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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성충 일기 20200107 - 쥐미 스페셜 Q&A 1

by 라소리Rassori 2020.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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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곤충 사진들 주의해주세요. 

오늘은 쥐미 사육 얘기보다는 제가 자주 받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드리는 포스팅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질문을 해주신 분들은 언제나 감사한 구독자님들과 저의 가족 및 주변인들입니다. 

우선 몸 말리는 중인 쥐미 잠깐 보시고 갈게요.

몸이 마르면서 색깔이 어떻게 변하는지 궁금하셨죠? ^^ 갈색형 왕사마귀인만큼 갈색으로 변한답니다. 아직 좀 더 말라야 해서 최종적인 색은 아니에요.


2020년 1월 7일 ‏‎11:52 AM 

쥐미의 날개가 정돈이 된 것까지 본 뒤, 새벽 3시가 넘어서 잠들었습니다. 이제 알람 필요 없이 푹 자면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말도 못 할 정도로 좋았어요. 자그마치 12일 동안이나 쥐미에게 신경을 쓰느라 잠은 물론 할일도 어마어마하게 밀려있었지만 일단은 좀 쉬고 보기로 했습니다.

마음껏 자고 일어났더니 낮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쥐미를 봤더니 또 180도 방향을 돌려서 쉬고 있었어요. 12일 동안 탈피를 위해 매달려 있던 그 위치 그 자세인 것이 좀 짠했습니다.

(귀욤 뽀짝)


제가 다가가니 뭔가의 기척을 느끼고는 긴장했는지 모으고 있던 낫을 천천히 폅니다. 공격하기 위해서는 아니에요. 원래 자고 일어났을 때의 쥐미의 상태는 어리바리합니다. 사람도 아닌 녀석이 일단 잠들고 나면 완전히 깨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구요. 

위 사진에서 꼬리 끝에 생겨난 플라스틱 같은 건 사마귀 암컷의 생식 기관이에요. 응가는 그 바로 위에서 나옵니다.



10:44 PM

계속해서 얌전히 몸을 말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먹이를 씹는 턱을 비롯해 몸 전체가 아직은 굳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때는 그냥 가만히 둬야 합니다. 조심스레 주사기로 물을 조금 먹여주는 것 정도는 괜찮은데 정말 조심해야 해요. 


1.5cm 아기 시절엔 탈피를 하고 난 뒤 12시간만 되어도 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몸이 커서 최소한 48시간은 말려주어야 합니다. 그 전까진 핸들링은 참아야 하구요. 밀웜이나 귀뚜라미처럼 껍질이 딱딱한 먹이를 주려면 최소 3~4일은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이제는 탈피를 하지 않기 때문에 다치면 나을 방법이 없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해서 가세요. 

아래는 쥐미가 고양이 세수를 하는 모습이에요. 그러다 날개를 한 번 정리했는데 제대로 못 담고 말았네요.ㅠ 날개 정리를 찍고 싶어도 너무 잠깐씩만 해서 아쉬웠어요. 

(날개 생겨서 좋아 쥐미야? ^^)


그럼 오늘 사육 일기는 요기까지 하고,

다음 쥐미 일기는 1월 8일 얘기부터 가도록 할게요.


그럼 이제 Q&A입니다. (질문은 비슷한 것끼리 합치기도 하고 편집도 조금 했으니 이해 부탁드려요! 아래 사진들은 전부 픽사베이에서 가져왔습니다.)


1. 절지동물에게 특별히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나요? 밀웜도 무서워하던 라소리님이 어떤 계기로 사마귀랑 친해지게 되었나요? 개나 고양이처럼 교감이 오가는 것도 아닌데 무슨 재미로 키우시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뭘 키우는 걸 아주 좋아했어요. 파충류, 양서류, 조류, 어류, 포유류, 절지류 등 안 키워본 게 별로 없었답니다. 곤충의 경우 아무것도 모르고 상추 같은데 붙은 애벌레들을 다 떼와서 기르곤 했어요. (다 자라니 배추흰나비가 되더군요.)

