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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쓰기 프로젝트/그림일기

2020년 2월 22일 그림 일기

by 라소리Rassori 2020.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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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몇 년 전 나의 한국 생활 초기에 있었던 극히 소소한 일이 떠올라서 펜을 들어보았다. (그 이전 얘기가 필요한데 너무 길어서 스킵. 대충 말하자면 내가 20년 가까이 미국 살다가 몇 년 전부터 한국서 살고 있다는 스토리) 

즐겁고 신기한 한국 생활을 하던 어느날이었다. 갑자기 비빔면이 먹고 싶어지면서 동시에 오이가 떠올랐다. 채 썬 오이를 가득 얹은 빨간 비빔면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다행히 팔도 비빔면은 집에 있었다.
그러나 오이가 있어야 하는데 냉장고에는 화장품과 우유밖에 없었다. (난 화장을 잘 안 하는데 가족들이 자꾸만 사준다.) 

결국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정확히 어딜 향해 가는 지는 알 수 없었다. 오이를 사려면 가까운 홈플러스로 가면 되었을 텐데 이때는 한창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던 시기여서 안 가본 길을 가보는 것을 좋아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작은 마트를 하나 발견했다. 원래는 그렇게 들어가면 정신없이 구경을 하지만 그 이전에 너무 걸었던 탓인지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오이와 함께 비빔면을 먹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아쉬웠지만 수많은 흥미로운 상품들을 뒤로하고 오이 하나만 계산해서 들고 얼른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신나게 집을 향해 걷다보니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 나처럼 오이 하나를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나...? 하는 의문이 떠오른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살면서 오이 하나만 들고 길을 가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일단 한 번 신경이 쓰이니 주위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이를 너무 숨기고 싶은데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이때는 물건을 사러 갈 때 장바구니를 챙기는 센스도 없었던 탓에 넣어갈 곳도 없었다. 가을이었지만 더운 날씨여서 반팔을 입었기 때문에 옷으로 숨길 수도 없었다.

결국 뛰었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멈췄다.


그날따라 참 멀게 느껴졌던 집...

내 손과 오이 사이를 적신 식은땀...

별거 아닌 일인데 가끔 그때 길에서 오이를 쥐고 당황했던 기억이 스쳐갈 때가 있다. 그렇게 힘들게 먹은 오이 얹은 비빔면의 맛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라소리 블로그를 찾아주신 멋진 여러분!


많은 경우 그렇지만 여러분은 지금 제가 며칠 전에 예약 발행해 둔 포스팅을 보고 계십니다.

사실 금요일에 이사를 했어요. 대전 둔산동에서 인천 송도로 오게 되었답니다. 

원래 대전은 잠깐 살아보기로 생각하고 온 것이어서 처음에 집을 제대로 구하질 않았어요. (얼마 못 살고 다시 미국 갈줄 알았는데 막상 살아보니 한국이 너무 좋아서 계속 머무는 중입니다.) 임시 거처일 뿐이었는데 한국에서 계속 사는 걸로 마음이 바뀌어서 꽤 오랜 시간 이사할 집을 찾고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적당한 집이 나타나 주었네요.

일단 이 포스팅 이후로도 예약 발행은 해두었는데 혹시 어느 순간부터 댓글이 안 달리고 포스팅이 올라오지 않으면 짐 정리 등 이것저것 하느라 바쁜 것으로 이해해주세요.

그럼 인천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주말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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