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절지동물/사육 기록 등

등각류 키우기 - 공벌레 알비노, 아르마딜리디움 게스트로이, 클루기 몬테네그로

by 라소리Rassori 2020. 6. 4.
320x100

*이 포스팅은 등각류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다리가 바글바글한 곤충 사진이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이번엔 등각류를 소개해 드릴게요.

등각류는 등각목에 속하는 갑각류의 총칭이에요. 제가 키우는 다른 애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절지동물문에 속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쥐며느리, 공벌레(콩벌레) 등이 등각류이죠.

처음에 벌러지닷컴에서 등각류를 봤을 땐 "이걸 대체 무슨 재미로 키우냐"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그리고 너무 비싸게 느껴졌구요. 비교적 번식이 쉬운 작은 공벌레인데 최소한 마리당 6천원은 했으니 말이에요. 

그래서 계속 그냥 보고 넘겼는데 그 뒤로 저도 모르게 자꾸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등각류를 유심히 보게 되더라구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키우고 있었어요. (특히 해외) 종류도 생각보다 많았구요.

저는 그중에서 아래의 공벌레 알비노에게 처음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어요.

(벌러지닷컴 판매 페이지)


이게 처음 벌러지닷컴에 나왔을 때는 일본 공벌레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었는데 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반감이 심하게 때문인지 어느 날 보니 이름이 공벌레 알비노로 바뀌어 있더군요. 영문으로 Armadillidium vulgare 'Albino' (the White Isopod)이니 바뀐 이름이 더 맞긴 합니다.

외국 사이트를 뒤져봤더니 역시 원산지는 일본이 맞았어요. 그래도 벌러지닷컴에서 번식을 시킨 공벌레라서 일본에 돈이 가는 건 아니에요.

아무튼 자꾸 이게 생각이 나서 품절되면 어쩌나 하고 계속 벌러지닷컴에 다시 들어가서 보게 되었죠. 그러다 결국 데려오게 되었어요. (아래 사진)

(아래쪽에 보이는 게 더듬이, 즉 머리 부분)


수개월째 고민만 하던 걸 들였더니 속이 시원하더군요.

얘는 "공벌레 알비노"니까 이름은 "알비"로 지었어요. 몸색깔이 희고 투명해서 빛에 따라 색깔이 많이 달라 보여요.


너무 예뻐서 눈을 떼기가 힘들었답니다. 뒤집어진 건 공벌레는 몸이 둥글둥글해서 원래 잘 뒤집어지기 때문이에요.

 


잘 찍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너무 작은 데다가 도무지 가만히 있질 않아서 아쉽게도 만족스러운 사진은 건지지 못했어요. 다음 기회를 노려 봐야겠어요.

 

 

알비의 특기는 죽은척 하기입니다. 연기력이 정말 대단했어요.


까만 입술이 너무 귀엽습니다. 저 조금만 입으로 밥을 먹는 거겠죠.

(제 손 위에 있는 거예요.)


사실 이 아이에게 애착이 갔던 가장 첫 번째 계기는 아마도 제가 이베이에서 구입한 당고무시(공벌레) 토이였을 거예요.


일본을 싫어하는 분들은 아래의 더보기 안의 내용이 불편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안 보고 넘어가도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것엔 지장 없습니다.

🎀

더보기


이걸 구입한 이유는 제가 즐겨보는 일본 프로인 "아라시니시야가레"에 이게 나왔기 때문이에요.

 


아라시의 리더 오노 사토시가 들고 있는 거예요.

 

 


보는 순간 눈이 돌아갔어요. 무조건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걸 본 건 아마 2019년 1월쯤, 그러니까 일본 불매 운동이 시작되기 몇 개월 전이었어요. 제가 블로그를 하거나 절지동물을 키우기도 훨씬 전이죠.

무조건 손에 넣겠다는 생각에 검색을 시작했는데 오노 사토시가 들고 있는 하얀색은 구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결국 이베이에서 거의 4만원에 가까운 돈을 주고 구입했답니다. 원래는 이게 일본 뽑기 기계 가샤폰에서 500엔을 넣고 뽑는 거기 때문에 원래 가격의 한 일곱 배는 더 주고 산 거예요. (기계에서 뽑아도 회색은 몰라도 하얀색을 손에 넣긴 힘들어요.) 어쨌든 손에 넣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다른 색은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어요. 메탈이나 지브라 등, 새로운 색상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답니다. 그래도 전 아직까지는 하얀색이 가장 예쁘더라구요. 색이 누래질까봐 좀 걱정이 되긴 하네요.


까만색이나 지브라 색도 마음에 들어서 언젠가 또 필이 팍 온다면 구해보려고 합니다.

저 역시 일본 불매 운동에 힘껏 참여하고 있으니 오해는 마세요. 그렇게 좋아하던 무지(무인양품)도 꾹 참고 안 간지 1년이 훨씬 넘었어요. 작년 가을엔 오래전부터 동생과 가기로 계획했던 일본 여행도 눈물을 머금고 취소했구요.

