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소리 블로그의 절지동물 포스팅은 생물 관찰 및 사육에 관한 것입니다. 파리, 구더기 번데기, 사마귀, 귀뚜라미가 아주 리얼하게 나오니 벌레를 자세히 보는 게 싫으신 분들은 부디 잘 피해가 주세요.
저번에 파리가 번데기에서 나온 것까지 보여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뒤의 얘기 이어갈게요.
☞ 왕사마귀 쥐미에게 곤충 파리 구해주기 1 (구더기 키우기)
제가 파리가 번데기에서 나오는 장면을 직접 캐치하지 못했는데 혹시 보실 분들을 위해 유튜브 영상을 가져왔어요. 탈피하는 사마귀나 귀뚜라미의 몸이 말랑말랑하듯 번데기에서 나오는 파리들도 그런 모습이에요. 아니 좀 더 액체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어린 애들 코에서 들쑥날쑥하는 진한 콧물 방울 같은... 의외로 파리도 나름 에일리언 같은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 파리 얘기입니다.
연한 회색이던 파리가 시간이 지나니 원래의 색을 갖추었습니다. 이제야 우리가 흔히 똥파리라 부르는 비주얼이 나왔어요.
윙윙 시끄럽게 잘 날아다녔는데 다만 크기가 너무 작았습니다. 쥐미에게 간식거리 정도의 크기였어요.
어쨌든 좋은 음식 먹여가며 파리를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막상 파리가 생기고 보니 왠지 쥐미에게 바로 줄 수가 없었어요. 아무래도 썩은 고기를 먹고 자란 구더기가 파리가 된 것이다 보니 찝찝하더군요. 일단은 계속 깨끗한 음식을 먹여보면서 어떡할지 고민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아닛 그런데 겨우 4일 만에 파리가 쓰러졌습니다. 파리 성충 수명은 2-4주라는데 뭐가 잘못되었던 걸까요? 구더기와는 달리 파리는 신선한 음식도 잘 먹으니 음식 때문은 아닐 텐데요...
집어 올려보니 아직 숨은 붙어 있는 상태였어요. 날개를 윙윙 거렸는데 이미 회복 가능성이 없어 보여서 그냥 귀뚜라미 사육통에 넣었습니다. 혹시 귀뚜라미들이 이 파리를 먹고 탈이 난다면 쥐미에게 파리를 주면 안 된다는 뜻이 되겠죠.
30분 후쯤 다시 가보니 이럴수가! 저를 본 귀뚜라미가 파리를 먹고 있다가 후다닥 도망치고 남은 것은 이것뿐이었습니다. 이것도 나중엔 완전히 깨끗이 사라졌어요. 역시 귀뚜라미들은 동족을 포함해서 곤충을 너무 잘 먹어요.
"너희들 중에 파리 먹은 거 누구야?"
물어봤지만 대답은 얻을 수 없었습니다.
참고로 위의 귀뚜라미들은 암컷 3, 수컷 2로 구성된 번식팀Five라는 애들인데 얘들 얘기도 나중에 해드릴게요.
예전에 귀뚜라미 성충을 제 손 위에 얹어놓고 노는 짧은 영상을 보여드린 일이 있는데 그때 그 귀뚜라미가 사진 앞쪽 오른쪽에 있는 녀석이랍니다. 수컷인데 밥을 너무 많이 ㅊ먹어서 알밴 것처럼 배가 빵빵해요.
중간에 하얀 통은 암컷들이 알을 낳을 장소예요. 질석을 담아서 물을 흠뻑 뿌려둔 건데 해외 유튜버 중 귀뚜라미 번식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가르쳐준 방법이에요. (미리 말하자면 그냥 오아시스로 하는 게 번식은 더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질석으로 하는 건 뭔가 더 많은 노하우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로부터 이틀 후, 두 마리의 파리가 더 태어났어요.
번데기에서 나온 파리들은 한동안 뭔가를 몸에서 내보냅니다. (끈적한 동그란 원... 싸는 건지 뱉는 건지)
쥐미에게 파리를 주더라도 일단은 저 미스터리한 분비물들이 다 빠져야 할 듯합니다.
파리를 먹은 번식팀Five는 며칠 후에도 사망자 없이 여전히 신나게 잘 지내는 모습이었습니다. 파리를 먹어도 괜찮은 건가봐요.
