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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먹이곤충

춘갈농장 독일바퀴 드디어 구했습니다! (바퀴벌레 키우기)

by 라소리Rassori 2020.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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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곤충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글입니다. 제발 정말 관심 있는 분들만 봐주시길 부탁드려요. 바퀴벌레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이번엔 춘갈농장바퀴벌레 이야기예요!

 

지금껏 블로그에서 춘갈농장을 몇 번 언급했는데 드디어 그곳에서도 곤충들을 데려오게 되었네요. 

 

저의 블친님들 몇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7월에 춘갈농장에서 바퀴벌레를 본 뒤 주문할지 말지 계속 갈등하고 있었거든요. 저희 절지 애들에게 항상 귀뚜라미랑 밀웜만 먹이다 보니 좀 다른 걸 먹여주고 싶더라구요.

 

출처: 춘갈농장 네이버 블로그

 

예전에 포스팅 했듯 낚시 전문 매장에서 구더기를 사와서 파리로 키운 뒤 먹여보기도 했지만 파리는 생각보다 부화나 관리가 너무 까다로웠어요. 사마귀들이 잘 먹어서 좋긴 했는데 자주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었죠.

 

그런 이유로 저의 관심은 바퀴벌레로 옮겨가게 되었어요. 제가 즐겨보는 Exotics Lair의 유튜브를 보면 두비아 바퀴벌레를 먹이로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은 건지도 몰라요. 아래 캡처에서 보이듯 두비아 바퀴벌레는 별로 바퀴처럼 생기지 않았어요. 다른 바퀴와는 달리 껍질이 연하고, 사육통을 타고 올라오지도 못한다고 해요.

 

출처: Exotics Lair 유튜브

 

이런 먹이용 바퀴벌레는 미국, 유럽, 일본, 심지어 말레이시아에서까지 판매되고 있는데 한국에서 아직까지 수입 및 판매를 하지 않아요. 그것이 저의 선택이 춘갈농장이 보유한 바퀴벌레들로 좁혀지게 된 이유랍니다.

 

그냥 가정집에 돌아다니는 바퀴벌레는 먹이로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아요. 살충제를 먹은 상태일 수도 있는 데다가 나쁜 균을 옮겨 다닐지도 모르니까요. 그런 바퀴가 아닌 사람이 사육하고 번식해서 기르는 경우라면 사용해볼 만하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춘갈농장에 올라 와있는 이질바퀴(4cm)나 집바퀴(2-2.5cm)는 저희 애들이 먹기엔 크기가 너무 컸어요. 덥석 사기가 망설여져서 바퀴벌레가 품절되지 않았는지 춘갈농장을 틈틈이 체크만 해보고 있었죠.

 

그러던 중 마침~ 타란툴라 고수 이원준 님께서 얼마 전에 춘갈농장 사장님께 저를 소개해주셨나 보더라구요. (이원준님은 작년에 저에게 "먹이창고 행운"을 알려주신 분이에요! 그 이후 지금껏 거기서만 귀뚜라미를 구입하고 있답니다.)

 

덕분에 춘갈농장 사장님으로부터 영광의 연락을 받게 되었는데~ 제가 바퀴벌레 얘기를 드렸더니 흔쾌히 구해주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것도 작은 종인 독일바퀴로 말이에요. 🤭 사실 협찬을 해주시고 싶어 하셨는데 제가 그냥 구입을 고집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보내주셨어요.ㅎㅎ)

 

바퀴벌레를 받는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작은 문제가 생기기도 했어요. 하필 지금이 추석 시즌인 탓에 배송이 무려 3일이나 걸리고 만 거예요.

 

그래도 걱정이 많이 되진 않았어요. 만약 이게 사마귀였다면 속이 새카맣게 탔을 텐데 바퀴벌레니까 잘 버틸 것 같았어요. 한여름이나 한겨울이었다면 포기를 해야 했을 텐데 다행히 가을이라 기온도 괜찮았구요. 이번 일로 앞으로는 생물을 주문할 때는 명절 기간은 피해야 한다는 걸 배웠네요.

 

아래는 소포를 열어서 통을 꺼낸 모습이에요. 바퀴벌레들도 동족을 먹기 때문에 여기저기 잔해(?)가 있었지만 다행히 살아남은 벌레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보였어요. 역시 바퀴벌레는 강했습니다!

 

위 용기를 잘 보니 중간에 천을 대어서 붙인 것이었어요. 새끼 바퀴벌레들이 못 빠져나가게 하려면 천이랑 글루건으로 저런 통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귀뚜라미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탈출을 잘하더라고요. (탈출을 시도한 녀석들은 즉시즉시 다시 잡아넣었습니다! 번식왕들이기 때문에 절대 탈출하게 해서는 안 돼요.)

 

아래는 성충의 모습인데 사진빨을 진짜 못 받은 거예요. 원래는 저거보단 예쁘게 생겼어요.

 

 

통에서는 빈 알집도 발견되었어요. 새끼는 한 알집에서 보통 40마리 가까이 나오는데 어려서 버티기 힘들었는지 한 6-7마리 정도 살아남아 있었어요. (어차피 너무 많으면 곤란...)

 

바퀴벌레들이 3일간 똥을 싸놨기 때문에 깨끗한 통으로 옮기는 작업을 바로 시작했어요. 애들이 너무 빠르고 자꾸 탈출을 시도해서 일이 쉽게 진행되진 않았어요.