그러다 사춘기가 지나면서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절지동물이 너무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요. 도마뱀 같은 게 보이면 잡아서 데리고 놀다가 풀어주곤 했는데 이상하게 곤충 종류는 소름이 돋더라구요. 그게 점점 심해져서 나중에는 극도로 무서워하게 되었어요. 심지어 파리까지 무서워서 비명을 지르던 시절이었네요.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엄청난 분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네, 타란툴라, 사마귀 등을 키우는 한국분들, 해외분들의 채널에 빠져들게 되었죠. 다흑님, 벌러지닷컴, Exotics Lair님 등... (더 있는데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이분들 소개는 나중에 또 따로 할게요.)

그분들의 채널을 보다 보니 어린 시절 곤충을 좋아하던 본능이 되살아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엔 당장 키우지 않고는 못 견디겠더라구요.

그런데 절지동물 중에서도 왜 하필 위험한 지네, 타란툴라, 사마귀냐.

해외 부자들 보면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들 키우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 사람들도 그것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그 매력에 이끌려 키우는 거잖아요.

포식자 쪽의 동물들만이 가진 그 매력이란 게 있어요. 저도 거기에 이끌린 것 같아요. 아무래도 채식만 하는 큼직한 millipede 같은 애완 절지동물보다는(물론 걔들도 귀엽지만요!) 저는 사납게 먹이를 사냥하는 쪽이 끌리더라구요.

(귀여운 밀리피드. 기르는 분들 많아요. 이 외에 돈벌레도 애완용이 있답니다!)

 

(쥐며느리, 공벌레 같은 등각류도 많이 키워요. 애완용으로 색깔 이쁜 거 많은데 픽사베이엔 별로 안 보이네요.)


사마귀는 성충이 되면 턱이 상당히 강해져서 사람 피부도 뜯을 수 있고, (약충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ㅎ 이것도 나중에 자세히 설명할게요.)

타란툴라는 꿀벌 정도 또는 조금 더한 독을 갖고 날카로운 독니로 사람을 물 수 있고, (죽진 않아요.)

지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아픈 독을 쏜다고 해요. (역시 죽지는 않지만 죽을 만큼 아프다고 합니다.)

그걸 알면서도 키운다는 건 그만큼 이 애들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거겠죠? 지금껏 쥐미나 제 타란툴라들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의외로 귀엽고 웃긴 짓도 많이 하고 기특한 모습도 많이 보여줘요. 저희 지네(실이)는 아직 너무 어려서 좀 더 클 때까진 심심할 것 같지만요.

사실 절지동물과는 포유류와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그런 교감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 혼자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거라고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답니다. (근데 이게 오히려 마음이 편한 부분도 있어요! 식물 키우는 거랑 비슷한 면이 실제로 많아요.)

그런데 사마귀의 경우엔 조금 헷갈려요. 다른 절지류와는 달리 사람을 알아보고 어떨 땐 강아지처럼 멀리 있는 저에게까지 스스로 오기도 해서 놀라울 때가 종종 있답니다. 

지네나 타란툴라의 경우 저를 알아보는 것 같지 않지만, 이것도 정답은 알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절지동물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부분이 아주 많아요. 그것 또한 제가 생각하는 절지동물의 매력이랍니다.  

(타란툴라 핸들링 하는 사람들 많이 보이는데 권하진 않습니다.)


아, 매력 또 하나 있어요. 사마귀의 경우 1주일 정도, 타란툴라나 지네의 경우 한 달 정도 집을 비울 수 있습니다. 배터지게 먹여놓은 뒤에 여행을 갈 수 있단 얘기예요. 대신 물그릇은 반드시 둬야 하구요. 밥은 좀 안 먹어도 괜찮은데 물 없으면 죽거든요. (그렇게 한다고 해서 반드시 안 죽는단 얘긴 아닙니다. 생물은 언제든 죽을 수 있어요.)

사마귀의 경우 하필 탈피기가 걸리면 안 좋을 수는 있어요. 겨우 4일간 여행 갔다 돌아왔는데 탈피 부전이 일어난 사마귀가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있긴 하더군요. 지네도 사육통 내의 습도가 안 맞아져서 죽어있을 수가 있고요. 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타란툴라들은 은근 잘 견디는 것 같아요.