그래도 불안해서 해외 사육자들에게 걱정을 털어놔 봤답니다. 해외에는 희귀동물샵에서 파리 번데기를 팔거든요. 사육자들은 그걸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필요할 때마다 몇 개씩 실온에 꺼내놓고 파리로 부화를 시켜서 먹이로 사용해요.
그 사람들 말로는 구더기는 원래 썩은 고기를 먹고 크는 거고 그게 사마귀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해요. 썩은 고기지만 구더기 몸속에서는 뭔가 다른 게 되나 보더라구요. 시원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실제로 항상 사마귀에게 파리를 먹이는 사람들이 괜찮다고 하니까 한 번 먹여보기로 했어요.
파리에게는 여러 가지 음식을 먹였어요. 구더기한테 줬던 음식들을 포함해서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줘봤답니다. 그런데 재밌게도 항상 군고구마에만 달려들었어요. 고기나 개사료 등 다른 맛있는 것도 많았는데 오직 군고구마 사랑이더군요.
파리가 군고구마를 먹는 모습은 아래 영상에서 보실 수 있어요. 입에서 굵직한 빨판이 쭉쭉 나오는게 새삼 신기해 보이네요. 사람도 입이 저렇게 생긴 인종이 있다면 재밌겠단 생각도 들었어요.
두 마리의 파리가 태어난 지 3일 후 (1월 21일)
쥐미에게 드디어 파리를 줘보기로 했어요. 그 전에 파리 사육통을 잠시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파리의 움직임을 둔화시키지 않으면 파리가 온 방을 날아다닐 테니까요. (해외 사육자들에게 얻은 팁입니다.)
파리들이 비실거리게 되었을 때 쥐미를 그대로 파리 사육통 안으로 들여보냈습니다.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먹이를 보더니 쥐미가 즉시 양쪽 낫으로 낚아채서 먹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쥐미의 첫 파리 피딩은 대성공이었습니다.
어찌나 잘 먹던지 지금까지 안 준 게 미안할 정도였어요. 갓 탈피한 귀뚜라미가 아닌 그냥 귀뚜라미는 딱딱해서 씹기 힘들어 보이기도 하는데 파리는 사람으로 치면 곱게 으깬 감자를 먹는 느낌이었어요.
귀뚜라미 성충은 실제 귀뚜라미 요리를 먹어본 사람들 말로는 손톱만한 방게 반찬 먹을 때처럼 껍질이 좀 불편하다고 해요. 그러니 쥐미에게도 많이 딱딱하긴 할 거예요.
쥐미의 경우엔 먹이 중 귀뚜라미의 비율이 가장 높은데(귀뚜라미 60%, 밀웜이나 밀웜 번데기 35%, 파리 5%) 다행히 소화는 지금까지 잘 시켜왔습니다. 지금까지 딱딱한 귀뚜라미 성충을 그대로 준 적은 없고, 항상 갓 탈피한 말랑한 것 아니면 쌀알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의 소형 귀뚜라미만 먹였습니다. (소형은 성충에 비해 훨씬 부드러워요.)
파리들이 작아서 쥐미가 금세 다 먹어버렸네요. 더 없는 게 참 아쉬웠답니다. 파리 종류가 아마 금파리 같은데(아니라면 알려주세요) 금파리가 원래 이렇게 작았나 싶어요. (구더기 시절에 제대로 못 먹었기 때문인가...)
저게 1월이었는데 벌써 3월이 되었네요. 쥐미가 저 이후로도 파리를 몇 번 더 먹긴 했는데 그래도 주식은 대부분 갓 탈피한 귀뚜라미나 밀웜, 또는 갓 번데기가 된 밀웜이었어요. 최대한 껍질이 말랑한 걸로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사 온 이후에도 또 구더기를 주문했는데 지금 몇 마리가 번데기가 되어있는 상태랍니다.
전 구더기를 재구매하긴 했지만 솔직히 이걸 사육자 분들에게 추천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 모든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은 데다가 파리에게 제가 모르는 이상한 병균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다행히 쥐미는 멀쩡히 잘 있지만 위험 부담이 있는 만큼 다른 사육자들에게 굳이 이 방법을 권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냥 저의 경우를 보고 참고만 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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