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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치킨더홈 후기

by 라소리Rassori 2019.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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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외식을 좋아해서 자주 하는 편인데 한국은 정말 외식의 천국인 것 같습니다. 제 경우 2017년에 한국에 와서 배달의 민족이라는 앱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뒤로 푹 빠져들어서 아직까지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먹기 싫은 것도 쿠폰이 있으면 시켜먹을 정도로 주문 자체가 재미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소비는 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때로는 못 참고 걸려들기도 합니다. 어제처럼 말이에요.


치킨더홈이라는 처음 보는 체인점이었는데 박스에 "무항생제 하림"이란 것이 적혀 있어서 안심이 됩니다. 하림 닭은 예전부터 많이 들어보았습니다. 유기농이나 무항생제 같은 말을 좋아하는 저는 돈을 더 내더라도 이런 닭을 쓰는 업체를 선택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것으로 만든 치킨이 너무 입맛에 안 맞다면 고민이 되겠지만요.

마침 4천원 쿠폰이 눈에 띄길래 일단 먹어보기로 결심하고 배달의 민족에서 치킨더홈을 들어가서 보았습니다. "경룡이치킨"이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메뉴가 맨 앞에 있더군요. 한 번도 안 먹어봤거나 남들이 맛있다고 하는 건 먹어 봐야 직성이 풀려서 (나이 들면서 덜해지긴 했어도) 당장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배달의 민족 화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 캡쳐 화면도 첨부합니다. 원하는 메뉴를 누른 뒤 "담기"를 누르면 아래에 보이는 민트 초록색 장바구니에 담깁니다.


순살 치킨은 좋아하지 않아서 항상 뼈가 있는 걸 시키는데 다행히 반반 메뉴가 있어서 경룡이 반, 후라이드 반으로 선택했습니다. 뿌링클 스타일의 치킨은 사실 별로 안 좋아하는데 뿌링클을 한 번 먹어보았듯 이것도 한 번 맛보기로 했습니다. 치토스 맛의 원조라는 설명에서부터 나랑은 안 맞다는 느낌이 팍팍 옵니다. 치토스 과자는 좋아하지만 그런 맛이 나는 가루가 치킨에 뿌려져 있는 것은 전혀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주문을 하는 심리가 대체 뭘까요? 게다가 치킨 자체도 그다지 당기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4천 원 쿠폰의 유혹이 그만큼 컸던 건지 뭔지, 어쨌거나 멍청한 행동인 걸 잘 알면서도 하게 됩니다. 배달의 민족의 마케팅 기술이 그만큼 뛰어난 거라고 변명을 하고 싶네요.
 


경룡이치킨은 역시나 받자마자 내 취향은 아니라는 느낌이 더 확실히 왔습니다. 후라이드는 무난할 것 같았고요.


먹어봤더니 예상대로 제 입맛에는 많이 벗어난 맛이었습니다. 달게 먹는 취향이거나 어린이들이라면 좋아할 맛이랄까요. 치킨더홈에서 메인 메뉴로 밀고 있는 데다가 대부분의 평이 좋은 걸 보면 다수의 입맛에는 잘 맞는 치킨이 아닌가 싶습니다. 리뷰에서도 역시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는 글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맵지 않아서 더 그런 듯합니다. 저도 맵지 않은 부분은 좋았습니다.


후라이드는 같이 나오는 소금에 찍어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미 속 끝까지 충분히 간이 되어 있어서 다른 간이 필요없었습니다. BBQ의 황금올리브 후라이드만큼은 아니어도 맛있는 후라이드였습니다. 튀김옷도 바삭하고 맛있었고요. 떡도 경룡이치킨에 들어있는 것보다 후라이드에 든 하얀 떡이 맛있었습니다.

양념소스와 갈릭소스도 함께 왔던데 개인적으로 이런 소스들은 잘 안 쓰게 됩니다. 이번에도 그랬듯 보통 맛도 안 보고 버립니다. 빼달라고 미리 요청하지만 보통은 그렇게 말해도 그냥 와서 어쩔 수가 없네요. 치킨무 역시 빼달라고 했는데 그냥 와서 음식 쓰레기가 되었습니다. 함께 온 샐러드는 양배추를 채 썰어서 그 위에 케첩과 마요네즈를 뿌린 것이었어요. 그 외에 펩시콜라도 포함되어 있었고요. 반반 치킨 가격 +19,000원에 배달비 +2,000원, 쿠폰 -4,000원 해서 총 17,000원 지불했습니다.

옛날엔 치킨을 시키면 혼자서 거의 한 마리를 다 먹었는데 지금은 네다섯 조각이 한계가 되었네요. 심지어 데워 먹다가 지쳐서 남은 것을 버리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치킨을 다 먹지도 못할뿐더러 별로 당기지도 않는 것을 보니 정말 나이가 들었구나 싶습니다. 몸은 늙어가도 식단이 이렇게 절로 조절이 되니 나쁘지만은 않은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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