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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쥐미 사육 일기 20200216-20 사마귀에게 물렸을 때 빠져나오는 방법

by 라소리Rassori 2020.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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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에 약하신 분들은 살포시 건너뛰어 주세요. 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곤충 애호가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건 아주 셉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셨던 질문을 주제로 글을 적어보겠습니다.

바로 "사마귀 안 물어요?"라는 질문입니다.

제가 예전에 쥐미가 약충 때 손등을 물렸던 얘기를 그림일기를 통해 해 드렸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제 손등에 물이 묻어 있었는데 쥐미가 그걸 마시다가 고기(?)가 있는 것을 눈치채고는 앙앙 물었었죠.

그때는 따끔하긴 했는데 손에 상처가 나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성충이 되니까 얘기가 달라지더군요.

사마귀 안 무냐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드릴게요.

뭅니다! 피가 터질 정도로요. 날아가는 벌새를 낚아채서 먹는 사마귀도 있다고 하니 절대 가볍게 볼 수준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쥐미 사육 일기를 쭉 봐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뒤늦게 쥐미의 식사량을 줄이게 되었어요. 이틀에 한 번씩 잔뜩 주다가 뱃속에 무정란이 차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는 그 뒤로 배가 너무 부르지 않을 정도로만 주게 되었죠.

그런데 늘어가는 무정란 때문인지 쥐미는 더더욱 밥을 원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사마귀는 알을 낳고 나면 오래 살지 못해요. 알을 몇 번씩 낳긴 하는데 마지막 산란을 하고 나면 2주 후쯤 죽는다고 해요.

쥐미는 이미 곤충으로서 살만큼 살았고 죽어도 억울할 일은 없긴 한데, 그래도 계속해서 밥을 많이 먹이는 건 왠지 죽음을 재촉하는 일 같아서 식사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제가 쥐미한테 제대로 물렸던 날의 얘기를 시작할게요. 



2월 16일

쥐미가 하루 굶고 나서 즐거운 식사 시간을 앞두고 있을 때였습니다.

보통 쥐미는 아침엔 목이 아주 마른 상태이기 때문에 저는 매일 일어나자마자 쥐미에게 물부터 먹여요. 벽에 물을 뿌려두지만 아침이 되어서 보면 다 말라있으니 제가 얼른 먹여줘야 합니다. 물그릇은 둬 봐도 안 가더라고요. 정말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목이 마르다면 갈지 모르겠지만요.

물은 약충이었을 땐 손을 깨끗이 씻은 뒤 손가락 끝에 물방울을 만들어 주면 입을 오물오물거리면서 마셨어요. 그러다가 언젠가부터는 생수병 뚜껑에 물을 담아서 먹이고 있어요. 혹시 제가 며칠 집을 비우면 물그릇으로 가서 물을 마셔야 하는데 쥐미가 그 방식에 익숙하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연습을 시킬 겸 그렇게 물을 먹이는 걸로 바꾸었어요.

물을 먹이려면 일단 쥐미를 사육통에서 꺼내거나 물그릇을 들고 사육통 안으로 손을 넣어야 합니다.

이날은 쥐미를 꺼내서 물을 먹이려고 손을 넣었는데, 갑자기 쥐미가 제 새끼손가락을 낫으로 콱 잡더군요. 너무 배가 고프니까 눈이 돌아간 거예요.

저는 약충 때의 쥐미를 생각하고는 "에휴, 네가 물어봤자..."하고 대수롭지 않아 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으니 손가락에 겉피부가 뜯겨나가고 있더군요. 

사람이 아래위로 턱을 움직여서 씹는다면 사마귀는 "씹는다"기보다는 가로로 작은 낫 두 개를 사용해서 "잘라요." 그렇게 제 피부가 삭삭 잘려가고 있었어요.

헐 하고 놀라서 쥐미의 엉덩이를 톡톡 치고 말로도 달래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평소의 스윗한 쥐미는 온데간데없고, 극심한 허기에 완전히 이성을 잃은 한 마리의 맹수만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때 마침 제가 쥐미 먹이려고 미리 잘라둔 갓 탈피한 성충 크기의 귀뚜라미가 있었었어요. 그걸 다른 손으로 잡아서 일단 쥐미 입에 물리고 제 손가락에도 일부를 붙여두었습니다.


근데 도무지 낫을 풀어주질 않았어요. 사진에선 왼쪽만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쪽으로 콱 움켜쥐고 있었거든요. 손을 흔들수록 더 콱 쥐어서 우와 이거 진짜 큰일났다 싶었어요. (이 와중에도 사진 찍을 여유는 있었답니다.😂)

야생에서 이랬다면 사람들은 사마귀를 다치게 했겠지?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람은 그냥 손에 구멍 좀(?) 나는 걸로 끝나지만 사마귀는 생명이나 마찬가지인 두 낫을 잃거나 죽임을 당하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입에 문 거랑 제 손에 붙여둔 건 금방 쥐미의 뱃속으로 들어갔어요. 그 뒤로도 쥐미는 맹렬하게 자기가 이빨로 파던 곳을 다시 파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조금만 더 들어가면 피가 터질 것 같아서 일단 다른쪽 손의 검지로 쥐미가 상처 내고 있는 곳을 막았어요. 저의 손톱이 쥐미의 공격을 받는 상황이 된 거죠. 아무리 사마귀 턱이 강해도 사람의 손톱은 뚫을 수 없더군요. (당연...) 손톱은 쥐미의 입이 가는 방향으로 요리조리 옮겨야 했어요. 제가 막고 있는 쪽은 포기하고 그 바로 옆을 먹으려 하더라구요.
 
