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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절지동물 사육 일기 - 왕사마귀 약충 탈피!

by 라소리Rassori 2019.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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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6일

이날은 초보 사육자에게 너무나 기분 좋은 날이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사육 케이스로 가보니 왕사마귀 쥐미가 탈피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사마귀가 탈피하는 사실을 모르고 봤다면 죽은 줄 알고 기겁했을 텐데 다행히 10월부터 사마귀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해 둔 상황이라 보자마자 탈피 껍질인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탈피 기간에는 습도를 높게 해줘야 한다는데 다행히 물에 적신 휴지와 벽에 뿌려둔 물로 충분했나 봅니다.

그 어렵다는 탈피를 혼자서 깨끗이 잘 마친 쥐미의 모습입니다. 다리도 휜 것 없이 다 잘 빠져나왔고, 잘려있던 더듬이도 많이 재생되었어요. 사마귀는 성충이 될 때까지 보통 10일에 한 번씩 탈피를 하는데 쥐미는 저한테 온 지 11일 만에 탈피를 했답니다. 그렇다면 대충 탈피 직후에 저에게 보내졌다는 얘기가 됩니다.


탈피 껍질은 고이 집팩에 보관해두었습니다.


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절지동물은 성체의 경우 탈피 후 1-2주 정도 몸을 말린 뒤에 밥을 먹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아직 굳지 않아 물렁한 턱이 먹이를 먹다가 돌아갈 수 있다고 해요. 하지만 쥐미처럼 어린 곤충은 몸을 말리는 기간이 짧습니다. 타란툴라 유체 같은 경우엔 3-7일 정도 말린 뒤 피딩을 하는데, 왕사마귀 약충은 12시간 정도만 말려도 충분했습니다. 아무래도 몸이 커질수록 시간도 조금씩 늘여주는 게 좋겠죠. 아래는 탈피 후 맛있게 핀헤드를 먹고 있는 모습이에요.


몸길이는 한 1센티 더 늘어났어요. 작은 탈피 껍질 안에 들어있다가 하루만에 뻥튀기 되어서 나오는 느낌이에요.


여전히 너무 작고 귀엽습니다.


집은 더 크고 더 투명한 통으로 옮겼습니다. 홈플러스에서 구입한 훨씬 큰 곤충 사육 케이스로도 옮겨봤는데 너무 크니까 오히려 쥐미가 안정을 찾지 못하더라고요. 성장이 빠른 만큼 통이나 망 같은 모든 물건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바꿔줘야 합니다.

이때는 다음 탈피를 위해 망을 어떻게 설치할지 고민이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중이었네요. 사마귀는 거꾸로 매달려서 탈피를 하는데 완전히 직각으로 매달리면 안 되고 사선으로 매달려야 합니다. 그게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탈피 부전이 와서 죽거나 다리가 이리저리 돌아가버린답니다. 사마귀는 성충이 될 때까지 7번의 탈피를 거치는데 탈피 부전이 두려워서 탈피 때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래는 귀엽게 제 쪽을 쳐다보는 쥐미입니다. 타란툴라, 지네, 귀뚜라미 등과는 달리 고개를 휙휙 돌려서 쳐다보고, 사람 손에 올라오는 것도 좋아하고, 피딩도 쉬워서 매일 보는 것만으로 꿀잼입니다.
 


아마 이때가 쥐미의 3번째 탈피였던 걸로 알고 있는데, 3번째까지는 나무젓가락만으로도 탈피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물론 망이 잘 설치되어 있는 게 좋겠지만요.

초반 탈피 때도 탈피하다 떨어져서 죽는 일이 있지만 이 이후부터는 점점 쉽지가 않습니다. 특히 날개가 생기는 마지막 탈피가 그렇게 힘들다고 하네요. 자연에 있는 사마귀 성충들은 정말 많은 죽을 고비를 넘긴 뒤에 그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수백 마리가 태어나도 무사히 성충이 되는 건 10마리도 안 된다는 말이 있던데 제가 키워보니 그 말이 이해가 됩니다. 자비 없는 자연 속에서 탈피를 한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사마귀들이 보기보다는 여리고 약하더라고요. 다리도 조금만 잘못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고, 먹이를 보고 겁을 먹기도 하고요. 이런 애들이 자연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쥐미가 처음 왔을 때의 일은 이 블로그에도 있지만 유튜브 영상으로도 기록을 해두었습니다.
https://youtu.be/AczQJgeBG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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