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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절지동물 사육 일기 20191112-15 (왕사마귀, 타란툴라, 지네)

by 라소리Rassori 2019.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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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곤충에 대한 잔인한 내용과 사진이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환공포증 있으신 분들도요.

아기 사마귀 쥐미가 생사의 고비를 넘긴 지 10일쯤 되었을 때입니다. 무슨 일인지 한쪽 더듬이는 잘려 있지만 귀엽게 냠냠 극소 밀웜을 먹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육 케이스 뚜껑 안쪽에 있는 건데 손바닥보다도 작은 뚜껑이라도 조그만 쥐미에게는 엄청나게 큰 공간입니다.


밀웜 껍질이 그리 연하진 않을 텐데 잘 뜯어먹는 모습입니다. 저 작은 입 어디에 저걸 뜯을 만한 이빨이 있는 건지, 포식자 쪽의 절지동물들을 볼 때마다 참 신기합니다. 그러고 보니 잡식인 밀웜이나 귀뚜라미에게도 저런 턱 힘이 있네요. 아무리 왕사마귀나 타란툴라 같은 포식자라도 탈피할 때는 아무 힘이 없기 때문에 탈피하는 동안 먹이 곤충을 함께 둔다면 되레 먹히는 수가 있습니다.


이때는 제가 완전히 사육 초보였기 때문에 제가 안 보는 동안 쥐미가 탈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해서 먹이 곤충 몇 마리를 함께 두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핀헤드(귀뚜라미 새끼) 한 마리가 나무젓가락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는 모습이에요. 숨어봤자 곧 먹힐 운명...


절지동물 사육에서 현재 저에게 가장 힘든 점은 귀뚜라미를 죽이는 일입니다. 밀웜은 이제 불쌍하다는 느낌이 많이 둔해졌는데 귀뚜라미들은 귀엽게 생겨서인지 마음이 많이 약해지네요.

숨어 있던 핀헤드들은 밖에 나와서 돌아다니다가 아래 사진처럼 쥐미에게 잡아먹힙니다. 이때는 불쌍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그저 스스로 사냥해서 밥을 먹는 쥐미가 기특할 뿐입니다.


귀뚜라미가 불쌍할 때는 귀뚜라미를 손질해야 할 때입니다. 손톱 정도 크기의 제 타란툴라 유체들에게 피딩을 하려면 핀헤드보다 좀 더 큰 귀뚜라미의 뒷다리와 머리 부분을 약간 손질해서 줘야 합니다. 그 이유는 혹시라도 타란툴라들이 탈피를 앞두고 있거나 탈피 중이라면 팔팔한 귀뚜라미를 돌아다니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타란툴라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탈피하다가 죽을 수도 있고, 위에서 말했듯 먹이에게 먹힐 수도 있습니다.

몇 번 해보면서 요령을 익혀야 하는데, 최대한 살짝만 꿈틀거리는 정도로 해서 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쌍별귀뚜라미는 추우면 기절해버리기 때문에 냉장고에 잠시 넣어뒀다가 손질을 하면 좀 더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냉장고에 두는 시간은 귀뚜라미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7mm 정도 크기라면 3~5분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 그 이상은 작은 애들은 너무 움직임이 없어져서 타란툴라의 먹이 반응이 좀 떨어지더라고요. 냉장고 온도가 각 집마다 좀 차이가 있으니 이건 각자가 시간을 잘 조절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냉장고에 잠시 있던 귀뚜라미들은 실온을 접하면서 서서히 깨어나니 손질은 빨리 끝내는 게 좋아요.

밀웜 역시 머리를 으깨는 등 손질을 해서 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밀웜들은 흙을 파고 땅속으로 들어가 버려서 정말 곤란한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타란툴라들에게 어마어마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요. 귀뚜라미는 쉽게 죽는 반면 밀웜들은 펄떡거리는 힘도 세고 머리를 으깬 뒤에도 잘 죽지 않아서 그 기세에 작은 포식자들은 겁을 먹기도 합니다.

저희 쥐미의 경우, 밀웜 사냥에 몇 번 실패하더니 밀웜을 무서워하게 되었습니다. 쥐미는 먹이를 사냥해서 끝까지 먹는 모습을 제가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쥐미에게 줄 때는 손질을 안 하고 그냥 주는데, 혹시 한 번 물린 적이 있는 건지 어떻게 된 건지 밀웜을 보면 도망갈 때가 많습니다.


위 사진에서의 사냥은 쥐미가 정말 한참을 망설였는데 결국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대신 다음날 아래 사진에서는 성공을 했습니다. 배가 많이 고플수록 사냥 성공률이 높아지긴 하는데 그 이전에 먹이 곤충의 크기가 적당해야 합니다. (이 뚜껑 때문에 맨 위에 환공포증 언급했어요. 가끔 엄청 예민한 분들이 계셔서.)


귀염뽀짝한 뒷모습입니다. 저는 사마귀들의 뒷모습이 그렇게 귀엽더라고요. 동글동글한 게 말이에요.


다 먹고 난 뒤엔 제 손 위에서 그루밍을 하면서 놀았습니다. 지금은 많이 커서 이때의 모습이 그립기도 하네요. 물론 지금도 너무너무 귀엽지만요.


다음은 왕지네 유체인 타리입니다. 어느날 보니까 저렇게 터미널 렉만 꺼내놓고 자길래 귀여워서 찍어보았습니다. 마치 지네 새싹이 올라온 것 같아요.


다음은 카엥 크라찬인 카엥이입니다. 이때가 11월 15일이었는데 10월 29일에 처음 왔을 때 밥 한 번 먹고 이때까지 음식을 거부하는 중입니다. 3일에 한 번씩, 자기 전에 저렇게 입구에 밥을 놓아두고, 아침이면 꺼내서 버렸어요. 탈피가 다가오면 안 먹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오래 굶고 모습도 드러내지 않아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참 애가 많이 탔습니다. (상황은 계속 업데이트 할게요.)


오렌지 바분인 렌지는 모습은 숨긴 채로 그나마 밥은 먹는 상황이었고, 그린볼 리니는 밖에 잘 나와 있고 밥도 아주 잘 받아먹었어요. 한 녀석만 이렇게 해도 키울 맛이 나는 것 같아요. 개체마다 성격이 다 다른 것이 신기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리니의 집에 세워준 사다리에 며칠 사이에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사다리 아래쪽에 올리브색 물질) 리니가 저기에 똥을 싼 건지 어찌 된 건지, 아무튼 저 날 이후 사다리는 리니의 공간에서 없애버렸습니다. 안 그래도 약간 습한 환경인데 바닥재에 곰팡이가 번지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리니는 먹이를 주는 즉시 자기가 알아서 콱 물어 죽이기 때문에 손질 안 한 밀웜을 그대로 줄 수 있어서 편합니다. 얘는 항상 보면 동작이나 포즈가 참 우아해요. 다리에 털이 좀 있긴 해도 너무 예쁘죠? 저희 가족은 리니를 "그 까만 구두"라고 부릅니다.


아직 애들이 다 작아서 피딩이 힘든데 빨리 컸으면 좋겠네요. 아성체, 준성체 정도만 되어도 많이 쉬워질 것 같아서 그때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몇 달만 지나도 많이 커질 것 같은데 지금으로서는 그 몇 달이 참 멀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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