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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넓적배사마귀 약충 효미 사육 일기 20200511-16 탈피 성공! 그런데...

by 라소리Rassori 2020.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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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5월 11일


효미가 저에게 온 지 딱 두 달이 되는 날입니다.

갓 탈피한 귀뚜라미가 모처럼 저한테 딱 걸려서 냉동해 두었는데 다음날 효미에게 그 귀뚜라미의 허벅지를 먹일 수 있었습니다. 애가 너무 작아서 껍질이 센 귀뚜라미나 밀웜 먹이는 게 미안했는데 간만에 부드러운 걸 먹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먹다가 효미 까만 이빨 돌출ㅋㅋ


효미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가 분홍색 입술과 그 안쪽에 있는 새카만 이빨인데 이렇게 밖으로 많이 나온 걸 포착한 건 처음이었어요. 사마귀와 귀뚜라미는 양쪽으로 싹둑싹둑하는 니퍼 느낌의 이빨을 갖고 있는데 (그래서 제 머리카락도 뚝뚝 끊는) 사진에선 그 느낌이 잘 표현되진 않았네요.
 


다시 귀욤뽀짝 베비 페이스로♡ 

 

5월 12일


꼬리 쪽 피부가 뭔가 살짝 들린 느낌이 드네요. 슬슬 탈피가 다가오나 봅니다.
 


또 쥐미와 함께 사진을 찍었어요.


효미한테 포커스 한 번,


쥐미한테 포커스 한 번^^

 

 

안전 문제로 여전히 사육통 내에서만 일광욕을 할 수 있는 효미입니다. 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몸을 납작하게 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쥐미는 램프 아래에 두면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정지 상태로 있어서 제가 외출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인데(5-10분 내외의 짧은 외출일 경우지만) 효미는 아무래도 그렇게 꺼내 두려면 제가 계속 보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면 제가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사육통 안에서 그늘이 섞인 빛을 받게 할 수밖에 없네요. 쥐미를 잠시 사육통에 넣어둔 뒤 효미를 꺼내서 UVB 램프를 한 번 쬐어 줘 볼지 고민 중에 있습니다.

 

5월 13일

 

발 그루밍하는 모습을 또 찍어봤어요. 빨리 찍고 비디오로 전환하려는데 벌써 그루밍을 끝내버려서 비디오는 못 찍었어요. 쥐미는 발을 오래오래 빠는데 효미는 너무 대충하네요.

 

5월 14일

 

저의 신경이 온통 효미의 날개싹으로 쏠리기 시작했어요. 얘가 만약 종령 사마귀라면 날개싹이 부풀어 오를 테니까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저 납작하고 작은 날개싹 안에 성충의 날개가 들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4월 29일에 탈피한 이후 아직까지 탈피를 안 하는 데다가 밥까지 잘 먹는 것도 저를 점점 헷갈리게 만들었어요. 넓적배사마귀 약충은 처음 키우는 것이다 보니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몸 크기나 날개싹의 모양부터 시작해서 왕사마귀와는 다른 점이 많네요.

 

 

5월 15일 아침


효미의 배가 유난히 빵빵합니다. 뭘 특별히 많이 먹지는 않았는데 배가 이런 것은 탈피가 아주 가까워져 왔다는 뜻이겠죠.


5월 15일 저녁

 

효미가 24시간 전쯤 밥을 먹었기 때문에 또 피딩을 하려고 했어요. 아무래도 몸 상태가 곧 탈피를 할 것으로 보여서 일반 밥은 주지 않고 밀웜즙을 살짝 얼굴 근처에 가져다 대 보았습니다.

이때는 밀웜즙을 입에 묻히면 안 되고 근처에 갖다 대기만 해야 해요. 즙이 입에 묻었는데 만약 탈피가 임박해서 밥을 먹을 수 없는 상태라면 무척 괴로워하거든요.

사람처럼 냅킨으로 입을 닦을 수도 없고, 낫으로 닦아내면 낫에 묻은 걸 또 입으로 핥아야만 하니 그럴 때는 바로 앞에 있는 루바망 같은 물건에다 입을 문질러서 입에 있는 것을 닦아냅니다. 그런 일이 생기면 굉장히 미안해지니 미리 조심하세요.


