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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육 기록 등

춘갈농장에서 이질바퀴(미국바퀴) 약충이 왔어요! (바퀴벌레 키우기)

by 라소리Rassori 2021.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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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곤충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글입니다. 제발 정말 관심 있는 분들만 봐주시길 부탁드려요.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저번 독일바퀴에 이어 이번엔 이질바퀴 이야기예요! 얼마 전 항라사마귀 건으로 춘갈농장 사장님과 얘기하다가 이질바퀴도 키워보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세상에나~ 그걸 기억하시고 보내주셨더라구요ㅎㅎ (大감동! 감사합니다, 사장님!)

 

다행히(?) 당분간은 코로나 때문에 집을 오래 비울 일도 별로 없고 해서 사마귀나 바퀴벌레를 키우기에 시기도 딱 적당하네요. 이번이 아니면 키우기 힘들어질 수도 있는데 때마침 기회가 생겨서 다행이에요.

 

이질바퀴는 미국바퀴나 별바퀴로도 불리는데 크기가 엄청 큰 게 매력으로 느껴져서 꼭 한번 키워보고 싶었어요. 성충보다는 가능한 한 어릴 때부터 키워보고 싶었는데(정을 쌓기 위해?ㅋ) 감사하게도 춘갈농장에서 귀한 약충을 이렇게 구해주셨답니다. 한국에서도 서식하는 종이지만 사람이 번식하고 키운 깨끗한 약충을 분양하는 곳은 찾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크기로 봐서는 종령 같은데 정확한 건 앞으로 지켜봐야 알 수 있을 듯해요. 

 

검색을 해보니 이질바퀴는 성충이 되기까지 10-13번 정도 탈피하고, 수명은 총 700일쯤 된다고 나오네요. 어떤 사이트에서는 성충이 되기까지 1-2년이 걸리고 성충 수명은 1년 정도라는데 이 부분은 개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죠. 독일바퀴 수명은 200일 정도라는데 일단 그것보다는 훨씬 기네요.

 

성충 몸길이는 더듬이 빼고 4cm 정도라고 해요. 저희 이질바퀴는 몸길이를 재어보니 큰 녀석이 아직 2.3cm 정도밖에 안 되네요.

 

근데 실물의 포스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실제보다 훨씬 더 커 보여요. 볼 때마다 "멋진데?", "크다!", "끝판왕", "Awesome!" 등의 단어들이 절로 머리에서 떠올라요.

 

 

 

자기 생김새가 무기인 것도 모르고 꼭꼭 숨는 모습이 귀여워요ㅎㅎ

 

 

바퀴벌레라고 하면 전부 미쳐 날뛰는 줄 알았는데 직접 다뤄 보니 의외로 차분하고 생각만큼 빠르지도 않아요. 제가 만지면 도망을 시도하긴 하지만 쉽게 다시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스피드예요. 심각할 정도의 위기를 느끼면 엄청 빨라진다는데 저한테는 그런 위기감을 느끼지 않나 봐요.

 


 

이질바퀴는 눈이 거의 안 보여서 더듬이로 모든 걸 감지해요. 더듬이가 유난히 긴 이유가 다 있는 것이죠.

 

사육장 벽이 공기 흐름을 차단한 상태에서는 제가 다가가도 숨지 않는답니다. 독일바퀴나 귀뚜라미는 제가 다가가면 얼른 숨는데 이질바퀴에게는 제가 진짜 안 보이는 것 같더라구요. 대신 환기 구멍 같은데로 바람이나 냄새가 들어가면 기가 막히게 알아차려요.

 

 

밥은 유기농 개사료, 빵/과자 부스러기, 곤충젤리, 귀뚜라미/밀웜 조각, 과일, 채소, 두유 등등 별거별거 다 줘보고 있는데 의외로 식탐은 별로 없네요. 원래 이런 게 아니라면 탈피기에 접어들어서 안 먹는 걸 수도 있구요. 그나마 밀웜 조각이랑 두유는 조금 먹었는데 뭘 좋아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계속 여러 가지 음식을 줘봐야겠어요.

