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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안동 신라국밥 & 카페아마떼 후기

by 라소리Rassori 2019.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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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31일

최근 자꾸 순대가 당겨서 이번엔 어머니와 함께 안동 신라국밥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믿기지 않지만, 사실 한국에 온 뒤 미국 한인타운에서 먹던 것과 같은 맛있는 순대국을 아직 못 찾은 상태입니다. (뉴저지 감나무골이라는 식당의 순대국이 예술이었는데 문을 닫았고, 그 뒤로는 토속촌이라는 식당의 순대국을 열심히 먹었었습니다.) 대전에서 열심히 검색해서 가보았던 순대국 집들은 너무나 제 취향이 아니어서 5군데 정도 가본 뒤 잠시 탐방을 접은 상태입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순대국을 포함해서 김밥, 치킨, 짜장면, 순두부찌개, 반찬류, 심지어 청국장까지도 미국에서 먹던 것보다 맛있는 곳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맛있다"는 것은 순전히 제 입맛이 기준이니 오해는 없으시길 바랍니다. 혹시 "미국에 오래 산 한국인의 입맛"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건지, 한인 타운의 식당들은 그 입맛에 맞추어 음식을 만드는 건지, 저도 정말 궁금합니다.

신기하게도 똑같은 라면도 뭔가 미국에서 파는 것과는 맛이 다릅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그렇게 즐겨먹던 안성탕면이 한국에서 산 것은 그 "수출용" 라면의 맛이 나지 않습니다. 오랜만의 한국 생활 2년간 안성탕면을 딱 한 번 사먹었네요. 그만큼 입맛에 맞지 않았습니다. 미국에 살 때까지만 해도 무슨 라면을 제일 좋아하냐고 물으면 항상 안성탕면이라고 했는데 이젠 스낵면이나 너구리라고 대답합니다. 그 두 라면 역시 수출용과는 약간 다른 맛이 있지만 다행히 맛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라면을 좋아해서 라면 얘기를 하면 끝이 없으니 여기까지만 하고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안동 신라국밥은 예전부터 눈여겨봐 둔 곳인데 멀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한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은근히 구석진 곳에 있는 데다가 간판도 눈에 잘 안 띄어서 찾아가기가 조금 힘들었습니다. 간판을 보는 순간 너무 허술해서 제가 제대로 찾아온 것이 맞는지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머니는 간판을 보시더니 다른 데 가자고 제 옷을 당기시더군요. 그러다가 "아, 이 식당은 이게 컨셉이구나," 라고 하고 혼자 답을 내시더니 순순히 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영업시간은 평일 오전 11에서 오후 8시까지, 수요일은 4시까지, 공휴일도 영업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안에 들어가서 보니 매주 토, 일은 쉰다고 되어있었습니다. 모든 메뉴가 포장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가기 전에 검색해봤을 때는 메뉴에 분명히 순대국밥이 있었는데 제가 갔을 때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절망스러운 얼굴로 사장님께 여쭤보았더니 순대는 수제로 만드는 것이라 양이 얼마 없어서 메뉴에서 뺐다고 하시더군요. 그럼 언제 나오는 거냐고 또 여쭈었더니 한 3일 후쯤이라고 하셔서 기운이 쫙 빠졌습니다. 여러분, 전화해 보시고 가세요.

어쨌든 멀리서 왔는데 뭐라도 먹고 가야겠죠. 가능한 메뉴는 돼지고기 국밥, 내장 국밥, 수육 정식, 그리고 수육이었습니다. 국밥류는 사이즈별로 있던데 미니 6천 원, 소 7천 원, 중 8천 원, 특대 만 원이었습니다. 저는 중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장님께서 의외로 미니를 권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중간인 소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돼지고기를 별로 즐기지 않으셔서 저에게 맞춰주기 위해 그냥 따라오신 어머니께서는 수육 정식을 주문하셨습니다.

반찬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먹음직스럽죠? 별거 없어 보이는데 다 맛있었습니다.


아쉽게도 돼지국밥은 맛이 없는 건 아닌데 그다지 취향도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고기는 질이 아주 좋았고요, 사장님 말씀대로 미니를 시키지 않은 것을 후회할 정도로 양이 정말 많았습니다. 특히 고기의 비율이나 양은 놀라웠습니다. 이렇게 고기를 푸짐하게 주는 곳은 처음 봤습니다.


다행히 수육은 제 입맛에도 대박이었습니다. 정말 맛있으니 꼭 드셔 보시길 바랍니다. 돼지고기 안 좋아하시는 어머니께서도 감탄하시면서 드셨습니다. 저도 이걸 시킬 걸 하고 무척 후회했답니다. 수육 정식에도 돼지국밥 같은 국이 딸려 나옵니다. 


