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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절지동물 사육 일기 - 왕사마귀 약충 4번째 탈피

by 라소리Rassori 2020.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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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사진 주의


2019년 11월 25일


11월 16일 탈피 이후 왕사마귀 약충 쥐미가 또 탈피를 했습니다. 이번엔 제가 깨어 있는 오후 시간에 해서 탈피 장면을 찍을 수 있었어요. 


제목대로 4번째 탈피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사마귀가 알에서 나오면 1령, 한 번 탈피하면 2령, 두 번 탈피하면 3령이 되는데 만약 쥐미가 저한테 3령 때 온 거라면 저번 탈피는 3번째, 이번 탈피는 4번째가 되는 거겠죠. 쥐미는 5령이 되는거구요. 탈피는 대략 총 일곱 번인데 종에 따라 성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저번엔 탈피가 다 끝난 후에 발견했는데 이번에 비로소 사마귀의 탈피 장면을 처음으로 보게 되어 감격이었습니다. 쥐미가 탈피를 조금이라도 쉽게 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망과 통을 바꾸어보느라 분주했었네요. (쥐미가 일광욕하는 시간을 이용했습니다.)

사마귀는 탈피 전에 식욕이 저하되고 같은 자세로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번에 쥐미는 하루 전인 24일 오후 1시쯤 밥을 먹고 그 이후 25일 오후 5시 10분 탈피가 시작되기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원래는 아침과 저녁을 꼭꼭 먹었어요.

그런 변화를 봐가며 쥐미가 밥을 안 먹기 시작할 때부터는 사육장 세팅을 만지지 않았습니다. 탈피 준비 들어가고부터는 귀찮게 하거나 건들면 안 되거든요. 굶은 상태인 데다가 움직임도 둔해져서 사마귀도 많이 긴장 상태이기 때문에 잘 탈피할 수 있도록 최대한 안정시켜줘야 합니다. 공기가 너무 건조하면 탈피 껍질에서 부드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관절 부분이 끊기기도 하기 때문에 물에 적신 휴지를 꼭 안에 둬야 하구요. 분무기로 물은 사마귀에게 스트레스를 안 주는 선에서 사육통 벽에 뿌리는데 호흡이 불쾌할 정도로 너무 습하게 하지는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최종 세팅은 샤워타월 중에서 망이 괜찮아 보이는 걸로 사서 작게 자른 뒤 양면테이프로 통 바깥쪽에 붙였습니다. 안쪽에 붙이면 사마귀 발이 붙을 수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건데 망이 너무 촘촘해도 사마귀 다리가 엉켜서 탈피 부전이 일어날 수 있다더군요. 샤워타월 그냥 눈으로 보기엔 참 좋아 보였는데 다음엔 쓰지 않을 재료입니다.

혹시 몰라서 루바망도 함께 두었는데 쥐미는 샤워타월을 선택해서 거꾸로 매달렸습니다. 그 상태로 하루 종일 꼼짝 않고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등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날개뼈 정도 되는 부분이 가장 먼저 터져 나오고, 그다음엔 머리, 더듬이, 낫, 다리, 꼬리 순으로 나옵니다. 더듬이와 낫만 잘 나와도 무사 탈피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탈피 부전은 그 아래 부분 특히 긴 뒷다리에 잘 일어나는데 다리가 이리저리 휜 채로 굳어서 못 걷게 되는 경우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매일 밥 떠다 먹이면서 키우다가 다음 탈피 때 나을 수도 있고,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탈피 부전은 사마귀 사육자들에게는 가장 큰 부담이자 공포입니다. 쥐미를 처음 들였을 때는 그런 일 자체를 상상도 못 해봤는데, 검색해보다가 탈피 부전이 일어난 사마귀들 사진들을 보면서 속으로 바들바들 떨게 되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가장 중요한 부분들이 다 나온 모습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어딘가에서 사마귀 몸길이의 두 배 높이면 된다고 봤는데 높이가 부족해서 쥐미의 머리가 바닥에 닿으려 합니다. 저대로면 목이 아래로 꺾인 채로 몸이 마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제 낫까지 루바망에 걸려버렸습니다.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습니다. 어설픈 세팅에서 초보 티가 납니다. 열심히 공부한 뒤에 한 건데 역시 뭐든 경험으로 배워야 하나 봅니다.


숨을 멈춘 채로 조심스럽게 루바망부터 빼냈습니다. 쥐미의 생명 같은 낫이 걸려 있는 일이었습니다.


어찌어찌 무사히 빼냈습니다. 그런 뒤 샤워타월을 아주 천천히 당겨서 쥐미의 몸 전체를 들어 올려 줬습니다. 이때 정말 중요한 것은 사마귀가 탈피 껍질과 함께 아래로 뚝 떨어지지 않는 한 가만히 둬야 한다는 거예요. 몸이 말랑한 상태이기 때문에 절대 사마귀에게 직접적으로 손대면 안 됩니다.

