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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절지동물 사육 일기 - 20191107 (왕사마귀, 귀뚜라미, 타란툴라)

by 라소리Rassori 2019.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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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왕사마귀 쥐미가 죽음의 고비를 넘긴지 이틀째 되는 날의 일기입니다. 딱 한 달 전이네요. 너무 금방 지나가서 한 달이라고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일들투성이어서 너무 정신이 없었는데 앞으로의 한 달은 좀 차분하게 흘러가길 바라봅니다. 가장 고생이었던 귀뚜라미 사육이 해결되고 나니 많은 것이 안정된 느낌입니다.

일단 쥐미와 함께 온 핀헤드들의 사진입니다. 저번에 폐사했다는 그 녀석들인데 이때만 해도 잘 지내고 있었답니다. 귀뚜라미들은 정말 애물단지지만 그래도 핀헤드만큼은 정말 귀엽습니다. 개미 같으면서도 몸이 말랑해서 약간 작은뿌리파리 같은 느낌도 납니다. 뿌리파리는 잊을 만하면 나타나서는 제 식물을 망치는 저주스러운 놈들인데 핀헤드는 그에 비하면 천사 같은 애들입니다. 밥도 잘 먹고 점프도 잘합니다. 작은 몸으로 높이 뛰는 모습이 마치 벼룩 같기도 합니다.


다 좋은데 너무 작은 것이 문제가 될 때도 있습니다. 별생각 없이 그냥 두었는데 다음 날 보니 몇 마리가 탈출을 하고 있더군요. 핀헤드는 물론 귀뚜라미 자체를 처음 다뤄 봐서 몰랐는데 벌러지닷컴에서 뚜껑에 뚫어준 구멍이 핀헤드에 비해 너무 컸습니다. 저 구멍으로 나갈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까 태연히 기어나오고 있었습니다.


놀라서 얼른 임시로 휴지를 말아서 막고, 눈에 보이는 녀석들을 잡았습니다. 빠져나간 녀석들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다 잡았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핀헤드를 택배 온 그대로 둔 것은 아니었고, 소형 귀뚜라미를 제가 갖고 있던 큰 통으로 옮긴 뒤, 핀헤드의 반을 소형 귀뚜라미가 들어 있던 통으로 옮겼습니다. 즉 핀헤드는 위 사진에 있는 것과 같은 통 두 개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두 개의 통에서 다 빠져나간 상황이 된 거죠.


아래는 소형 귀뚜라미들의 사육통입니다. 새 계란판을 잘라서 넣어주었는데 단 이틀 만에 이렇게 되었습니다. 배설물 머신인 메뚜기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귀뚜라미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처음엔 찝찝해서 계속 청소해 주다가 나중에는 포기하고 대충 키우고 있습니다. 이때는 환기의 중요성을 모를 때여서 숨구멍 있는 뚜껑을 닫아서 키웠는데 그래서인지 배설물도 좀 물렀던 것 같습니다. 환기를 잘 시켜준 이후부터는 건조한 배설물이 사육통 바닥에 모래알처럼 쌓이게 되어서 관리가 훨씬 쉬워졌습니다.


사육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이 사이즈 정도(1cm)만 되어도 귀뚜라미는 참 귀엽습니다. 험악하게 생긴 메뚜기와는 달리 머리도 눈도 동글동글한 게 정이 갑니다. 귀뚜라미가 괜히 디즈니 같은 데서 귀여운 캐릭터화가 되는 게 아니구나 싶습니다. 생김새뿐 아니라 탈피도 쉽게 잘하고 밥을 너무너무 잘 먹는 것도 좋습니다. 여기서 더 크지만 않는다면 참 좋을 텐데 그러면 나중에 저의 절지동물들이 성체가 되었을 때는 조금 곤란해지겠죠.


하루 전만 해도 누워서 밥을 먹던 쥐미는 기운을 많이 차려서 몸길이 측정에 들어갔습니다. 1.5cm가 채 되지 않는 작고 약한 녀석입니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물건이나 제 손에 눌려 죽을 것 같아서 밖에 꺼내 놓을 때는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극소 밀웜을 잘라서 주니 아주 잘 먹습니다. 꽤 무거웠을 텐데 끝까지 손에 잘 들고 먹더군요. 아래에 살짝 보이는 게 나무젓가락인데 이때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작았네요. 다음에도 과연 이렇게 작은 사마귀를 키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키우는 재미는 단연 최고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강력 추천하고 싶지만 작은 만큼 신경도 많이 쓰입니다. 성장이 빨라서 섭섭한 부분도 있습니다.


다음은 그린보틀 블루입니다. 은신처 뒤에 있길래 핀셋으로 밀웜을 물려주었습니다. 모습도 예쁜 애가 숨지도 않고 먹이도 잘 먹어서 볼 때마다 이쁘고 기특합니다. 분홍색 초콜릿 컵도 이 녀석과 잘 어울려요.


위에서 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제가 자기를 보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렌지 어셈 바분은 땅굴은 파두었는데 은신처 안에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은신처 입구도 바닥재와 거미줄로 꽉 막아 놨는데 웃기게도 그 입구에 반쯤 죽인 먹이를 붙여 두고 살짝 흔들면 이 녀석이 안쪽에서 당기는 건지 먹이가 내부로 쭉 빨려들어갑니다.


오렌지 어셈 역시 밥을 먹는 게 어디냐 싶은 상전입니다. 상전 중에 상전이 카엥이이고, 그 다음으로 지네들과 왕사마귀인데 이 녀석도 만만치 않습니다. 고양이를 키우면 집사가 된다더니 저는 베이비시터와 하인의 중간쯤 되는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서 봤던 것처럼 타란툴라와 지네가 먹이를 멋지게 낚아채는 모습을 흐뭇하게 관람하게 될 줄 알았는데 유체를 들여서인지 상상과는 많이 다른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카엥이입니다. 동그란 엉덩이가 보이네요. 아래에 보이는 부분을 흙으로 완전히 막기 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속 타는 단식투쟁은 계속 되는 중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이렇게 배가 빵빵하면 탈피를 앞두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이라고 합니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저의 타란툴라들이 모두 성체가 되어 있겠군요.킬로브라키스 카엥 크라찬, 그린보틀 블루, 오렌지 어셈 바분 모두 성장 속도가 빠른 종이라고 하네요. 앞으로 길고도 짧은 1년이 될 것 같습니다.


*건강하고 예쁜 애들 보내주신 벌러지닷컴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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