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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성충 쥐미 일기 20200108-12 (꿀 먹기 도전!)

by 라소리Rassori 2020.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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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 사진 포함한 곤충 사진 많으니 부디 주의해주세요! 응가 사진부터 시작합니다! ♥


1월 8일 오후 1시

 

쥐미가 최종 탈피 후 첫 응가를 했어요. 


탈피 후 36시간 후였네요. 최소 48시간은 몸이 마르길 기다리려 했는데 너무 나오고 싶어 해서 조심스레 꺼내 주었습니다. 덕분에 탈피 후 첫 똥을 손가락으로 받아내는 감동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네요.

쿠션 위에 키친타월을 깔아둔 것은 쿠션에서 나오는 미세한 실 같은 게 쥐미의 발톱에 잘 묻기도 하고 (발 그루밍하면서 종종 먹었을 듯) 가끔 물기 있는 응가도 누기 때문입니다. 

밀웜, 개사료, 채소, 과일 등 다양한 음식을 먹는 귀뚜라미 응가에서는 응가다운 냄새가 날 때가 종종 있는데 육식만 하는 쥐미의 응가에서는 냄새가 난 적이 없네요. 


이번 탈피 후에도 램프가 신기한지 계속 램프를 올려다봅니다.

까만 점은 눈동자가 아니라는 것 기억하시죠? 램프를 보고 있는데도 카메라를 보고 있는 것 같네요. 사마귀의 시선은 저 까만 점을 손가락으로 가리면 오히려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어요.



어릴 때 하던 버릇이 있어서인지 성충 초반 시기에는 이렇게 UVB 램프 아래에서 여전히 플랭크 동작을 취했답니다. 초반에 몇 번 한 뒤에는 다시는 하지 않게 되었어요.

(봐도봐도 웃긴 자세^^) 


배가 많이 고플 것 같아서 일광욕 후엔 밀웜을 반으로 잘라서 짜낸 밀웜즙과 물을 조금 먹였습니다. (사진은 패스~)

식사 후엔 어김없이
꼼꼼한 그루밍에 들어갑니다.

 

(앞발부터 꼼꼼히)
(낫 사이사이도 철저하게)


고양이 세수도 빠트릴 수 없죠. 제가 폰을 들이대니까 불안한지 나뭇잎처럼 보이기 위해 열심히 몸을 흔듭니다.
 


다쳤던 다리 부분은 아래 사진에서 보이듯 미세한 선과 함께 불룩한 흉터가 남았습니다. 그래도 다리가 직선으로 곧게 잘 굳어서 앞으로 걷는 데는 지장이 없게 되었습니다. ^^

(날개의 민트색 부분은 시간이 가면서 더 많이 선명해집니다.)


어느 사육자 말로는 사마귀 약충 여러 마리 길러서 그중 한 마리만 온전한 성충으로 만들어도 사마귀 고수라고 하더군요. 그 얘기 때문인지 성충이 된 쥐미를 볼 때마다 더욱 뿌듯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쥐미가 꼬꼬마 때부터 커온 나날들이 스쳐가면서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탈피로 골치 썩는 것 없이 사마귀 사육을 즐기려면 성충을 데려오는 방법도 있는데, 그러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이때 제가 느낀 감동은 느낄 수 없을 거란 생각도 들었어요.

약충부터 키우는 것, 성충부터 키우는 것, 둘 다 장단점이 있어요. 그래도 전 다음에도 약충부터 키우는 걸 택할 거예요. 여러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사마귀의 아기 시절은 정말 너무나 귀엽거든요! 사마귀 사육에 있어서 그 부분을 놓치는 건 너무 아까운 일 같아요.


1월 9일 아침 11시 반

탈피 후 59시간 정도가 지났습니다. 이제 단단한 껍질이 있는 먹이를 먹여도 될 것 같아서 밀웜을 한번 줘봤어요. 조금 불안했지만 다행히 야무지게 잘 씹어먹었습니다.

 

(귀여워♡) 


그다음엔 탈피한 귀뚜라미가 보여서 밥 더 먹으라고 줘봤습니다. 귀뚜라미를 본 쥐미가 날개를 펴고 위협 포즈를 취하는 것을 운좋게 폰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어요.


먹는 장면은 좀 세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유튜브에 올리도록 할게요.

이날 쥐미는 엄청난 폭식을 했답니다. 밀웜, 귀뚜라미에 이어 밀웜 번데기까지 먹었어요.

처음엔 얼마나 먹여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검색부터 해보았습니다. 이 또한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대충 종합해보니 2-3일에 한 번 피딩이 적당한 것 같았어요. 사마귀 성충은 밥을 매일 먹이면 수명이 줄어든다고 해요. 일단은 탈피기 내내 너무 많이 굶은 것이 안쓰럽기도 해서 마음껏 먹도록 해줬어요.

