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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쥐미 사육 일기 20200511-20 노충의 일상 3

by 라소리Rassori 2020.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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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2020년 5월 11일


망 위에서 쉬고 있는 쥐미입니다. 무정란이 가득 찬 무거운 배를 편하게 얹어 두었어요.


처음에는 쥐미의 배가 납작해서 이리저리 점프도 하고 잠깐이나마 날갯짓도 하고 마음껏 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어요. 안 그래도 짧은 생애이니 말이에요. 그런데 그건 인간인 제 생각일 뿐이라는 걸 이내 깨닫게 되었어요.

인간과 절지동물은 서로 사는 세계가 너무 많이 달라요. 절지동물들은 우리가 결코 알 수 없는 세계 속에서 보고 느끼고 반응하며 살고 있어요. 그것이 어떤 건지는 우리 인간이 구체적으로는 알 길이 없는 거죠. 그런 그들에 대해 인간의 입장에서 "불쌍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그들 본연의 모습을 지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보기로 했어요.

 



사마귀는 어떤 나이이든 이렇게 같은 자세로 몇 시간이고 쉬거나 자고 있을 때가 많아요.


제가 조용히 다가가면 자느라 모를 때도 있지만, 휙 돌아 볼 때도 있답니다.


배에 주름은 아직 완전히 펴지진 않았어요. 배 위쪽에 가로로 길게 접혀 있는 주름이 다 펴진다면 또 무정란을 낳게 되겠죠.

뱃속에 알이 차있다고 해서 반드시 알을 낳은 뒤에 죽는 건 아니에요. 산란할 힘이 없어서 낳기 전에 죽기도 합니다.


5월 14일


최근엔 예전보다 기운이 살짝 없어진 느낌이예요. 왠지 또 발을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멀쩡한 발을 한번 찍어 보았어요.


중간 발도 찍고,


하나 남은 뒷발도 찍고.


착하게 제 손위에서 쉬고 있는 모습도 찍었어요.


이렇게 있는 걸 좋아해서 한 손은 쥐미에게 내어주고 다른 한 손으로는 폰질을 할 때도 있답니다. 효미에게 이 정도 신경을 써주는 건 쥐미가 죽은 뒤에나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그에 따라 사마귀를 여러 마리 키우고 싶은 욕심도 접게 되네요.

제가 쥐미한테 하는 만큼 효미한테는 못하다 보니 효미와는 아직 거리가 좀 있어요. 이런 거리감이 상관없다면 사실 여러 마리를 키워도 상관없겠죠. 먹이랑 물만 잘 챙겨주면 되니까요.

솔직히 그것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해요. 사마귀는 사람의 사랑을 못 받는다고 해서 딱히 불행해지는 존재는 아니니까요. 쥐미처럼 사람 손을 많이 탄 애들은 얘기가 좀 달라질 수도 있겠네요.

 



열심히 발을 그루밍하는 쥐미입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만큼은 열심히 하지 않는 거 같아요.


5월 16일


자다가 제가 다가오면 가끔 깜짝 놀라면서 이렇게 팔을 쭉 뻗는답니다. 어릴 때는 더 놀라서 더 쫙 폈는데 이제는 그렇게까지는 놀라는 일이 없어요. 아래 사진 정도로 놀라는 것도 아주 드문 일이 되었네요.



5월 17일


수박 물을 먹이려다 더듬이에 살짝 묻었어요. 끈적할 텐데 어떡하지 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열심히 그루밍을 하고 있더군요.



혹시나 발처럼 더듬이도 먹어 버릴까봐 "쥐미야, 더듬이 먹으면 안 돼!" 라고 했더니 갑자기 그루밍을 멈추고 돌아봤어요.


"그러다 끊기겠다, 조심해!" 라고 했더니 더 돌아봤어요. 다행히 끊기지는 않았답니다.


5월 20일


간만에 구더기를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몇 마리를 꺼내서 부화시켰어요.


파리에게 이틀 정도 군고구마, 채소 등을 잘 먹인 뒤에 쥐미와 효미에게 먹였어요.


이 망 위에서 먹이를 주면 쥐미는 자꾸 먹이를 잡는 것과 동시에 망까지 잡아버려요. 그리고 먹이를 다 먹고 나면 망을 이빨로 뜯어요. 제발 이것도 먹는 거면 좋겠다는 듯이 말이에요.


먹으면 안된다고 말릴수록 더 열심히 뜯어서 어쩔 수 없이 잠시 그냥 둬요. 그러면 이빨로 망을 뚝뚝 끊다가 잠시 후 천천히 놓는답니다. 그래서 지금은 미끄러운 테이블 위에서 피딩을 해요.

밥은 여전히 매일 한 번 조금씩 주는데 만약 그러지 않고 마음껏 배 터지도록 먹도록 해줬다면 벌써 산란을 하거나 죽었을 거예요.

사마귀 암컷은 혼자 살아도 무정란을 낳는 것 때문에 수명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듯해요. 저번에 소개한 번식Five의 경우, 계속해서 산란을 하던 암컷들이 수컷들보다 일찍 죽는 것이 확인되었죠. 그렇게 귀뚜라미 수컷의 수명이 훨씬 더 길었던 것처럼 사마귀도 아마 수컷이 더 오래 살지 않을까 싶어요.


쥐미 얘기는 다음에 또 이어가도록 할게요.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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