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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쓰기 프로젝트/그림일기

2020년 5월 10일 그림일기 - 안경

by 라소리Rassori 2020.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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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경을 처음 쓴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눈이 나쁘지도 않았는데 안경이 너무너무 쓰고 싶어서 부모님을 졸랐다. 

부모님은 필요 없는 걸 왜 사냐며 사주지 않으셨다. 하지만 난 좌절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울기만 하면 마음 약한 아빠는 뭐든 다 사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었다. 내 인생 첫 안경이 생겼다. 까맣고 동그란 안경테였다. 안경알엔 물론 도수가 없었다.

그 이후 몇 년이 지나고 나는 정말로 안경이 필요하게 되었다. 눈이 나빠져서 고등학교 때는 안경을 쓰지 않으면 칠판이 안 보였고, 대학생 때부터는 길거리에 아는 사람이 가까이서 지나가도 못 알아보게 되었다. 보고도 모른 척한다는 오해를 수없이 받았다. 

안경이 잘 어울려서 안경을 쓴 게 훨씬 나은 사람이 있는 반면 나처럼 안경을 쓰면 훨씬 못생겨지는 사람이 있다. 안경알에 도수가 꽤 있어서 일단 눈이 작아지고, 차가운 인상이 더욱 차가워져서 표독한 선생님 같은 얼굴이 된다.

그래서 렌즈를 시도해 보았다. 아쉽게도 얼마 가지 못했다. 각막이 약해서 눈이 렌즈를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렌즈를 써봐도 소용이 없었다. 라식이나 라섹 같은 시력 고정 수술을 고민해봤지만 결국 너무 무서워서 할 수 없었다.

결국 안경과 일체가 된 삶을 살게 되었다. 안경이 워낙 안 어울리는 얼굴이다 보니 중요한 자리에서는 벗고 있기도 하지만 보통은 끼고 있다. 지금 랩탑으로 글을 쓰면서도 안경을 껴야지만 내가 뭘 쓰고 있는지가 보인다.

가끔 안경이 없는 삶은 얼마나 편할지 상상해보게 된다. 안경이 잘 어울리는 사람들의 얼굴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일단은 수술 외엔 답이 없는 듯하다.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이상 이대로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안경과 일체가 된 삶을 살다보면 안경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 일부를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다. 이번 일기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겠다.

 

 

 

 

 

 



이번 일기는 요기까지입니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질 때 또 그려볼게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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