고, 또 파리가 되게 한 것이에요. 파리가 워낙 작아서 한 번 먹일 때 두 마리씩 먹였습니다.


구더기가 냉장고 문쪽에서 한 달쯤 버틸 수 있어서 이렇게 2월에도 파리를 먹이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구더기 시절 때 썩은 고기를 먹이지 못해서인지 부화율이 그리 높진 않았어요. 총 열 마리도 못 먹였던 것 같네요. 



하루 굶고 이틀 후 또 맛있게 파리를 먹었어요. 걸을 때 쓰는 앞발은 위로 착 접어두고 낫으로 먹이를 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물방울 같은 쥐미의 눈)


램프에 설치해둔 망과 램프 위쪽에 올라가는 걸 좋아하는데 한참을 그냥 보고만 있어요. (아래 사진)

무정란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배가 점점 무거워지니 예전처럼 많이 돌아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날개를 사용해서 점프도 하곤 했는데 이때쯤부터는 날개 쓰는 걸 보기 힘들어졌어요. 

(그래도 매일 열심히 올라가긴 했어요.)


잘 시간이 되어 쥐미를 사육통에 넣어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벽에 붙어 있길래 얼른 찍어보았습니다. 쥐미를 이 각도에서 찍을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거든요. 약충 때는 벽에 곧잘 붙어 있었는데 성충이 된 후엔 몸의 무게 때문인지 잘 안 하게 되었어요.

그날 찍은 쥐미의 멋진 이중 톱날을 공개합니다. 🤭

앞 다리 두 번째 마디 안쪽에는 낫 끝을 집어넣는 공간도 있어요. 전 처음에 저기가 다쳐서 움푹 들어간 줄 알고 깜짝 놀랐답니다.



앗,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가슴팍에 숨구멍 두 개가 사라졌어요! 살짝 흔적만 남아있네요. 약충 때는 분명 있었는데 무슨 일일까요?


눈을 씻고 봐도 없습니다. 성충이 된 지 한 달이 넘은 시점인데 가슴팍에 구멍이 없어진 걸 이제야 발견했어요. (잠시 복습: 중간 다리 아래쪽 길쭉한 구멍은 사마귀의 귀입니다.)


아래는 2019년 12월 초, 쥐미가 약충이었을 때의 사진입니다. 가슴팍 아래쪽에 분명히 숨구멍이 두 개 있죠? 성충이 되면 저게 닫히나 봅니다. (대박...) 

(위의 사진이 나왔던 쥐미 약충 시절 포스팅 https://rassori.tistory.com/84)


날개가 시작되는 부분 바로 위 옆구리에 보면 양쪽으로 구멍이 또 있는데 이건 약충 때도 있었지만 성충이 되면서 더 커졌어요. 사마귀는 배와 가슴에 난 기문으로 호흡을 하는데 이 구멍도 호흡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 아닌 배가 커져서 슬픈 곤충...


수컷 사마귀를 만난 것도 아니고 닭인 것도 아닌데 왜 무정란이 생기는 걸까요? 쥐미 입장에서는 당연한 건지 몰라도 사육자의 입장에선 무척 불만스러운 일입니다. 계속 키우다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되려나요.


쥐미는 자기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요?

짧은 충생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신나게 놀다 가면 좋을 텐데 이때쯤부터는 움직임이 많이 불편해져서 잘 놀 수가 없게 되었어요. 제가 먹는 걸 줄여서 밥 먹는 즐거움도 줄어들게 되었고요.

(쥐무룩...)


이틀에 한 번 피딩하면서 전날 굶은 것이 불쌍해서 밥을 좀 많이 준 것이 무정란이 생기는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어요. 아니면 원래 이런 속도일까요? 더 많은 암컷 사마귀들을 키워보기 전까진 알 수가 없네요.

아래는 램프 위쪽에 있는 망에 올라가서 더듬이를 다듬는 쥐미입니다.

더듬이를 다듬는 모습은 어릴 때 몇 번 보고 이때 처음 봤어요. 이 이후로도 본 적이 없네요. 귀뚜라미들은 자주 하는 행동인데 사마귀는 그렇게 자주하진 않나봐요.


더듬이 청소 끝!


아래는 제가 발가락을 움직이는 것을 보고 "먹이인가? 적인가?" 하고 놀라는 쥐미예요. (물론 저 본인피셜ㅋ)

착시현상으로 보이는 까만 눈동자(?) 때문에 카메라 쪽 근처를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고개가 가 있는 방향, 즉 아래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날도 미치니의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네요.)

쥐미 너무 순수하죠?

오늘은 요기까지 할게요. 쥐미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따라잡도록 열심히 또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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