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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약충 쥐미 일기 20191120-24

by 라소리Rassori 2020.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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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0-24

보통 식물이든 동물이든 뭔가를 키우게 되면 처음 한동안은 기르는 방법에 대해 열심히 검색을 해보게 됩니다. 데려오기 전부터 미리 어느 정도 공부를 해놓기도 하죠. 저 역시도 그랬고요. 그런데 역시 그냥 글로 배우는 것과 실제 겪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제 꽤 많이 안다고 생각해도 계속해서 의문점이 생기고 예상 못했던 일이 반복됩니다. 저처럼 초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이 시기에도 저는 어김없이 사마귀 관련 검색에 빠져 있었습니다. 자기 전에도 누워서 사마귀에 대한 영상을 보고 글을 읽으며 잠들곤 했습니다. 그러다 사마귀의 광합성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갈색 사마귀는 태양빛을 쬐어주면 초록색이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갈색인 쥐미가 햇빛을 보는 걸로 초록색이 되다니, 생각만으로도 들뜨는 일이었죠. 하지만 겨울철 실내에서는 마음껏 햇빛을 받게 해줄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냥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건강하기만 하면 되지 굳이 초록색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햇빛이 쨍하고 창문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보자마자 이건 놓칠 수 없다 싶어서 얼른 쥐미를 사육 케이스 째로 창가에 놓아두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어요. 햇빛을 느낀 쥐미가 바로 신기한 자세를 잡았습니다.


납작하게 몸을 낮춰서 최대한으로 햇빛을 받으려 하는 모습입니다. 너무 귀엽고 신기해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대답이 돌아올 리는 없지만 그렇게 좋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만큼 쥐미가 빛을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사마귀는 정말 광합성을 하나? 사실 개인적으로는 의심쩍은 부분입니다. 혹시 자세한 자료가 나와있는 웹주소를 아시는 분은 공유를 부탁드립니다.


애완 사마귀를 키우는 인구가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일본, 유럽, 미국 쪽이 많아서 저는 평소에 미국 포럼을 많이 뒤져보는 편입니다. 일본 쪽도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면서 보고 있고요. 원하는 정보를 워낙 구하기 어렵다 보니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됩니다. 그럼에도 어느 쪽에서도 사마귀 광합성에 대한 결론은 시원하게 얻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햇빛이 사마귀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주장하는 한 미국 사육자의 얘기는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사마귀를 키워본 경험으로 저는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쥐미에게 빛을 자주 접하게 해 준 결과, 확실히 활동성이나 식욕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쥐미가 햇빛을 보자마자 이런 동작을 취하는 것도 분명 다 의미가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껏 햇빛이 많이 고팠던 모습에 왠지 또 짠해집니다. 마음껏 쬐게 해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집에 잠깐씩만 들어오는 겨울철 햇빛은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또 방법이 없나 하고 열심히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벌러지닷컴 유튜브 채널에서 UVB 램프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래 사진의 제품을 사서 30cm 거리에서 매일 두 시간씩 쬐어주면 사마귀가 초록색이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당장 주문했습니다. 2만 5천 원이었나? 가격은 정확히 생각이 안 나네요. 원래는 파충류에게 쓰는 램프인데 희귀 동물 샵은 물론 지마켓이나 옥션에서도 구할 수 있습니다.


주문을 마치고 쥐미가 일광욕을 끝낸 뒤엔 또 손 위에서 놀게 해주었습니다. 이 시기의 사마귀는 정말 너무 귀여워서 몇 마리고 상관없이 마구 들여서 키우고 싶습니다. 


이후로도 매일 잠깐씩이라도 햇빛을 보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쥐미가 약간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마귀는 탈피 및 성장과 함께 뭔가 새로운 것을 깨닫는 듯하면서 경계심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날은 처음으로 쥐미가 "...여긴 대체 어디지?" 하는 얼굴로 아래 사진의 상태로 한참을 굳어 있었습니다.


사마귀가 성장하면서 인지능력 같은 것이 발달하는 모습은 직접 키워보시면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탈피할 때마다 탈피 후 며칠이 지난 뒤 뭔가 "앗...?" 하고 새로운 것을 깨닫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어릴수록 경계심이 없어서 다루기 쉬운 면이 있습니다.


잠시 머리에 스쳐간 충격을 진정시킨 쥐미가 망에 매달려서 더듬이를 다듬고 있습니다. 다음 탈피를 위해 제가 루바망과 부드러운 망을 전부 설치해뒀는데 썩 안심이 되는 세팅은 아니라서 계속 바꿔보는 중이었습니다.


이틀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램프가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램프를 켜고 사진을 찍으니 하얀색이 푸른빛으로 찍히네요. 쥐미는 빛이 마음에 들었는지 바로 납작하게 엎드려서 자세를 잡았습니다.


제가 팔이 아파서 움직이니까 뱅글 돌아서 또 한 번 자세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초록색이 되었냐구요? 나중에 또 얘기가 나올 듯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안 되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사마귀는 그냥 갈색형과 녹색형이 따로 있었습니다.

사마귀 색깔은 온도 및 습도에 의해 변하기도 하고, 탈피하면서 바뀌기도 하는데 일단은 유전적인 게 가장 크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초록색 풀 위에서 쉬게도 해보고 여러 가지 다 해봤습니다만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쥐미가 태어났을 때의 벌러지닷컴 영상(아래 링크)을 다시 보니까 쥐미 엄마도 갈색형이더라구요. 전 쥐미가 갈색이어도 그저 귀여울 따름이라 큰 상관은 없었습니다.

https://youtu.be/5w6xfHnN-go

램프는 돈 낭비...까지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쥐미가 빛을 무척 좋아하고, 빛을 며칠간 쬔 거랑 안 쬔 거랑 활동성 면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였거든요. 아래 사진에서처럼 빛 아래에 두면 몇 시간이고 가만히 빛을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왕사마귀 약충은 벌러지닷컴에서 현재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분양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더 들이고 싶어서 항상 갈등하게 되네요. 가까이 살았다면 못 참고 달려가서 한놈 업어왔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단 5월까지는 바쁜 일이 좀 있어서 참아야 할 것 같아요. 포유류만큼은 아니어도 절지류도 은근히 집을 오래 비우기가 힘드네요.

그나마 타란툴라 유체들은 너무 덥거나 춥지 않는 이상 2주씩 그냥 둬도 큰 걱정이 없는데 지네 유체들은 습도 조절을 해줘야 해서 문제입니다. 사마귀는 성충의 경우 1주일 넘게 굶어도 괜찮다고 하는데 그래도 그냥 그렇게 두고 가는 것은 불안하겠죠. 밀웜이 제일 걱정이 없겠네요. 귀뚜라미는 아마 서로 잡아먹어서 한 마리만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겠고요. 절지류도 개나 고양이처럼 잠시 맡길 수 있는 호텔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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