아래 사진대로 거꾸로 매달린 채로 다리를 어느 정도 말립니다. 그런 뒤 자기가 알아서 발을 뻗어서 뭔가를 잡고 꼬리를 털어서 껍질에서 빠져나옵니다. 만약 탈피 도중에 껍질 째로 아래로 뚝 떨어진다면 즉시 주워 올려서 테이프로 발 끝을 뭔가 뚜껑 같은 것에다 붙여주세요. 원래의 거꾸로 매달린 자세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새로 나온 몸을 만지면 안 되고, 탈피 껍질의 꼬리 끝 부분을 잡아야 해요. (새로운 몸이 꼬리에서 빠져나갔다는 가정 하에)

이런 위급한 순간에 만약 사육자가 보고 있지 않다면... 탈피 부전이나 죽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쥐미 탈피는 50분 정도가 걸렸는데(다리 6개 다 빠져나오는 데까지는 10분 정도 걸렸음) 낫이 빠져나오기 전인 초반에 떨어질수록 더욱 상황은 심각해집니다. 다리 6개 모두가 빠져나와서 20분 이상 몸을 말린 후라면 그냥 별 걱정할 것 없이 적당한 곳에서 쉬게 해 주시면 됩니다.

어떤 미국 사육자는 사마귀 몸이 어느 정도 나오면 글루건을 이쑤시개에 살짝 묻혀서 탈피 껍질 발 끝에 바른다고 하던데(물론 발이 완전히 나온 후에) 전 그건 너무 떨릴 것 같아서 엄두를 못 냈네요. 추락을 미리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망만 잘 설치해두면 추락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거든요. 탈피 도중에 사람이 사육통을 이리저리 돌리고 만져서 떨어지는 거면 몰라도요. 


아래는 십년감수 끝에 무사히 탈피한 쥐미의 모습입니다. 몸이 물렁물렁한 상태이니 아래 사진대로 또 한참을 절대 건들지 말고 그냥 둬야 해요. 이 크기의 사마귀의 경우 24시간 정도 가만히 두는 게 안전합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클수록 몸 말리는 시간을 늘려줘야 합니다. 


살며시 꺼내 본 탈피 껍질입니다.


다음 날 쥐미와 나란히 세워보았습니다. 쥐미가 가만히 있길래 그 옆에 탈피 껍질을 살짝 둔 거랍니다. 사마귀는 먹이를 노리느라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있는 습성이 있어서 사진을 찍기가 쉬워요.


밥은 탈피 다음 날 아침 11시에 먹였습니다. 탈피 후 24시간 못 기다리고 18시간 기다렸네요. 아직 작으니 가능한 얘기입니다. 먹기 싫으면 알아서 거부를 하니까 작은 귀뚜라미를 앞에 지나가게 했는데 직접 사냥해서 먹었어요. 먹다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저렇게 탁탁 뱉어냅니다.


밥을 다 먹은 뒤 제 손 위에서 노는 모습입니다. 여전히 작지만 아기 티는 조금 벗은 듯합니다. 잘렸던 더듬이도 거의 원상 복귀되었어요.


Uvb 램프를 쬐는 시간이에요. 하루 굶었다고 배가 홀쭉해졌네요.


옆구리에 날개싹도 살짝 보입니다. 5령이면 암수 구분이 가능하다는데 배가 6마디인 것으로 보여요. 수컷인 줄 알았는데 암컷인가... 이때부터 의심이 시작됩니다. 수컷은 배가 8마디이고 더듬이도 암컷보다 길다는데 저는 더듬이만 보고 수컷이라고 생각했네요.


탈피한지 하루가 지났으니 몸길이를 재어봐야겠죠. 자를 앞에 놓고 꼬리를 살짝 건드리면 어 뭐지 하면서 앞으로 갑니다. 그 순간 찰칵!


처음 왔을 때 1.4cm 정도, 저번 탈피 후 2.4cm 정도, 이번 탈피 후 3.4cm 정도가 되었네요. 계속 1센티씩 크다가 마지막 탈피 때 3센티가 뻥튀기 된다고 해요. 어떻게 그 작은 탈피 껍질 안에 1센티나 더 큰 몸이 들어있는지 매번 신기할 따름입니다.


*탈피 부전을 최대한으로 막는 방법

1. 사마귀가 거꾸로 매달릴 수 있게 망 설치. 루바망 추천.

2. 사마귀 몸길이의 세 배 높이. 생각보다 긴 몸이 나옴. 떨어졌을 때 다치지 않도록 아래에 키친타월이라도 몇 겹 깔아두면 좋겠죠.

3. 밥을 먹지 않고 한 자리에서 잘 움직이지 않으면 본격 탈피 준비.

4. 적당한 습도 유지. 너무 건조하면 낫 같은 부분 껴서 못 빠져나옴. 너무 지나치게 습해도 안 좋음.

5. 탈피가 시작되면 사마귀는 물론 사육통도 건들면 안됨.

6. 탈피 직전이나 직후엔 절대 건들면 안됨. 뭔가 억지로 먹이려 해서도 안됨.

7. 사람이 개입해야할 시점은 사마귀가 탈피 도중 탈피 껍질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을 경우.

8. 탈피 증세 보이면 사육통 안에 먹이 곤충들 반드시 빼내기. 밀웜이나 귀뚜라미의 경우 그냥 두면 사마귀가 뜯어먹힐 수 있음. 파리 같은 안전한 곤충이라도 탈피 준비로 예민해져 있는 사마귀에게는 큰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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