제가 키우는 절지 중 키우기 편한 걸로 따지면 먹이 곤충인 밀웜이 제일 쉽고, 그 다음으로 타란툴라가 가장 손이 안 가더라구요. 손이 가장 많이 가는 걸로 따지면 먹이 곤충인 쌍별귀뚜라미가 최고구요 (엄청 먹고 엄청 쌈).

사마귀는 그 다음으로 손이 많이 가고, 탈피가 골치예요. 그래도 키우는 재미는 개인적으로 사마귀가 제일 꿀잼이네요. 핸들링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고, 밖으로 꺼내서 피딩하는 것도 좋고, 하는 짓도 너무 귀여워요. ^^

(쥐미가 녹색형이었다면 이런 모습이었겠죠?)


살면서 참 긴 시간 동안 곤충을 무서워 했는데... 밀웜은 미국에선 집에도 나타나고 해서 너무 무서워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는데...


막상 익숙해지고 나니 멘붕이 왔어요. 지금까지 대체 뭘 그렇게 무서워했던거지!라는 생각에 말이에요.

이젠 갑자기 달려드는 벌 종류 말고는 무서운 게 없네요. 삶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바퀴벌레와 초파리는 오히려 기다리고 있어요. 먹이로 쓰기에 아주 좋거든요.^^


2. 사마귀 이름을 왜 쥐미라고 지었나요?

저는 보통 뭘 키울 때 보자마자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이름을 붙여요.

쥐미의 경우 그게 지미였는데 (성별 구분 안 되는 애기 때였는데 그때 잘 모르고 수컷이라 생각했어요),

혹시라도 지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기분 나빠할까 봐 쥐미(Jwimmy)로 살짝 변형을 시켰어요. 어차피 그냥 지미여도 실제 부를 때는 쥐미 비슷하게 되기도 했구요. 어쨌거나 저 스스로 아주 만족하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3. 사마귀는 몇 번 탈피를 하나요?

종과 성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략 7번의 탈피를 거친 뒤 성충이 됩니다. 날개가 나오는 마지막 탈피는 "우화(羽化)"라고 부릅니다.

절지동물은 재생력이 좋아서 어릴 때 더듬이나 다리를 다칠 경우, 탈피를 거치며 회복이 될 수 있어요. 탈피가 여러 번 남아 있을수록 완전 회복의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성충이 되고 나면 앞으로 탈피할 일이 없기 때문에 다치면 평생 그대로 살아야 합니다. 파리나 메뚜기 같은 곤충 좀 만져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곤충의 다리나 더듬이는 조금만 잘못 만져도 끊깁니다.

이제 쥐미는 성충이 되었기 때문에 제가 그전보다 훨씬 더 유리처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껏 셀 수도 없이 큰일날뻔 했어요. 키우면서 익숙해져인지 자꾸 쥐미가 연약한 곤충의 몸을 갖고 있다는 걸 잊게 되어 큰일입니다. 매일 그 부분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계속 조심하고 있답니다.  

(높은 점프를 가능케 하는 튼실한 허벅지를 가진 메뚜기의 탈피 장면. 우리 주위에는 의외로 수많은 탈피 생물들이 있답니다.)


4. 사마귀에게 물리면 사마귀 생기나요?

잘못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 때문에 옛날부터 수많은 사마귀들이 눈에 띄는 대로 밟혀서 죽임을 당했죠. 지금도 사마귀만 눈에 띄면 괜히 잡아 죽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요.

사마귀는 잠자리와 함께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이니 가만히 두는 게 인간에게 이득입니다. 

귀뚜라미나 메뚜기와는 달리 사마귀의 앞발은 낫인 데다가 뒷다리는 실다리라서 점프도 잘 못하고 걷는 것도 어색하답니다. 그래서 더 쉽게 잡히는 게 참 안타까워요.
 

그럼 오늘은 이만 여기까지 하고,

너무 길어져서 2부로 나누도록 할게요! 봐주신 분들, 질문해주신 분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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