이때 효미는 밀웜즙을 가까이 가져다 대니 먹고 싶어서 입을 오물오물거리면서 아주 약간 먹긴 했어요. 근데 그러다 고개를 돌리더라구요.

원래는 환장을 하고 먹는데 이러면 탈피가 임박한 것이 분명해지는 겁니다. 효미의 경우 이렇게 밀웜즙을 못 먹게 되면 그 이후 6-10시간 안에 탈피를 하더군요.


하지만 이때는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어요. 사실 5월 15일 밤이라기보다 5월 16일 새벽이었죠.

날이 밝아올 때까지 제가 깨어 있다면 거의 확실히 탈피하는 걸 볼 수 있을 텐데 그냥 사육통 벽에 물만 좀 뿌려 두고 불 끄고 잤습니다. 

 

5월 16일

 

예상한 대로 아침에 일어나니 효미가 탈피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기왕이면 제가 깨어있을 때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못 봐서 아쉽네요.

그런데 역시 커다란 날개가 나와 있지는 않았어요. 마지막 탈피가 아니었습니다. 이제 종령 사마귀가 된 거예요. 성충이 되기까지 아직 한 번의 탈피가 더 남았다는 뜻입니다.


저를 봤습니다.


안녕 효미야?

 


예쁘고 웃기는 얼굴과 팔 안쪽 돌기 모두 그대로입니다. 건강해 보이는 모습에 한시름 놓았습니다.

(엄청 쳐다보네.)


애가 워낙 색이 밝고 투명해서 일부러 조금 어둡게 찍어 봤어요. 보통으로 찍으니 너무 하얘서 디테일한 부분이 잘 안 찍히더라구요.

물을 좀 먹이려고 꺼냈는데 아직은 좀 이른지 거부했어요. 그래서 다시 조심스레 넣어 두었습니다.

 

(낫이랑 날개에 있는 결이 좀 더 선명해졌습니다.)

 

이번 탈피 껍질도 부서지는 것 없이 깨끗이 꺼냈습니다.


탈피 껍질을 뒤집어 봤어요. 어깨쯤에서부터 터져 나오기 때문에 등 쪽이 이렇게 찢어져 있습니다.


쥐미는 2019년 11월 5일에 저에게 와서 2020년 1월 7일에 성충이 되었는데 효미는 2020년 3월 11일에 와서 5월 16일에 종령 사마귀가 되었네요.

어쨌든 탈피가 한 번 더 남아서 걱정 반 기대 반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효미가 탈피하는 텀으로 봐서는 효미가 성충이 되는 것은 아마 6월 초쯤이 될 거 같아요.

사육자 분들을 위한 중요한 정보 하나를 빼먹을 뻔했네요.

이번 효미 탈피장 세트는 이런 모습이었어요. 탈피 전에 찍어둔 게 없어서 탈피 후에 찍었습니다.


루바망은 쥐미 악몽의 탈피 때 쓰던 걸 아랫부분에 고정 철사를 더 당겨서 더 좁게 만들었습니다. 곡선이 팍 휘어야지 완만해서는 안 되더라구요. 쥐미 때 고생했던 경험 덕분에 효미가 많은 덕을 보았습니다.

천장에 파란 망을 끼워둔 것은 효미가 자꾸만 틈으로 빠져나와서 천장으로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천장은 발을 단단하게 고정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천장에서 탈피하면 탈피 실패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많은 사마귀들이 그걸 잘 모르고 미끄러운 천장이나 벽에서 탈피를 시도해서 실패하곤 하죠. (잘하는 애들도 많지만 결코 안전한 방법이 아니에요.) 


이번 탈피 후 드디어 몸길이가 4센티가 넘은 걸로 보이는데 나중에 효미 몸 완전히 마르고 나면 재어볼 예정입니다. 많이 더 컸어도 여전히 작아서 최종 탈피 때도 이 세팅장 그대로 해주면 되겠어요.

탈피기가 다시 다가오기 전까지는 제일 큰 사육통으로 옮겨서 마음껏 놀 수 있게 해줘야겠네요.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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