하지만 솔직히... 이런 모형류나 닌텐도 게임, 만화책, 프라모델 등 대체가 불가능한 목록들은 뭐라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래는 제 것을 처음 받았을 때의 모습이에요. 이 상태로 1년이 넘도록 있었답니다.


물건을 별로 아까워하는 편은 아니라서 원래는 가차 없이 포장을 뜯는 편인데 이사 가서 장식해 둘 곳이 생기면 뜯으려고 이사할 때까지 기다렸어요.

토이 대회에서 우승한 제품이라는데 역시 정말 이쁘게 잘 만들었더군요. 몸통은 딱딱하고 다리와 더듬이는 말랑말랑하답니다. 생김새도 실제 공벌레와 아주 비슷한 느낌이에요.


몸 안쪽에 끼워져 있는 설명서를 펼쳐봤어요.



그리고 다시 고이 접어서 끼워뒀어요.

너무나 귀엽고 예쁜 내 하얀 공벌레.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 것이 이제는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버전으로 저에게 와주었네요.

🎀


공벌레 알비노 외에도 두 마리를 더 들였어요.

그중 하나는 아르마딜리디움 게스트로이(Armadillidium gestroi)입니다. 게스트로이니까 이름은 트로이(Troi)로 지었어요.


아래가 실물이에요. 실제로 보면 정말 예뻐요.

크기는 알비보다 많이 작아요. 앞으로 더 크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아르마딜리디움 클루기 몬테네그로(Armadillidium klugii "Montenegro")예요. 중간에 클루기에서 따온 루기(Lugii)를 이름으로 정했어요.

얘도 정말 예뻐요! 제가 주문한 뒤 품절이 되었답니다. 벌러지닷컴에서 계속 번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곧 다시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아쉽게도 계속 빠르게 돌아다녀서 사진 찍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점이 나란히 세 줄이 있는데 양쪽은 하얀색, 중간은 레몬색이에요. 화려하면서도 귀여운 아이예요.

 

 


이제 셋이 함께 집에 들어갔어요.

집은 아직 더 많이 꾸며야 해요. 촉촉한 흙이 중요하다고 해서 일단 3분의 2 정도는 습하게, 나머지 부분은 건조하게 만들어 줬어요.


함께 구입한 소량의 사료를 하나 줘 봤습니다. 루기가 맛있게 먹고 있네요. 알비에 비해 크기가 많이 작아요.


알비는 다른 애들보다 유난히 잘 뒤집어져요. 몸이 너무 둥글어서 그런가 봐요.


공벌레와 쥐며느리의 차이는 공벌레는 몸을 공처럼 말수 있다는 거예요. 영문 이름에 보통 Armadillidium이 들어가구요.

쥐며느리는 공벌레에 비해 좀 더 납작하게 생겼고 영문 이름은 woodlouse, sow bug, cheeselog, Porcellio scaber(학명) 등이 쓰여요. 쥐며느리도 오렌지 색 등 예쁜 애들이 많아서 애완곤충으로서 인기가 좋답니다.

아래는 열심히 집을 탐색하는 중인 트로이의 모습이에요.


이렇게 셋이 같이 키워도 되나 했는데 별문제 없이 잘 지내더군요.

그런데 만약 번식을 한다면 좀 곤란해질 수도 있겠어요. 잡종이 나오는 문제는 둘째치고 저는 공벌레 수가 10마리 이상 되는 건 원치 않거든요. 일단 놔둬 보고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겠어요.


사육통은 작지는 않은 것 같아요. 흙은 최소 3-5cm 정도 높이로 해 주는 게 좋다고 해서 나중에 오른쪽 부분은 더 많이 높여 줬어요. 다행히 미끄러운 벽을 기어올라오지는 못해서 뚜껑은 열어두고 있어요.


공벌레는 찌꺼기를 먹어치우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고 해서 찌꺼기 애호박을 씻어서 줘봤어요. 실컷 뜯어먹고 애호박에 묻어 있는 물도 마셨답니다.


루기가 개사료를 맛있게 먹고 있어요. 꼭 찌꺼기 음식이 아니더라도 이것저것 열심히 줘 봐야겠어요.


트로이는 땅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네요.


나중에는 셋 다 땅속 깊이 사라져서 흔적도 찾을 수 없었어요. 밤이 깊어지면 슬슬 나와서 활동을 시작하는데 그때만 잠깐씩 볼 수 있답니다.

다음날 동네에서 이것저것 주워와서 안에 넣어주었어요. 이후에 괜찮은 나무껍질도 발견해서 깨끗이 씻어서 전자레인지에 살균한 뒤에 위에 얹어줬어요.


이렇게 안 해도 축축한 바닥재는 곰팡이가 피기 쉬운데 이건 어떻게 관리를 해야 될지 앞으로 고민을 해 봐야겠네요.

아래는 이번에 만든 공벌레 유튜브 영상이고요,



이번 사육 일기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