상추도 넉넉한 양이었습니다. 8천 원에 이 정도 식사라니, 만약 집 근처에 있었다면 자주 갔을 것 같습니다.


역시 소문난 맛집이라서인지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어차더군요. 점심시간에 가면 차 세울 곳도 없다고 해서 일부러 아침 11시 10분에 도착했는데 다 먹고 나갈 때쯤엔 홀이 다 찬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은 식당입니다.

나오면서 의자가 좀 충격적이어서 찍어보았습니다. 오래된 컨셉은 좋지만 이건 좀 식욕을 떨어뜨리는 광경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어머니는 대만족하셨고, 예외적으로 식당 명함까지 챙겨가셨습니다.


배가 너무 불러서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커피를 마시러 갔습니다. 인터넷에서 보니 세계 물포럼 기념 센터에 있는 카페아마떼라는 곳이 좋아 보여서 그리로 향했습니다. 체인점이고, 저희가 간 곳은 안동물포럼센터점입니다.

아래 사진 오른쪽 위에 보이는 것이 카페입니다. 좀 멀긴 했지만 풍경도 좋고 주차할 곳이 많은 것도 좋았습니다. 다만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해서 무릎이 안 좋으신 어머니는 조금 고생하셨습니다.


가다가 뒤를 돌아보면 아래와 같은 풍경입니다. 댐에 K Water라고 적혀 있습니다. 검색해보니 K Water는 한국수자원공사를 뜻하는 것 같습니다.


카페 안에서 보는 풍경은 이렇습니다. 항상 칙칙한 건물 숲만 보다가 밖에 파란 하늘과 물이 보이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낮 12시 30분쯤 도착했는데 사진을 찍은 뒤 금세 사람들이 꽉 들어찼습니다.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떠들어서인지 와글와글 장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한 시간 반 뒤 나갈 때쯤엔 거짓말처럼 다시 텅텅 비면서 조용해졌습니다. 어느 곳이든 점심시간을 피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다 좋았는데 직원분이 조금 뭐랄까요, 융통성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어머니께 맛있는 카푸치노를 드시게 해드리고 싶어서 카푸치노를 좀 덜 달게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카푸치노는 원래 안 달아요,"라는 퉁명한 표정과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마셔 본 카푸치노가 너무 단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말한 건데 이런 대응은 처음 겪어 봐서 머릿속에서 물음표가 마구 뜨더군요. 보고 계시던 어머니도 무안해하시면서 그냥 아무 거나 마시자고 하실 정도로 싸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그냥 그런 말 없이 너무 달지 않게 적당히 만들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기분이 가라앉아버렸네요. 사실 저는 일만 잘하면 퉁명스러운 태도는 크게 상관 안 하는데 저에게 건네는 말의 내용이나 어감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결국 카푸치노마저 먹기 싫어져서 그냥 카페라테 두 잔을 주문하고 알림벨을 들고 자리로 갔습니다. 가격은 한 잔에 4,800원이었습니다. 풍경 때문인지 큰 도시랑 가격이 다를 게 없습니다.

잠시 후, 아니, 아주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카페라테입니다. 라테 아트가 무척 울적하네요. 커피도 그다지 뜨겁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뒤늦게 시럽이 들어있는 병 두 개가 출입문 앞에 있는 것을 발견해서 커피를 약간 달게 드시는 것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조금만 넣어드리려고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병에 각각 Oil, Vinegar가 적혀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설마 기름과 식초인가 하고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죠. 그러다가 냅킨에 한 방울 떨어뜨려서 맛을 보니 시럽이 맞더군요. 사진은 찍어오지 않았는데 아주 만약에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병이 바뀌어 있길 바라봅니다.

어쨌든 풍경은 확실히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어머니께서 많이 즐거워하셔서 저도 참 좋았습니다.


줌인을 해보니 아래 사진 같은 것이 보이던데 태양광이 맞나요? 저렇게 물 위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너무 많으면 문제가 되겠지만요.


화장실은 계단을 내려가서 레스토랑이 있는 층 안쪽에 있습니다. (커피 뿐 아니라 식사할 수 있는 곳도 있다는 얘기) 어머니께서 가장 불만이었던 부분이었네요. 갑자기 소변이 급한데 카페 안에 화장실이 없으니까요. 저는 계단 오르내리는 것에 아직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화장실이 멀어도 괜찮은데, 아주 추운 날씨에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외투를 다시 입고 밖으로 나갔다 오는 것이 싫을 것 같긴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안동 여행 얘기는 내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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