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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쓰기 프로젝트/그림일기

2020년 4월 24일 그림일기 - 미용실

by 라소리Rassori 2020.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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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의 일인데 늦장 부리다가 이제야 적는다.

이날은 미용실을 갔다. 오랜만이기도 하면서, 송도로 이사 온 뒤 처음 가는 미용실이기도 했다. 

나는 머리가 어깨 밑으로 한 뼘 정도의 길이인데, 미국에서 (한인) 미용실을 가면 300불이 쉽게 넘어갔다. 팁까지 해서 500불 가까이 했을 때도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왔을 땐 미국보다 미용실이 확실히 더 쌀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대전에서 처음 갔던 미용실에서 30만원이 훌쩍 넘어버렸다. 실력 좋은 샵 부원장님이 세심하게 머리칼을 다루는 방식은 마음에 들었지만, 미국과 큰 가격차가 없다는 것에는 내심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미용실 값이 비싼 미국에선 오래 전부터 아래의 짤이 유머로 돌아다닌다. 이제 한국도 이런 짤이 생겨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나는 "머리 했다"고 말하기 전까진 사람들이 내가 머리를 한 걸 모른다.)


이번에 갔던 미용실에서는 첫 방문 할인을 받아서 20만원이 조금 안 되게 지불했다. 대신 대전에서 가던 샵만큼 마음에 들진 않았다. 모두 아주 친절하긴 했는데 모발의 질을 장기적으로 고려해주기보다는 당장 예뻐 보이는 방향으로 해주는 느낌이었다.

보조하는 분은 남자였는데(난 여자분이 편한데..) 너무 기가 죽어 있다고 해야하나? 너무 조심하셔서 마음이 좀 짠해졌다. 샴푸를 하는 내내 계속 걱정하면서 이것저것 괜찮은지를 끊임없이 물어봤다.

높임말도 뭔가 좀 이상했다. 그냥 "샴푸할게요" 하면 될 텐데 "샴푸 들어가실게요"라니.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지금껏 몇 번 보긴 했지만, 이 사람은 뭔가 너무 과하게 긴장하고 조심스러워하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너무 굽신거리는 느낌이었다.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목소리부터가 주눅이 들어 있었다. 내가 미안해질 정도였다.


손님에게 그렇게까지 숙일 필요없는데 그러는 이유는... 그러지 않으면 뭐라고 하는 진상 손님들이 있어서일까? 안타깝기도 하면서 괜히 속상해지는 일이었다. 

어쨌든 "미용"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나는 미용실에 가면 보통 클리닉과 매직을 하고 끝에 컬도 넣는데 대전에서와는 달리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자그마치 4시간을 훌쩍 넘겼다. 너무 힘들어서 그냥 머리를 밀고 가발을 쓰는 게 어떨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는 군데군데 있는 봄꽃을 구경했다. 그날따라 날씨가 흐렸지만 3월 말의 꽃들은 그 어떤 것보다도 화사했다.


 

연산홍


개나리


민들레


돌단풍


이름 모를 꽃집 앞에서도 많은 꽃을 보았다.


비단향꽃무


스타티스


라넌큘러스


프리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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