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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먹이곤충

귀뚜라미 다리 재생 기록 및 여름 성장 속도

by 라소리Rassori 2020.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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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곤충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글입니다. 제발 정말 관심 있는 분들만 봐주시길 부탁드려요. 쌍별 귀뚜라미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섬네일 이미지: illustAC

 



2020년 7월 15일

 

탈피를 하다가 동료에게 더듬이 한쪽과 다리 한쪽을 뜯긴 녀석을 구출해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다리 재생 과정을 관찰해보기 위해서였어요. 저번에 구출해서 관찰했던 계미는 뒷다리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번 녀석은 조금은 남아 있어서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습니다. 몸길이 1cm가 안 되는 새끼 귀뚜라미입니다.

 

일단 이 녀석은 ㅌ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유는 잠시 후에 말할게요.

 

참고로 이 포스팅에서는 제가 기록해둔 날짜를 통해 귀뚜라미가 여름에 얼마나 빨리 성장하는지도 함께 확인할 수 있으니 성장 속도가 궁금하신 분들은 날짜를 잘 봐주세요.

 

구출된 첫날부터 밥 잘 먹고 잘 지내는 모습입니다. 다리가 재생되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7월 16일

 

구출된지 하루 후. 아침에 일어나보니 탈피를 마쳤더군요. 그런데 다리는 변함이 없네요. 더듬이는 조금 더 길어졌습니다.

 

 

7월 17일


또 한 녀석을 구출했어요. 이번엔 종아리 중간쯤부터 뜯어 먹힌 케이스예요. 나이나 크기는 먼저 구출한 ㅌ과 같습니다.

 

이 녀석은 ㅊ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착하게 잘 지내주었기 때문에 "착한"에서 ㅊ을 따왔습니다. 애호박을 맛있게 뜯어먹고 있는 모습이에요.

 

 

7월 21일

 

처음에 구출했던 ㅌ이 또 탈피를 했어요. 아쉽게도 이번에도 다리는 재생되지 않았습니다.

 

16일 탈피 때와 달라진 것은 이제 날개싹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 것과 산란관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이로서 ㅌ은 암컷 확정입니다.

 

 

7월 22일

 

이번엔 ㅊ이 탈피를 했어요. 놀랍게도 다리의 상당 부분이 재생이 되었습니다. 역시 어느 부위를 얼마나 잘리느냐에 따라 다리 재생률이 달라지나 봅니다.

 

 

새로 나온 다리는 길이가 짧고 가시도 예전 같지 않네요. 그래도 아직 탈피가 두 번 더 남아 있으니 어찌 될지 봐야겠습니다. 참고로 ㅊ이 올라가 있는 종이는 제가 어디 배달시켜먹고 받은 메모 뒷면입니다.

 

 

아래는 같은 날 찍은 ㅊ의 모습이에요. 탈피한지 2시간도 안 되어서 까매졌습니다. 아직 작아서 그런 것이고, 나중엔 몸이 좀 더 천천히 마릅니다.

 

그나저나 오른쪽에 살짝 보이는 ㅌ... 이 녀석은 이날 이후 탈주를 해버렸어요. 이름이 ㅌ인 것은 탈주범이기 때문입니다. 다리 한쪽 만으로도 점프를 해서 나갈 수 있나 봅니다. 좀 더 높은 통에 넣어둘 걸 그랬어요.

 

 

며칠 후 밤에 자려고 불을 끄고 이불을 덮는 순간 엄청나게 커다란 귀뚜라미가 이불 안에서 튀어나왔는데 아쉽게도 ㅌ은 아니었어요. 다리가 온전했거든요. 아마도 사육통 청소 때 탈출한 놈들 중 하나 같았습니다.

대체 ㅌ은 어디로 간 것인지... 지금껏 탈주자들은 배가 고파서 반드시 다시 나타났는데 유일하게 ㅌ만이 8월 9일인 현재까지도 안 나타고 있네요. 지금쯤이면 성충이 되었을 텐데 암컷이기 때문에 울음소리를 못 내니 소리로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에요.

 

성공적으로 숨어 지낼 만큼 똑똑한 애들은 결코 아닌데... ㅌ의 행방이 더욱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ㅌ, where are you...

 

 

7월 29일

 

ㅊ이 7일만에 또 탈피를 했어요. 이번에도 다리가 꽤 많이 자라나왔네요! 정말 작지만 발톱도 다시 생겼어요.

 

이제 종령 귀뚜라미가 되어서 탈피는 단 한 번이 남았습니다.

 

 

다리에 돋아난 가시는 재생되지 않나 봅니다. 색도 원래 다리보다 더 어둡게 나왔네요.

 

 

8월 7일

 

ㅊ이 8월 6일에 최종 탈피인 우화를 마쳤습니다. 그날 많이 바빴기 때문에 촬영은 하루가 지나고 했어요.

 

다리 재생은 이 정도면 성공적이네요. 다리에 가시는 끝끝내 나오지 않았지만 발이 다시 생긴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에요.

 

 

이렇게 힘들게 재생된 발이라도 ㅊ이 나이가 들면서 말라서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젊은 기간 동안은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이날 효미 낫에 손가락을 잡혀서 피부가 조금 뜯겼는데 그것 말고 ㅊ의 다리에 집중해 주세요. 발목 관절 부분에 작은 가시 때문에 발이 두 개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원래의 모습과 똑같이 되진 않았어도 나름대로 귀엽고 신기한 모습이에요.

 

 

비록 처음엔 먹이곤충으로서 저희집에 온 ㅊ이지만 앞으로 먹이로 사용되는 일은 없을 거랍니다. 평생을 배불리 먹고 놀다가 가게 될 거예요. 

 

우화하고 하루 뒤에 찍어서 밝은 갈색인데 색은 여기서 조금 더 어두워질 거예요. 수컷이기 때문에 날개는 한쪽을 잘라냈습니다. 그 부분은 정말 어쩔 수가 없어요.

 

이번 얘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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