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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먹이곤충

고난의 귀뚜라미 사육 I

by 라소리Rassori 2019.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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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키우는 동물들의 먹이로 사용하는 귀뚜라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참고로 2019년 11월 20일 현재, 저는 귀뚜라미를 키운 경험이 이제 겨우 보름이 조금 넘었습니다. 먹이 곤충이고 해서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인지 지네나 타란툴라보다는 검색을 덜 해보았고, 그만큼 지식도 부족했습니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애호박이나 사과를 잘라줘야 한다, 계란판을 많이 놓아두어서 숨을 곳을 많이 만들어줘야 서로 덜 잡아먹는다, 냄새가 난다, 성충이 되면 수컷은 날개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좋은 걸 먹여야 내 절지동물에게도 좋다, 이 정도였습니다.


여러 가지 있지만 우선 그 냄새란 게 어떤 건지는 거의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맡아보는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있더군요. 1cm 정도 작은 귀뚜라미라도 죽은 지 하루 정도 지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냄새가 팍팍 올라옵니다. 통 안에 죽은 것들을 휴지에다 하나씩 꺼내고 있는데 도저히 냄새를 못 참겠어서 바로바로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곤충에게서 그런 냄새가 나는지 신기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냄새보다는 다른 게 문제였습니다. 바로 이 포스팅의 주제인 귀뚜라미 폐사 문제였습니다. 현재 저는 핀헤드와 1-1.5cm 정도 소형 사이즈(아래 사진), 이렇게 두 사이즈를 갖고 있는데 특히 소형 사이즈의 폐사가 심하게 일어났습니다. 핀헤드의 경우는 배만 갉아먹힌 채로 상체만 나뒹굴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소형은 그냥 통째로 죽어 있는 것이 많이 보였습니다. 서로 잡아먹어서 다리만 남아 있는 것도 있었지만 통째로 죽은 것을 보니 제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그래도 또 사면 되니 크게 신경 쓰진 않았는데 오늘 청소를 하면서 보니 소형 50마리 주문했던 것이 10마리만 남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겨우 보름 만에 말입니다. 제가 키우는 애들에게 먹인 것은 지금까지 5마리 정도밖에 안 되는데 남은 게 열 마리라니, 그걸 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더군요. 앞으로도 계속 귀뚜라미를 다루어야 하는 이상 해결책을 찾아내야만 했습니다.

아래 사진 왼쪽이 핀헤드, 오른쪽이 소형입니다. 청소도 열심히 해주고, 먹이도 은근히 빨리 상해서 매일 갈아주었습니다. 계란판, 신문지, 다 포함해서 전부 새 걸로 갈아줘도 하루 만에 이 모양이지만요.


겁이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고, 희한한 애들입니다. 냄새만 아니면 귀여운 면도 사실 많습니다. 특히 핀헤드는 조그만 게 맨날 발 청소하고 더듬이 정리하고 정말 귀엽습니다.


그러나 성충이 되고 날개가 나오면 귀엽단 말은 쏙 들어가겠죠. 영상만 봐도 거의 바퀴벌레 수준이더군요. 애들이 그전에 빨리 먹어치워줘야 할 텐데 저희 지네 유체들은 밀웜만 입맛에 맞는지 도무지 귀뚜라미들을 먹으려 들지 않고 타란툴라 유체들도 먹는 양이 적습니다. 타란툴라들은 3~4일에 한 번씩 밥을 주는 데다가 셋 중 하나는 한 달째 단식 투쟁 중이고, 나머지 둘은 밀웜과 번갈아 먹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귀뚜라미 소비량이 무척 적습니다. 결국 애들이 먹는 것보다는 동족상잔과 저의 관리 문제로 수가 팍팍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트위터에서 한 고마운 분께서 귀뚜라미에게 귀뚜라미 사료를 먹여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셨거든요. 괜찮은 판매처도 알려주셨어요. "먹이창고" 또는 "먹이창고 행운"이라고 검색하면 나온답니다. 저는 현재 겨울인데다가 소량 구입을 해야 하는 탓에 아마도 조만간 정글펫으로 직접 가게 될 것 같지만, 나중에 애들이 조금 더 크면 이곳에서 백 마리씩 주문해 볼까 합니다.

아무튼 먹이창고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먹이창고에서 카카오톡 채널에 올리신 귀뚜라미 사육 사진 위에 아주 중요한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습한 환경은 귀뚜라미 폐사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손톱만한 작은 휴지에 물을 적셔서 통 구석에다가 놓아두었거든요. 그뿐 아니라 먹이 채소에서도 습기가 올라왔을 테고요. 거기다가 아침저녁으로 기온 변화까지 심한 곳에 두어서 통 내부가 무척 습한 상태였습니다. 그게 소형들이 죽은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스스로 놀라고 깨달으면서 또 검색의 큰 성과를 얻었는데 그것은 바로 이 블로그입니다.

https://m.blog.naver.com/hsimin/220521727191

이 블로그 진짜 칭찬합니다. 정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정보들이 담겨 있었어요. 꼭 가보시길 바란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워낙 좋은 정보라 이미 다 보셨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제가 파악한 제 귀뚜라미들의 폐사 원인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습도 관리 실패: 약간 건조한 편이 좋습니다.

  2. 환기 실패: 의외로 통풍이 잘 되도록 해줘야 합니다. 저처럼 통 뚜껑에 송곳으로 구멍만 내는 걸로는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위의 블로그에서처럼 망으로 된 뚜껑을 만들어봐야겠습니다.

  3. 온도 실패: 25-30도가 좋다고 하는데 혹시라도 성장을 늦출 수 있을까 싶어서 일부러 추운 창가에 두었습니다. 약 22-23도 정도 되었을겁니다. 겨울이어서 더운 정도로는 못 만들더라도 앞으로 따뜻한 곳에 두어야겠습니다.

  4. 먹이 실수: 지금껏 본 영상이나 블로그는 호박, 당근, 사과 등만 언급해서 그것만 주면 되는 걸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보니까 사료도 따로 있는 등 아예 육식을 같이 시켜줘야 했습니다. 제가 링크한 위 블로그를 보니 밀웜을 먹이면 된다고 해서 얼려놓은 것을 당장 잘라서 주었습니다. 너무 잘 먹네요. 그리고 또 하나, 밀기울이나 엿기름도 줘야 하더군요.
아래 사진은 제가 밀웜을 주자마자 핀헤드가 달려들어 먹는 모습입니다.

엿기름도 옆쪽에 1/4스푼 정도 넣어주었습니다. 얼마 전에 핀헤드 한 마리를 사마귀 먹이로 주려고 준비하다가 잠깐 밀웜 한 마리랑 같이 둔 적이 있는데 밀웜을 살짝 덮고 있는 엿기름을 먹는 핀헤드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별걸 다 먹는다 했는데 원래 귀뚜라미들도 먹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뚜껑만 환기가 잘 되는 것으로 바꾸면 거의 완벽해질 것 같습니다. 귀뚜라미 폐사시킨 모든 분들 힘내시고 앞으로는 함께 잘 키워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알게 모르게 도움 주신 인터넷상의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귀뚜라미 사육을 이제 시작하신 분이라면 제가 올린 고난의 귀뚜라미 사육 시리즈를 포함해서 다른 귀뚜라미 글들도 꼭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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