그런데 이렇게 했더니 나중엔 배가 너무 뚱뚱해져서(무정란이 생긴 걸 수도) 성충 초반에 이렇게 먹인 걸 후회했답니다.ㅠ 이것 역시 저의 수많은 시행착오 중 하나였네요. 쥐미가 첫째여서 겪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제가 절지류가 로봇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더 끌린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바로 아래에 이런 부분을 말하는 거예요. 날개를 보면 마치 나사 두 개가 조여있는 듯합니다. 이런 부분 외에 배, 다리, 목 등이 마디마디로 연결되어 있는 점 또한 로봇을 연상시키기도 해요. 누르면 부서지는 여리디 여린 몸이란 점은 로봇과 많이 다르지만요.


두 낫을 이쁘게 모으고선 저를 쳐다보는 쥐미입니다. 


이전까진 탈피를 하고 나면 절 참 이상하게 쳐다봤는데 ("저게 대체 뭐지?!" 라는 약간의 공포가 담긴 시선으로 보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서 "아, 누군지 알겠다"하고 안심하는 느낌으로)

성충이 되고 나서는 바로 누군지 아는 느낌으로 저를 보았습니다. (저의 느낌일 뿐이니 믿거나 말거나입니다.ㅎㅎ) 예전엔 탈피 후 절 보면 동공 지진을 일으키는 느낌이 있었다면 이번엔 편하고 푸근한 느낌이었어요.



1월 10일

이제 몸도 거의 굳었겠다, 이날은 몸길이를 재보기로 했습니다.

일광욕을 하고 있는 쥐미의 뒤에서 천천히 자를 밀어 넣었습니다. 뭐가 밑에서 움직이니까 고개를 팍 숙이고 쳐다보네요.ㅎㅎ 위협적인 물건이 아니란 걸 어떻게 아는 건지 도망가지 않고 그냥 이렇게 가만히 보고만 있었습니다.   

(애기 때부터 본 물건이라 기억속에 있는지도.)

그런데...

여러 각도로 재어봤지만 아무리 봐도 7.5cm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마저도 꼬리 밖으로 1cm는 더 나온 날개 길이를 합한 것입니다. 암컷 왕사마귀라서 9cm는 넘겨줄 줄 알았는데 많이 아쉬웠어요. (무사히 탈피한 것만으로 어딘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다리 부상으로 힘든 종령 시절을 보낸 탓에 쑥쑥 자라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1월 11일

이날은 쥐미를 위해 주문한 꿀이 도착한 날이었어요. 사마귀를 엄청 많이 키우는 어떤 해외 사육자가 사마귀는 꿀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그걸 보자마자 바로 천연꿀을 검색해서 주문한 것이었습니다.

천연꿀은 소량으로 파는 것이 없어서 찾기가 힘들었는데 지마켓에 "장금이네 건강한 간식"이라는 곳에서 진짜 아카시아 꿀을 한정수량으로 판매하고 있더라구요. 설탕 0% 천연꽃꿀에 정확한 이름은 장금이네 자연꿀이었어요. 300g에 12,800원이었는데 지금 확인해보니 9,800원으로 내려갔네요.ㅠ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 용기인 것이 아쉽...)


아무리 사마귀 사육 고수의 말이지만 사마귀가 꿀을 먹는다는 걸 그대로 믿을 수는 없어서 아주 조금만 먹여보았어요. 식전에 주면 많이 먹을까봐 식후에 배가 부를 때 먹여보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잘 먹어서 깜짝 놀랐어요.


그래도 자주 주기는 왠지 두려워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로만 소량을 주고 있습니다. 귀뚜라미들에게 줘보니 안 먹던데 사마귀는 먹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1월 12일

정면으로 보니 좀 웃겨서 찍어봤어요.


자기 그림자를 보고 깜짝 놀라는 모습입니다. (왜 뒤늦게 ㅎㅎ)


사마귀는 가만 보면 개미나 파리 같은 6다리 곤충이라기보다 4다리+2손을 가진 또 다른 종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고개도 이리저리 잘 돌리고, 곤충 치고 지능도 좀 있는 것 같고, 애교도 있고, 여러 면에서 일반 곤충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NASA에서 사마귀는 사실 외계 생물이라는 걸 밝혀줬으면 좋겠습니다.ㅋ)

그럼 오늘은 요기까지 할게요.

열심히 포스팅을 하느라 하는데도 또 이렇게 두 달 정도가 뒤처져 버리네요. 그냥 너무 상관 않고 편하게 기록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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