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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육 기록 등

사마귀를 찾아서 I (얌샘김밥 생등심 돈가스, 통새우 김밥)

by 라소리Rassori 2019.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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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7일

여러 일들로 인해 인생의 방황 중이던 어느 날 (참고로 거의 언제나 방황입니다),

해보고 싶었는데 못 해본 것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마귀와 절지동물 사육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되었고 SNS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어릴 때부터 곤충을 좋아했고, 특히 사마귀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곤충이었는데 그냥 무작정 키우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이때는 이미 10월 중순을 넘어서고 있었고, 사마귀들이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하는 시기였습니다. 만약 있다 해도 아마 다 죽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해 보다가, 그냥 제가 잘 아는 대전 서구에 위치한 남선공원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대단한 뭔가가 있는 곳은 아닌데 도시 내에 작은 산이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곳입니다.

 

저질 체력인 제가 느끼기에는 작은 산이지만 운동 많이 하시는 분들께는 산이라기보다는 좀 언덕 같은 느낌일 거예요. 그렇게 높지는 않거든요.

대전엔 이제 2년째 살고 있습니다. 그 어떤 연고도 없는 곳인데 예전부터 한 번 살아보고 싶었던 곳이라서 오게 되었습니다. 잠깐만 살아볼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벌써 2년이 넘었네요. 다른 동네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둔산동, 탄방동, 이쪽은 정말 살기 좋은 것 같아요. 대만족입니다.

남선공원은 4번째인가 와 보는 건데 이날 조금 흐리긴 했어도 미세먼지가 없고 날씨도 춥지 않아서 정말 좋았어요.

공원에 들어서서 얼마 안 된 시점에 엄청나게 큰 거미를 발견했습니다. 검색해보니 아마 무당거미인 것 같아요.


너무너무 크고 화려한데 사람들이 다니는 길 옆에 있어서 좀 불안했어요. 누가 와서 죽일까봐...

그러나 그런 걱정은 잠시 후 사라졌습니다. 저는 이 거미를 처음 봐서 희귀한 것인 줄 알았는데 다니다 보니 여기저기 흔히 보이더군요.

아래 사진은 또 다른 개체입니다.


이후에도 계속 나타났지만 너무 많이 보이니까 재미가 없어져서 그만 찍기로 했습니다. 독이 있긴 하지만 약해서 물려도 큰 타격은 없다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아무튼 이곳 풀숲을 열심히 뒤졌는데 나오라는 사마귀는 절대 보이지 않았어요. 모기만 폭발적으로 많았네요. 이날 엄청 물렸습니다.

마침 손목에 침을 꽂고 있길래 딱 내리쳐서 잡았습니다.


이날 사마귀 잡으러 다니고 있다고 친구에게 카톡을 했더니, 나이 먹고 뭐하는 짓이냐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이미 중년이라.

하지만 나이 때문에 해보고 싶었던 거 못해보고 죽으면 너무 슬프잖아요? 저는 그냥 사마귀를 잡고 싶고, 키우고 싶어요. 해보고 싫으면 그만둘 거고요.

털 달린 동물들은 입양했다가 파양해서는 안되지만 밖에서 잡아오는 곤충은 다시 풀어줘도 되니까 데려오는 것에 대해 마음에 부담이 많이 적은 것 같아요. 물론 희귀 동물 샵에서 데려오는 외래종들은 절대 밖에 놓아주면 안 된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노리고 있는 타란툴라, 지네 등 외래종들이 많은데 사육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절지동물에 대해 검색하고 공부하는 동안 우선은 저에게 친숙한 사마귀부터 키워볼 생각입니다.

예전부터 사마귀가 참 매력이 있는 곤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잘못된 지식 때문에 항상 사마귀를 무서워했습니다. 사마귀한테 물리면 사마귀가 생긴다는 얘기 때문에요. 워낙 어렸을 때 들어서 그것이 진실인 줄로만 알았는데 뒤늦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마음껏 사마귀를 좋아하는 중입니다. 사마귀 보면 쿵후 하는 것 같은 자세도 그렇지만 역삼각형 얼굴도 너무 귀엽고, 주위에서 뭔가가 움직이면 부엉이처럼 고개를 휙휙 돌리는 것도 웃기잖아요. 그래서 곁에 두고 마음껏 보고 싶어졌어요.

