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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조카가 소아비만 위험이 있어 보여서 걱정이에요 ㅠ

by 라소리Rassori 2020.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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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여동생에겐 아이가 둘 있어요.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귀여운 초딩 남매죠. 이번 얘기는 그중 막내인 다니의 이야기예요.

동생 가족이 미국에서 살기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아이들은 사진으로만 만나고 있어요. 며칠 전에도 동생이 카톡으로 애들 사진을 여러 장 보내주었답니다.

그런데... 이번엔 처음 보는 아이가 한 명 있더라구요. 애들 친구인가? 하면서 동생에게 쟤는 누구냐고 물었더니 "다니잖아!"하는 거예요. 다니를 못 알아보는 저에 대해 오히려 동생이 놀라더군요. 다시 사진을 들여다봤지만 아무리 봐도 정말 다니로는 보이지 않았어요. (원래 제가 주위에서 놀랄 정도로 안면 인식 장애가 좀 있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라소리: 저게 다니라고?? 다니 왜 갑자기 확찐자 됐어??

동생: 글쎄, 운동을 못 해서 그런가, 최근 갑자기 확 쪘어.

라소리: 소아비만 되면 안 돼~

동생: 비만은 아니야. 비만 직전이지.

라소리: 너 지금 다니 매일 봐서 잘 못 느끼는 거야. 못 알아볼 정도인데! 

동생: 정말?! 와, 어떡하지! (동생은 평소에 언니 말을 기분 나빠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요. 제 말이면 껌벅 죽는 거의 저의 신봉자입니다ㅋ 블로그에 다니 얘기 올리는 것도 항상 허락해요. 다니란 이름은 어차피 애칭이기도 해서...)

 



다들 아시겠지만 성인은 살이 쪄도 지방 세포의 크기만 커지지만 소아는 지방 세포의 수가 늘어나죠. 제 초등 남자 동창 중에서도 소아비만으로 고민이 많던 친구가 있었는데 성인이 된 이후 이런 지방 세포 수 얘기를 종종 꺼내더라구요.

그 친구는 항상 너무너무 살을 빼고 싶어 했는데 애초에 소아비만이어서 살 빼는 게 너무 어렵다고 스트레스를 받곤 했어요. 이미 늘어나 있는 비만 세포의 수를 줄일 수가 없으니 더 막막하다는 소리도 종종 했구요.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처음 봤을 때부터 한 번도 안 뚱뚱한 적이 없었어요. 키 크고 잘 생기고(눈 크고 눈썹 진한 얼굴) 공부도 엄청 잘해서 좋은 학교에 좋은 학과도 가고 그랬는데... 살이 항상 콤플렉스더라고요. 그 부분이 그 친구의 행복의 많은 부분을 앗아가고 있었어요. 초딩 때도 좀 자신감 없이 구석에 있었는데, 성인이 되어서는 엄마 원망을 좀 하더라구요. 엄마는 왜 자기가 그냥 먹도록 뒀을까 하면서...

저는 중학교 때부터 좀 비만이 된 케이스인데 그런 저도 엄마가 좀 원망스럽긴 하더라구요. 저는 중1 때까진 말랐다가 중2가 되면서 갑자기 확 쪘는데 고모가 보시고 엄청 놀라시던 기억이 나요. 지금 제가 제 조카 다니를 보고 놀라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 이후 고모가 열심히 간섭해서 간식도 줄이고 채소도 먹게 하고 그랬는데... 식습관부터가 잘못 잡혀 있다 보니 소용이 없었어요. 결국 점점 더 찌다가 나중에 성인 되어서야 지금처럼 살이 쏙 빠지게 되었죠.

근데 그 살쪄 있던 5년 정도는 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특히 사춘기 때는 더 예뻐지고 싶고, 외모에도 많이 예민하잖아요. 그래서 속상해서 가끔 2주씩 거의 안 먹고 굶기도 하고, 다이어트 약도 몰래 사먹어보기도 했어요. 그래 봤자 매번 바로바로 요요현상이 와서 더 좌절만 되었지만요.

저는 라면이랑 탄산음료에 꽂혀서 살이 쪘었는데... 제가 신상 라면을 구해서 끓여서 먹고 있으면 엄마는 항상 "어떻게 맨날 저렇게 숨어서 자기 혼자 다 먹을까!"라든가 "한입 먹어보란 소리를 하는 걸 못 보네!" 같은 말씀밖에 안 하시고 라면이랑 탄산음료가 몸에 나쁘고 살이 찐다는 말씀은 한 번도 해준 적이 없어요. 그래서인지 그때 만약 음식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들었더라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지금도 그 당시 남자 애들이나 일부 선생님들이 제 살 갖고 놀린 기억이 가끔 떠올라서 짜증이 나거든요.ㅎ 전 뚱뚱도 아니고 통통이었는데도 그랬어요.

제 경우는 소아비만까진 아니어도 성장기에 그랬기 때문에 지방 세포의 수가 좀 더 늘었을 것 같긴 해요. 그래서인지 살이 안 빠지는 부위(하체)는 아무리 노력해도 정말 잘 안 빠지기도 하구요. (몸무게가 50kg 아래여도 하체는 통통..ㅠ)

아무튼 중딩까지 되어서 자기 관리 못 한 건 제 잘못도 있겠지만 어린아이들의 소아비만은 부모가 적극 개입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어려도 자기 외모에 대해 굉장히 예민할 수 있고, 무엇보다 건강에 좋지 않으니까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심장 질환, 혈관 질환 등에 더 노출이 되어있고, 성인이 된 뒤에는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하니 건강을 위해서라도 비만은 처음부터 막아야 하는 것 같아요. 저처럼 중딩이 된 뒤에는 고모가 아무리 그렇게 끼어들어도 별 소용이 없었거든요. 결코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말 잘 듣는 어린 시절 때 식습관을 바로 잡아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얘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어린이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 적어봤습니다.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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