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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대전 롯데백화점 아딸허브 (떡볶이, 찰순대, 튀김)

by 라소리Rassori 2019.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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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순대가 먹고 싶어진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때 마침 저는 대전 롯데백화점 근처에 있었는데 혹시나 지하 푸드 코트에 순대가 있을까 싶어서 한번 내려가 보았습니다.

수많은 가게가 있으니 그중에 분식도 있을 것 같았는데 조금 어렵게 한 군데를 찾았습니다. 어묵이 쭉 나열되어 있길래 어묵 전문집인 줄 알고 계속 그냥 지나치다가 "만원의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떡볶이, 찰순대, 튀김을 세트로 판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위의 사진에 저 간판도 잘 눈에 띄지 않는데다가 아딸허브라는 이름도 분식점이 떠오르는 이름은 아니긴 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관찰력이 좀 떨어지는 것이 문제였지만요.

어쨌든 세트 메뉴에 혹해서 "만원의 행복 주세요,"라는 어딘가 민망한 주문을 던지고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식사 시간대가 아니었고 손님도 없어서 음식이 금방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제가 앉자마자 갑자기 손님들이 몰렸습니다. 포장 줄도 점점 늘고 제 옆에도 손님들이 하나둘씩 앉기 시작했습니다. 

일하는 분이 두 분인 것 같았는데 나머지 한 분은 제가 다 먹은 뒤에야 오셔서 한 분이 계속 일을 하셨습니다. 음식도 하나씩 긴 텀을 두고 차례로 나왔고요. 떡볶이 퍼준 뒤 포장 손님 주문 받고, 또 다른 손님 주문 받고, 한참 뒤에 제가 주문한 튀김을 내주고, 포장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준비하는 그런 정신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그래도 눈앞에 떡볶이가 나온 뒤부터는 먹느라 다른 데는 신경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떡볶이 중에서 보면 고추장 맛이 맛깔스럽게 나는 거 있잖아요? 그런 떡볶이였습니다. 많이 맵지 않은 점도 저에겐 다행이었습니다. 떡볶이가 포장 그릇에 담겨 나온 이유는 남긴 건 싸가겠다고 제가 미리 말씀을 드린 탓이었습니다. 일하시는 분이 퍼담으시면서 아차, 하셨네요. 별로 개의치는 않았습니다.

저에겐 40년을 넘게 살면서 느낀 가장 큰 행복 중 하나가 폰이나 컴퓨터(옛날 같으면 TV)를 보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을 이날도 느꼈답니다. 예전엔 응석이랄까, 그런 것에다 겁 많고 낯가림까지 심해서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지 못했는데 지금은 많이 과감해져서 곧잘 먹습니다. 무엇보다 요즘은 혼밥하시는 분들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어서 저도 좀 더 자연스럽게 그에 섞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떡볶이 다음으로는 튀김이 나왔습니다. 튀김은 다섯 가지를 고를 수 있어서 저는 고구마 하나, 김말이 둘, 그리고 오징어 둘을 선택했습니다. 제 옆자리에 앉으신 60대 정도의 여자분은 야채튀김만 다섯 개를 고르시던데 저도 야채튀김을 하나 할 걸 그랬습니다. 

튀김은 맛은 있었는데 너무 돌처럼 딱딱했어요. 이렇게 딱딱한 튀김은 처음 먹어봤습니다. 웬만하면 좀 못마땅한 것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는 편인데 이건 직원분께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꿔달라고 하지는 않았고, 계산하고 남은 거 포장해서 갈 때 유하게 말씀드렸습니다. 너무 큰 기대를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갈 땐 부드럽게 바삭한 튀김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에 온 목적인 순대는 오랫동안 기다려서 가장 마지막에 나왔습니다. 순대 맛있는 곳을 은근히 찾기가 힘들던데 여기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순대는 사실 잘 먹진 않는 음식이고 대략 10개월 만에 먹는 건데 이 날따라 왜 그렇게 순대에 꽂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장이나 폐 등 다른 내장 종류나 귀는 안 좋아하지만 간은 좋아해서 간도 좀 달라고 했는데 하필 돼지열병이 돌고 있어서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간이 빠져서 아쉬웠지만 간만에 분식을 맛있게 먹은 하루였습니다. 강력하게 추천하기는 약간 애매하지만 저는 아마 거의 분명히 다시 가게 될 가게일 듯합니다. 좀 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식사 시간대가 아니었음에도 손님이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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