그런데 자꾸 그렇게 쥐미의 입을 막다 보니 제 손톱에 쥐미 이빨이 다칠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일단 낫에서도 풀려나야 하니 빨리 머리를 굴려야 했어요.

그러다 물이 떠올라서 얼른 싱크대로 달려갔어요. 물을 맞으면 쥐미가 놓아줄 것 같았거든요.

물을 세게 틀면 쥐미의 더듬이가 다 떨어져 나갈 테니 아주 약하게 틀었습니다. 그러고는 쥐미의 얼굴 쪽보다는 그 바로 아래 목 쪽에 물을 맞게 했어요. 

물을 맞아본 경험이 처음이라서인지 쥐미가 얼떨떨해하면서 천천히 낫을 놓았습니다. 마음껏 먹은 귀뚜라미 덕에 허기도 가셨는지 그제야 정신이 좀 돌아오는 것 같았어요.

낫에서 풀려난 뒤엔 쥐미의 젖은 몸과 날개를 키친타월로 열심히 닦아줬어요. 너무 굶겨서 벌어진 일인데 몸까지 흠뻑 적셔놓아서 엄청 미안하더라구요.


제가 닦아줬지만 스스로도 열심히 그루밍을 했습니다.


벗겨져서 너덜너덜해진 살을 정리한 뒤 찍은 저의 새끼손가락이에요. 위아래로 두 군데 뜯겼습니다. 다행히 피 터지기 전에 일을 수습할 수 있었네요.
 


나중에 인천에 와서도 또 너무 굶겨서 물렸는데 그때는 분무기로 물을 살살 뿌리니 놓아줬어요. 대신 그때는 오른쪽 넷째 손가락 손톱 바로 아래에 약한 살을 물려서 바로 피가 터졌습니다.

근데 상처는 나으니 상관없어요. 크게 아픈 것도 없고요. 다만 보통 이런 일이 벌어지면 사마귀를 죽이는 일이 많을 것 같아서 그게 좀 마음이 쓰였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이런 강한 동물에게 매력을 많이 느껴요. 키우면서 좀 물리는 정도의 고통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요. 개의 경우엔 물리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지만 이건 그런 경우는 아니잖아요. 이번 일들로 인해 사마귀에 대한 공포심이 생기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어요. 사람의 살도 뜯을 수 있는 곤충이라니, 강력한 모습에 오히려 더 취향 저격 당했습니다.

그때의 제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해봤어요. 사마귀가 평소엔 그냥 역삼각형 얼굴인데 뭘 씹을 땐 저렇게 입이 양쪽으로 벌어져요. 이것 역시 정말 멋진 부분입니다.


사마귀에게 물렸을 때 빠져나오는 방법 정리할게요. 성인 사육자 기준으로 사마귀를 다치게 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에요.

1. 일단 손을 최대한 쫙 펴서 사마귀가 물기 힘들게 만들고, 빨리 사마귀의 입을 손톱으로 가로막는다. "그래 먹을테면 먹어라,"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다. 

2. 손톱으로 방어를 해가며 어서 물을 찾는다. 분무기를 써도 되고 싱크대 수돗물을 써도 되지만 최대한 살살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더듬이가 다 떨어진다. 

혹시 다른 좋은 방법을 아시는 분은 댓글이나 rassori888 지메일로 방법을 공유해주세요.

또 다른 불확실한 방법도 하나 있어요. 얼마 전에도 또 쥐미가 물 뻔했는데 그때는 바로 손을 쫙 펴면서 어깨 쪽에 뽀뽀를 해줬더니 바로 공격을 멈추었습니다.


사마귀가 무는 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에요. 심하게 배가 고플 때나 하는 행동입니다. 위협을 당했을 때도 공격할 수 있고요. (야생에서 보더라도 겁을 주면 안돼요.)

지금의 쥐미는 밥을 많이 먹이면 수명이 빠르게 단축되는 상황이에요. 그래도 영 쫄쫄 굶기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마시구요.

사마귀 성충에게 이틀에 한 번 피딩은 일반적인 경우에 권하는 것이지 그것이 모든 사마귀에 옳은 방법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저는 제 나름대로 쥐미의 상태를 봐가며 하루에 한 번 조금씩 먹이는 걸로 방법을 바꾸었습니다. 그냥 제가 판단하기에 가장 쥐미에게 맞는 방식으로 사육하고 있어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어차피 꽤 오래 살았기 때문에 사실 지금 죽어도 아쉬울 건 없거든요. 하는 데까지 하는 거죠. 


아무튼 다시 대전에서의 얘기로 돌아와서요,


사랑스럽게 쉬고 있는 쥐미의 모습입니다. 폭주한 뒤 이성을 되찾고 다시 새초롬하게 돌아왔어요.


저번에 잠깐 언급했던 낫 넣는 곳을 자세히 보여드릴게요. 아래 사진에서 두 번째 마디 안쪽에 보면 까맣게 쏙 들어간 데가 있죠?


거기가 바로 낫을 넣는 곳이에요.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2월 17일

컴퓨터 하는데 와서 붙어서 발 그루밍하고 있어요.


2월 19일

빨래망에서도 발 그루밍을 합니다. 하루에 열 번 넘게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 탈피하다가 다쳤던 부분도 가끔씩 이렇게 찍어봅니다. 무릎 아래에 노랗게 볼록한 부분이에요.


2월 20일

이 각도에서 보니 눈이 볼록볼록 신기하게 보여서 찍어봤어요.


그리고 2월 21일... 인천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한 날 사진은 저번에 쥐미 Q&A 시리즈에서 보여드렸죠? 송도마트에서 연어회 먹은 것도 이미 올렸구요.

다음 쥐미 일기는 그 날의 일들을 제외하고 이어가도록 할게요. 이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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