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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대전 탕화쿵푸 마라탕 후기

by 라소리Rassori 2019.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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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였네요. 오랜만에 어머니를 만나서 함께 마라탕을 먹으러 간 날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마라탕을 흉내 낸 라면이나 과자 종류는 많이 먹어봤지만 진짜 마라탕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해서 기대가 컸습니다. 마라탕이라는 단어 자체를 저에게서 처음 들은 어머니는 맛집 탐방 자체에 큰 흥미가 없는 분이셔서 그냥 저에게 맞춰주려 애를 쓰며 따라오셨습니다.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쇼핑을 할 계획이라서 백화점에 차를 세웠는데 거기서 가장 가까운 마라탕 집은 탕화쿵푸 마라탕이라는 식당이었습니다. 처음 듣는 곳이고 기억하기 쉽지 않은 이름이지만 백화점 가까이에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국에 체인점이 있는 가게였습니다. 대전에만 해도 세 군데나 있더군요.

 

위에 지도도 올렸지만 위치는 은화수 식당 바로 위입니다. 은화수 식당에서는 오래전에 딱 한 번 카레를 먹은 적이 있습니다. 카레를 좋아해서 눈에 띄면 가능한 한 먹어보는 편입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시점에서 좌측으로 꺾으면 우전빌딩이라고 적힌 작은 입구가 보입니다. 거기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서 내리면 탕화쿵푸 마라탕이 보입니다.


시내 중심에 위치하다 보니 점심 시간대는 많이 복잡할 것 같아서 아침 11시 20분쯤에 도착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때도 벌써 손님들이 몇 테이블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에 벽에 있는 설명대로 하면 되는데, 바구니라고 되어 있는 것이 그 아래 오른쪽에 있는 큰 쇠그릇을 말하는 겁니다. 그 왼쪽에 작은 그릇은 단무지를 담아 먹거나 국자를 놓거나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고, 돌돌 말려있는 빨간 것은 목에 거는 턱받침입니다. 은근히 국물이 이리저리 튀기 때문에 품위를 포기하더라도 꼭 목에 거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편하게 식당으로 들어와서 쇠그릇에 원하는 음식을 담은 뒤 카운터에 넘겨주고, 소고기와 양고기 중 선택을 하고, 맵기를 결정하고, 그 다음엔 계산을 한 뒤에 챙겨서 테이블로 가면 됩니다.

계산할 때 어느 테이블이냐고 물으니 앉을 곳은 미리 정해두세요. 먼저 테이블에 가방을 두고 재료를 담아도 되지만 그러긴 좀 불안해서 자리는 나중에 잡았습니다. 물론 북적대는 시간대라면 자리부터 잡는 게 맞겠죠.

맵기는 1단계가 "담백한 맛"이고 2단계가 "순한맛"인데, 3단계는 신라면보다 맵다고 해서 저희는 순한맛으로 했습니다. 너무 매운 것은 싫어하는 제 입맛에 딱 알맞게 매웠어요. 순한맛이라고 하지만 결코 순하지는 않았습니다. 신라면 정도는 아니고 너구리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이 바로 마라탕 재료 코너 입니다. 여기서 원하는 걸 집게로 담으면 됩니다. 꼬치 종류는 하나에 천 원, 그 아래 나머지는 무게로 계산합니다. 욕심 내지 않고 자기가 먹을 수 있는 양을 잘 가늠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 골라보는 것이지만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만 맨 아래 칸에 있는 면 종류나 다른 재료들의 이름이 붙어있지 않은 것이 좀 불편했습니다. 마라탕을 먹을 땐 꼭 옥수수면을 먹으라고 하는 글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어서 저 중에서 가장 옥수수면처럼 보이는 중간에 노란 면을 넣었는데 정답이었는지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 외에 신기해 보이는 면들도 하나씩 담았는데 널찍한 중국당면이나 옥수수면 빼고는 다 비슷비슷했습니다.

실내는 이런 분위기입니다. 꽤 넓고 자리도 많았습니다. 사진엔 안 나왔는데 왼쪽 창가 쪽(입구 쪽에서 보면 오른쪽)엔 혼자 앉는 자리들도 여러 개 있어서 혼밥도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평일이었는데 낮 12시가 가까워지면서 자리는 금세 다 차버렸습니다. 혼밥 자리만 몇 군데 남아 있는 상태였어요. 마라탕 유행 잠시 반짝거리다 지나갈 거라더니 몇 년째 이런 것을 보니 앞으로도 꾸준한 인기를 끌 것 같습니다.

저와 어머니는 밖이 보이는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왠지 옛날 풍경을 보는 듯한 느낌이네요. 미래적인 풍경보다는 오히려 운치 있고 좋습니다.


드디어 음식이 나왔습니다. 이건 어머니의 마라탕입니다. 제가 중국 당면을 드셔보라고 해서 담으셨기 때문에 제 마라탕과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처음 드셔보는 중국 당면을 맛있어 하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까 벽에 있는 설명엔 번호표가 있다고 했는데 저희는 손님이 별로 없는 시간에 가서인지 그냥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어느 게 내 마라탕인지 헷갈리니 두 명 이상이 올 경우엔 번호표를 받아야겠습니다.


제 인생 첫 마라탕을 이제야 먹어보았네요. 꽤 맛있었습니다. 짬뽕이 그 특유의 향이 있듯 이것 역시 그런 게 있었습니다. 맵기 정도가 약해서인지 혀가 얼얼해지고 살짝 마비되는 듯한 그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 느낌은 예전에 삼양 마라볶음면 먹었을 때 느껴본 것 같습니다. (워낙 여러 제품을 먹어봐서 헷갈리지만 제품 하나가 그 마비되는 느낌이 왔는데 마라볶음면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너무 매웠기 때문에 다시 사먹을 일은 없습니다.)

역시 마라탕이라는 이름이 붙은 공장 제품보다는 이렇게 신선하게 만들어진 것을 바로 먹는 것이 훨씬 맛있네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고수와 양고기의 향이 아주 맛있게 우러나서 대만족이었습니다. 숙주와 죽순도 맛있었고요. 기대했던 건두부나 두부피는 제 입맛에는 그냥 그랬습니다.


국물도 아주 맛있었고 다 좋았는데 너무 많이 담은 바람에 남기게 되어 아쉬웠습니다. 직원 분께서 보통 8천 원대로 담는다고 말씀해주셨는데도 어머니와 저 둘 다 9천 원어치 이상을 담은 게 실수였습니다. 다음엔 딱 맞게 잘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가격은 2인분 총 2만 8천 원 정도 나왔습니다. 무게를 재는 재료 외에 꼬치 두 개씩에 고기 3천 원씩이 더해지면 대충 그런 가격이 됩니다. 또 하나 더 알려드리자면 음식이 나오자마자 뜨거울 때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하필 전화가 자꾸 와서 좀 식은 뒤에 먹었는데 뜨거울 때 먹었더라면 두 배는 더 맛있었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다음엔 전화가 오든 말든 폰을 치우고 바로 먹어야겠습니다. 양고기 향이 특히나 너무 취향이었기 때문에 분명히 다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이후에는 갤러리아 백화점으로 가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 중 하나인 백미당 유기농 카페라테를 마시고, 자주(JAJU)에서 여러 물건을 샀습니다. 어머니는 장갑과 "자주온"이라는 발열 내의(내복)를 구입하셨는데 너무 얇은 게 아쉽긴 하지만 마음에 드신다고 하네요. 히트텍을 너무나 마음에 들어 하시던 분인데 올해는 안 사고 다른 제품을 찾으려 애쓰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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