사마귀가 알고 보니까 수명이 성충이 된 이후 약 6개월 정도라네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꽤 길었습니다. 어떤 해외 사이트 보니까 15개월씩 살고 사람 가족들 다 인식하는 펫 사마귀도 있다고 하네요. 사마귀가 다른 곤충들에 비해 지능이 좀 있다고 들었습니다.


공원 바닥에는 맥문동이라는 식물이 군데군데 심어져 있었어요. 검색해보니 꽃이 예쁘더군요. 자꾸 이렇게 밖으로 나와봐야지 자연에 대해서도 배우는데 워낙 집순이다 보니 집 밖에 나오는 일이 드뭅니다. 그래도 앞으로는 미세먼지 없는 날을 노려서 최대한 나와보려고 해요.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성충을 발견했습니다. 곤충을 좋아해도 노린재 종류는 좀 부담스럽습니다.


이건 개미인줄 알았는데 검색해보니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의 어린 약충이었어요. 이 공원에 많이 보이던데 지독한 해충이라고 하네요.


아래는 배롱나무입니다. 텍스쳐가 미끈하고 색감도 특이해서 계속 보게 되었어요.


꽃은 다 떨어지고 없는데 이 나무에 열리는 꽃의 이름도 백일홍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국화과의 꽃인 그 백일홍과는 다른 꽃입니다. 여름 가을에 꽃이 핀다는데 전 너무 늦게 왔나 봅니다.


괜히 한 번 나무 밑에 주름을 만져봤습니다. 그냥 별게 다 신기해서요.


이렇게 풀과 나무가 많은데 사마귀가 없다니... 역시 내년 여름을 노려야 하는 걸까요?


걷기만 엄청 걸은 뒤 아무 소득도 없이 공원 북쪽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아래 영상에 있는 이 길 말고 다른 편한 길도 있는데 전 이쪽으로 갔습니다. 


굳이 멀리서 올만한 곳까지는 아니지만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에요. 영상엔 안 나왔지만 운동기구도 많고요.봄에 오면 예쁜 꽃들도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중요한 사마귀는 아무리 찾아도 없네요. 너무 피곤해서 일단 오늘은 접고, 내일 강변으로 한번 가보겠습니다.

공원에서 나오면 바로 남선공원종합 체육관이 있습니다. 여기도 잘만 이용하면 좋은 것 같아요. 아이들 시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 아이도 없고 운동도 싫어해서 자세히 알아볼 일은 없었습니다.


이 날 먹은 음식은 언제나 맛있는 얌샘김밥의 통새우 김밥과 생등심 돈가스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애정하는 가게입니다. 

 


한국에 와서 먹어본 김밥 중 제 입맛에는 제일 맛있는 김밥입니다.


원래는 단무지가 안 들어갔는데 단무지를 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들어가는 걸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저는 단무지 대신 채소가 가득하던 예전 방식을 좋아해서 매번 빼 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외식을 많이 하는 편인데 돈가스도 여기처럼 고기와 소스가 맛있는 곳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 한 군데 생각나는 곳이 있는데 이 시국에는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사진 보니까 또 먹고 싶네요. 낙지덮밥이나 튀김우동 등 다른 메뉴도 맛있는 가게입니다. 떡볶이와 튀김도 정말 맛있는데 떡볶이는 너무 맵다는 점이 가장 크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가끔 별로 안 맵게 딱 맛있게 나올 때도 있는데 기본 레시피가 매운지 대부분 너무 맵게 나와서 지금은 사 먹는 걸 포기한 상황입니다. 매운 음식 가능하신 분은 여기 떡볶이에 튀김 찍어먹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카레나 찌개류는 좀 실망이었는데 오래전에 시도해본 것이라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어요. 열심히 레시피를 개선하는 곳이니만큼 다시 시도해보고 싶은데 아직은 자신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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