 

결국 말썽꾸러기들은 냉장실을 향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기절을 시킨 뒤에야 겨우 이사를 마칠 수 있었답니다. 대충 세어보니 총 20마리가 훌쩍 넘었어요.

 

안타깝게도 그중 한 녀석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영영 일어나지 못하고 말았어요. 건드리면 꿈틀거리긴 했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회복될 기미가 안 보였어요.

 

 

이 녀석은 어쩔 수 없이 그냥 먹이로 쓰기로 결정했어요. 원래는 제가 번식시키고 축양을 좀 한 뒤에 먹이려고 했는데 공벌레들한테 한 마리 주는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거든요.

 

다른 바퀴들은 너무 팔팔하고 재빠르게 돌아다녀서 관찰을 할 수가 없었는데 이렇게 쓰러져 있는 녀석은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공벌레 사육통에 넣어주기 전엔 냉동실에서 한번 꽁꽁 얼려서 확실히 죽인 뒤에 줬답니다. 지금은 전부 공벌레들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흙을 파보면 날개 정도는 남아 있으려나요.

 

 

독일바퀴는 한국에서 아주 흔한 종인데 크기는 1.1-1.6cm로 작은 편이에요. 바퀴벌레답게 엄청 빠르긴 한데 그나마 날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아래는 알집을 품고 있는 암컷인데도 크기가 별로 안 컸어요. (바퀴벌레가 들어 있는 통을 제가 쥐고 있는 상황)  

 

바퀴벌레가 빙빙 돌아서 폰이 있는 쪽으로 갔네요. 바퀴벌레는 네모난 알집이 볼 때마다 신기해요.

 

새집에는 숨을 수 있는 장소를 많이 만들어 두고, 상추, 애호박, 무화과, 유기농 개사료, 파바의 쫄깃한 토종효모빵, 밀기울, 물 등을 넣어줬어요. 그중 바퀴벌레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달달한 무화과, 개사료, 빵이었어요. 아무거나 주면 되겠지만 웬만하면 저희 절지 애들 몸속에 들어가도 괜찮은 음식들로 줄 계획이에요.

 

열심히 먹은 뒤엔 열심히 숨었어요.

 

새집의 바닥

 

신기하게도 다른 많은 장소를 두고 다들 한 장소에 몰려 있는 걸 좋아하네요. 마치 무서운 상황에서 서로 의지하는 것 같아요. 

 

 

반대쪽에는 홀로 고독을 즐기는 녀석도 있었어요.

 

바퀴벌레와 사마귀가 한 가족인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옆모습을 보니까 정말 비슷했어요. 이걸 본 뒤 저희 넓적배사마귀 효미가 자꾸 바퀴벌레처럼 보여요.ㅎㅎ

 

아래는 바퀴벌레(좌)와 사마귀(우)의 생물 분류예요. 저 아래쪽에 있는 "상목"까지 망시목으로 같으니 정말 가까운 친척인 거죠.

출처: 위키백과

 

바퀴벌레들은 더러운 곳을 좋아한다고 해서 너무 깨끗하게 키우면 얘들 건강에 안 좋을까... 했는데 걱정도 잠시, 사육통은 단 몇 시간 안에 바퀴벌레 집답게 지저분해졌답니다. 깨끗했던 음식에 언제 저렇게 똥이 쌓였는지 모르겠어요.

 

 

3일간 고생한 탓인지 물도 보자마자 열심히 마셨어요. 아래 사진은 아직 날개가 나오지 않은 약충인데 잘 모르고 보면 다른 종인줄 알겠더라구요. 체형도 색깔도 성충과는 많이 달랐어요. 이렇게 보니까 머리 크기도 귀뚜라미에 비해 정말 작네요.

 
유튜브 영상으로도 만들어 보았어요. 택배를 뜯는 것부터 시작이에요.

 


막상 바퀴벌레를 접해보니 너무 빠르고 다루기가 힘들어서 얼마나 오래 키우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파리처럼 가끔씩만 먹이로 쓰게 될 수도 있어요. 냉장고의 도움이 없다면 여러모로 힘들 것 같아요.

 

그럼에도 아주 재밌는 곤충이라고 느껴요. 택배를 받은 날에는 하루 종일 바퀴벌레와 시간을 보냈을 정도랍니다. 여러모로 exciting 하더라구요.

 

이제 춘갈농장 네이버 블로그 알려드리고 마무리할게요.

 

곤충 애호가라면 다들 아는 곳일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늘 흥미를 갖고 들여다보게 되는 곳이랍니다. 곤충, 거미, 지네 등 입양 가능한 목록이 있는데 그 외에 다른 재밌는 글도 많아요. 


언제나 응원하는 춘갈농장 링크

언제나 감사한 이원준님의 인스타그램

 

이번 이야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그럼 전 이만! 😉

추가 내용: 얘들이 자기집을 한번 인식하니까 그 이후 계란판을 꺼내도 그대로 가만히 붙어 있네요. 이제 사육통 청소는 냉장고 도움 없이 무난히 하고 있고, 먹이로 사용될 애들만 피딩 직전에 냉장고 사용하고 있어요.

신선한 물이랑 음식을 매일 줘야하고 청소도 자주 해줘야 해서 손은 좀 가는 편이네요.

 

번식을 너무 잘해서 알집 달고 있는 암컷이 보일 때마다 잡아서 알집 쏙 뺀 뒤 다시 사육통에 넣는 방식으로 개체수 조절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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