 

참고로 두유는 당도 높은 거 말고 "정식품 베지밀 에이스 저당 두유"를 줬답니다. 별로 안 달고 몸에 좋은 것도 많이 들어 있어서 요즘 제가 즐겨 마시는 두유예요. 귀뚜라미들도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사실 이질바퀴는 처음엔 경험 삼아서 딱 한 마리만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근데 그랬더라면 바퀴벌레가 많이 외로웠을뻔 했네요. 아래 사진에서는 둘이 떨어져 있지만 서로 더듬이를 맞대고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어요.

 

 

크기는 사진 왼쪽에 있는 녀석이 덩치가 더 크고 더듬이도 훨씬 더 길어요. 이름은 큰 녀석은 바미, 오른쪽에 작은 녀석은 퀴미로 정했어요. (미ㅋ)

 

이질바퀴는 처음엔 스피드가 걱정이었는데 막상 만나보니 그게 문제가 아니었어요. 냄새가 좀 세더라구요ㅋㅋ 바퀴벌레 냄새를 말로는 들어봤지만 어떤 건지는 몰랐는데 맡는 순간 "아,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바미를 손에 쥐는 순간 똥을 쌌는데 똥과 함께 뭔가 다른 걸 분비한 것 같았어요.

 

검색해 보니 역시나 이질바퀴는 냄새를 분비하면서 다닌다고 하네요. 이 냄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구린내는 아니고... 밖에 다니다 보면 윽! 하게 되는 체취 나는 사람 있잖아요. 정체 모를 어르신 스킨+오랜 기간 겹치고 겹쳐진 파스 냄새 비슷한?

 

제가 되게 개코라서 그런 독특한 냄새는 꽤 멀리서도 맡을 수 있는데 이 냄새도 그런 종류예요. 만약 바퀴벌레가 많은 집이라면 냄새만으로 바퀴 존재 여부를 알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 정도예요.

 

독일바퀴도 특유의 냄새가 있지만 이런 종류의 냄새는 아니에요. 걔들은 좀 더 귀뚜라미 냄새에 가까워요. (약간 구리지만 양호한 편인 냄새, 자주 청소해주는 걸로 거의 사라지는 냄새, 손으로 잡으면 좀 더 구린 냄새를 분비하기도)

 

이질바퀴의 냄새는 위기에 처한 무당벌레나 갈색거저리 성충의 분비액(방어물질)처럼 손에 묻으면 한 번의 비누 세척으로는 사라지지 않더라구요. 다행히 지금은 바미퀴미가 많이 긴장했던 첫날만큼은 냄새가 나지 않고 있어요. (나긴 나는데 약해요.) 앞으로도 가능한 한 위기감을 안 느끼게 하고 사육장 청소를 자주 해줘야겠어요.

 

제가 바퀴벌레를 데리고 노는 건 영상으로 남겨두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돼지여치, 사마귀, 땅늑대거미, 황닷거미, 왕지네 등을 키우고 싶은 분들은 최근 춘갈농장 소식을 확인해 보세요. 다른 데서 구하기 힘든 녀석들도 보유하고 있는 곳인데 수가 한정되어 있어서 때를 놓치면 내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답니다.

 

춘갈농장 네이버 블로그

 


 

일단 지금까지의 제 경험으로는 독일바퀴는 먹이곤충으로 좋고, 이질바퀴는 애완용으로 좋은 것 같네요. 큼직한 녀석들이 집에 있으니 볼 때마다 감탄하게 돼요. 통조림 번데기처럼 생겼지만 왠지 강아지 느낌도 있는 게 의외로 귀엽답니다^^

 

다만 가족, 지인, 친구 모두모두 너무 기절초풍을 하는 게 좀 곤란하네요ㅋㅋ 의외로 다들 지네는 멋있게 생겼다고 하는데 바퀴벌레는 감당이 안 되나 보더라구요. 카톡에서도 난리고 실제로 만나서도 난리네요. 제 동생은 미국에서 얘기 듣고 계속 머리가 가렵다고 긁고 있어요ㅋㅋㅋ 지인A는 바퀴벌레의 바 자도 못 꺼내게 하네요. (실제로 그저께 만났다가 언성 막 높아지고 싸울뻔ㅋㅋㅋ)

 

바퀴벌레 수명이 엄청나게 길진 않으니 너무 극혐하지 말고 조금만 참으라고 해봐야겠어요😂 제 눈엔 정말 귀여운데 그 매력을 전달하기 힘든 게 아쉽네요ㅋㅋ 그럼 바미퀴미가 멋진 성충이 될 날을 고대하며 이번 얘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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