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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먹이곤충

뒹굴뒹굴 모놀로그 20201123 잠 안 오는 밤에 바퀴벌레랑 크라운제과 주가 생각

by 라소리Rassori 2020.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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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척 마음이 안 좋다. 나 때문에 우리 바퀴벌레들 몇 마리가 다쳤기 때문이다. 얼마 전 춘갈농장에서 입양해서 애지중지 키우는 중인 독일바퀴들 얘기다.

 

요즘엔 바퀴벌레들 중 탈피해서 하얘진 놈이 보이면 우리 넓적배사마귀 효미에게 먹인다. 너무너무 잘 먹는다. 효미가 이제 나이가 많아서 힘이 없는데 바퀴벌레를 먹은 날은 좀 더 활발해지는 것 같다.

 

오늘은 성충 바퀴 수컷 두 마리를 우리 지네 실이와 톨미에게 먹였다. 냉장고에 넣어둬서 기절시킨 뒤에 피딩했다. 지네는 바퀴벌레를 비롯한 집안의 해충을 잡아먹어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역시나 바퀴벌레들을 아주 잘 먹었다.

 

거기까진 다 좋았다. 늘상 하는 일이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바퀴벌레들에게 밥을 주다가 또 탈피를 해서 하얘진 녀석을 하나 발견했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피딩할 생각으로 녀석을 꺼내서 얼려두려고 했다. 사육통 뚜껑을 여는 순간 바퀴벌레들이 패닉했다. 다 놀라서 숨는데 내가 꺼내려는 하얀 녀석만 밖으로 나올 듯 말 듯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살살 올라오도록 유도를 해봤다. 그러나 그 순간 다른 녀석들 몇 마리가 동시에 튀어나와 버렸다.

 

바퀴벌레들은 마음만 먹으면 순간이동에 버금가는 속력을 낸다. 튀어나온 녀석들도 번개처럼 도망가기 시작했다. 다급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손바닥 연속 스매쉬를 날렸다. 바퀴도 빠르지만 내 손도 그 못지않게 빠르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바퀴벌레 탈출은 막아야 한다는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다행히 다 잡아 넣긴 했다. 그런데 맞은 애들 상태가 조금 안 좋아 보였다. 다들 걱정될 정도로 비틀비틀거렸고 그중 한 녀석은 앞다리 한쪽이 날아간 상태였다. 독일바퀴는 덩치가 작은 종이어서 다리가 정말 가늘고 여린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바퀴벌레들이 치킨을 좋아하던데 치킨을 시켜줘야 하나. 아무튼 조만간 간이 안 되어 있는 살코기를 보상으로 먹여줘야겠다.

 

그나저나 최근 우리 바퀴벌레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하나 발견했다. 바로 크라운 그레이스라는 과자다. 내가 땅콩 과자를 좋아해서 사봤는데 부드럽게 부서지는 맛이 아주 좋았다. 혹시나 해서 바퀴벌레들에게도 줘봤는데 잘 먹어서 무척 기뻤다.

 

우리 바퀴벌레 수컷들은 어째서인지 내가 이것저것 열심히 먹이는데도 늘 바짝 말라 있다. 암컷이 오동통한 것을 보면 수컷이 원래 살이 안 찌는 체질인 것 같다. 그래도 걱정이었는데 잘 먹는 음식을 이렇게 발견해서 정말 다행이다.

 

 

크라운 CROWN 그레이스

홈플러스에서 1180원

 

 

 

 


진짜 맛있는 과자다! 나랑 우리 바퀴벌레랑 모두 좋아하는 과자이니 앞으로도 종종 사게 될 것 같다.

 

크라운제과에서는 이것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과자들이 많다. 어렸을 때는 쿠크다스, 콘칲, 버터와플, 죠리퐁, 땅콩카라멜, 빅파이, 새콤달콤, 꽃게랑 등을 좋아했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취향이 좀 바뀌어서 카라멜콘 땅콩, 콘치, 참크래커, 마이쮸, 크라운산도(딸기맛, 크림맛 모두), 뽀또 등을 좋아하게 되었다.

 

국희 땅콩샌드는 옛날 드라마 국희의 영향인지 어릴 때나 지금이나 가끔씩 사먹게 되고, 비교적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참ing는 역대급으로 맛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자 이름은 정말 잘못 지은 것 같다. 차밍으로 읽나 했는데 참아이엔지라고 한다. 이름도 그런데 포장 디자인도 왠지 별로여서 이 과자의 포텐셜이 좀 묻혀버린 느낌이 있다. 

아래는 우리 바퀴벌레들이 그레이스를 먹는 사진이다. 점처럼 조그만 입으로 콕콕 찍어 먹는 모습이 실제로 보면 정말 귀엽다. 뭘 줘도 이렇게까지 모여든 적은 없어서 무척 흐뭇했다. 심약자들을 위해 "더보기"를 눌러야 볼 수 있게 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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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우리 수컷 바퀴벌레들. 누군가의 식사가 되기 전의 즐거운 한때다.

 


크라운제과가 주식으로는 어떨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다. 키움증권 영웅문S에서 2020년 11월 20일 장마감 차트를 한번 들여다 보았다.

 

보자마자 후덜덜이다. 한마디로 아주 거친 녀석이다. 잘못 접근했다간 콱 찔릴 것만 같다.

 

월봉을 보니 크라운제과도 참 고난의 세월을 보내고 있구나 싶다.

 

크라운제과의 경우 고단백질초코바, 고식이섬유바, 고단백질 브라우니바 같은 영양바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요즘처럼 건강 음식을 많이 찾는 시대에 너무 과자만 내놓고 있는 게 무척 아쉬운 점이다. 수출도 다른 과자 업체들에 비해 많이 밀리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수출이 정말 중요한데 그게 잘 안 되니 실적도 잘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도 나처럼 크라운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직까진 많아서인지 꾸준히 사 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금 내 책상에만 해도 그레이스, 참크래커, 뽀또가 놓여 있다. 책상에 늘 먹을 게 가득하지만 그중 크라운제과의 비율이 높다는 걸 나도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 깨닫고 있다.

 

의리로 크라운제과 주식 조금만 사볼까? "김프로" 김동환 소장님 말씀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주식 말고 남이 좋아하는 주식을 사라던데 난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다. 주식에서도 대세를 따라야 할 텐데 일단은 내가 응원하고 싶은 기업을 보게 된다.

 

난 이렇게 주가 부담 적은 주식이 좋던데. 일단은 좀 더 지켜볼까 싶다. 그러다 나중에 팍 올라서 "앗, 아까워! 그냥 그때 살걸!" 하려나?

 

지금 이미 그런 게 너무 많아서 속상한 마음도 점점 옅어져 간다. 뭐든 만성이 되나 보다. 예전엔 "아앗! 아까워라!!! 내가 미쳐!!" 이랬다면 지금은 "쩝."이 끝이다.

 

일단 자야겠다. 이번 주 장 살짝 떨린다. 미국 재무부가 부양책 일부를 올해 말 종료한다는데 걱정이다. 미국 시간 11월 20일 종가 기준, 다우 지수는 0.75% 하락, 나스닥 지수는 0.42% 하락...

 

아 뭐 떨어지면 또 오르겠지. 심지어 2008년 미국 리먼 사태 때도, 올 3월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때도 다 다시 올라오더라. 신경 안 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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