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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지네

마하로나 오렌지 지네 유체 실이 사육 일기 202003

by 라소리Rassori 2020.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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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 사육자와 애호가들을 위한 포스팅입니다. 지네와 자른 밀웜이 나오니 부디 익숙한 분들만 보세요!


지난 절지 포스팅에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밀웜을 도축(?)한 것까지 얘기했어요.

2020/03/25 밀웜 사육 방법


오늘은 그 밀웜을 저의 지네인 실이에게 피딩하는 걸 보여드릴게요. 참고로 저희 실이의 종은 마하로나 오렌지 scolopendra subspinipes sp. 입니다. ("셀레베스 타이거 센티피드의 바리에이션 중 하나" ...라고 실이를 데려온 더쥬 설명 페이지에 적혀있었어요.)


실이는 밥을 많이 깨작거려서 6일에 한 번 피딩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녀석이 제가 모르는 사이에 탈피를 한 건지 갑자기 크기가 커지고 다루기도 좀 더 힘들어졌어요.

탈피 껍질은 아무리 찾아도 없었습니다. 지네는 탈피 후 자기 껍질을 먹어버리거든요. 몸길이 3.5cm의 완전 아기 지네였는데 이제 한 1cm 정도 더 자란 것으로 보이니 분명 저 모르게 탈피를 한 것 같습니다. 

(그 도축한 밀웜을 먹는 중인 실이)

실이는 자른 밀웜 말고는 도무지 다른 걸 먹으려 들지 않아요. 자기보다 훨씬 작은 핀헤드를 줘도 사냥하지 않고, 큰 귀뚜라미를 반으로 잘라서 즙을 입에 갖다 대도 먹지 않아요. 지네는 가끔 과일을 먹이면 좋다는데 과일도 먹지 않고 오로지 밀웜즙만 먹으려 합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밀웜에게 과일과 귀뚜라미를 잘라서 먹인 뒤에 실이에게 이렇게 피딩을 하고 있어요. 과일은 뭘로 줘야 할지 몰라서 가장 안전해 보이는 바나나를 밀웜에게 주로 먹입니다. 집에 망고나 수박이 있다면 그것도 함께 먹여요. 감귤류는 안 좋다는 말이 있어서 안 먹입니다. (이것도 많이 보이는 말이긴 한데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지네에게 과일을 먹이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참고로 저희 실이가 먹지 않을 뿐, 과일을 맛있게 먹는 지네는 많답니다. 사과, 파인애플, 망고 등을 먹는 영상을 여러 번 봤네요.

그 모습이 궁금해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분들은 아래에 들어가셔서 한 4분 20초쯤부터 보시면 됩니다. 이것도 제가 가끔 들여다보는 유튜브 채널인데 이 영상에서는 너무나 예쁜 애완 지네가 망고를 먹는 모습이 나온답니다. 

우리 실이는 언제쯤 저렇게 멋진 성체가 되려나요. 지금은 너무 작아서 밥을 먹일 때마다 고생입니다.

일단 실이에게 밥을 먹일 때는 숨지 못하게 은신처부터 치웁니다. 그리고 흙이 없는 곳으로 오도록 조심스레 유도한 뒤 밀웜즙을 입에 갖다 대요. 그러면 잠시 멍하게 있다가 갑자기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합니다. (말이 쉽습니다.😂)

흙은 마른 곳과 젖은 곳 모두 있어야 합니다. 흙을 전체적으로 푹 적셔두면 너무 습해서 죽는 경우가 많으니 습도 조절을 잘 해줘야 해요.


보통은 저처럼 저렇게 흙이 비어 있는 곳을 만들어두지 않아요. 그냥 긴 원통형 통에다 흙을 높게 채워두고, 며칠에 한 번씩 자른 밀웜을 던져 넣는 식으로 키웁니다. 그렇게 해도 잘 커요. 사람과 덜 만나는 만큼 아마 스트레스도 덜 받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하면 밀웜의 잘린 부분(젖은 부분)에 흙이 잔뜩 들러붙어서 그걸 지네가 먹게 될까봐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지네는 흙을 먹다가 소화기관이 막혀서 죽을 수 있거든요. 그걸 최대한 피해보려고 이런 방법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저는 초보라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것이지, 남들에게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방법을 권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참고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이가 밥을 다 먹고 나면 바닥에 온통 밀웜즙이 묻어 있어요. 그래서 그 부분을 깨끗이 물로 닦아서 청소하고, 거기에 물그릇을 대신해서 큰 물방울을 몇 개 만들어 둡니다. (그러는 동안 실이는 얌전히 흙 쪽에 올라가 있어요.)

환경을 너무 습하게 해도 안 되지만 마실 물을 없게 만들어놔도 안 됩니다. 나중에 실이가 어느 정도 크면 집도 더 큰 곳으로 옮겨주고 물그릇도 만들어줄 예정이에요. 

아래는 실이가 밀웜을 먹는 영상이에요. 밀웜을 그냥 반으로 싹둑 잘라두면 먹다가 짜증을 내면서 그냥 돌아서버립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스스로 껍질을 찢어가면서 먹을 수 있을 텐데 실이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그래서 보시는 것처럼 저렇게 먹기 편하게 세로로도 쭉 잘라줘야 합니다. 그렇게 해줘야만 안쪽까지 맛있게 먹더군요. 

성질은 까칠한데 제가 쳐다보거나 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건 딱히 상관하지 않아요. 

밥을 다 먹은 뒤엔 흙 위로 가서 그대로 오래오래 쉽니다. 옆에 은신처를 다시 놓아두어도 들어가지 않고 가만히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 얌전한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진 않아요. 조금이라도 잘못 건들면 물밖으로 튀어나온 미꾸라지처럼 난리가 난답니다.😂 

그때 지네의 탈출을 막으려면 반드시 사육통 높이가 지네의 몸길이보다 훌쩍 더 길어야 해요. 제가 사용하는 저런 통은 미끄러워서 잘 못 올라오는데 조금이라도 덜 미끄러우면 쉽게 빠져나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네모난 유리 어항은 지네를 키우기 어려울 수 있어요. 유리를 접착한 실리콘을 타고 잽싸게 탈출할 수 있거든요. 말도 안 되게 좁은 구멍이나 틈으로 빠져나오는 일도 흔하답니다.

실이 같은 지네 유체들은 키우다 탈출해서 영영 못 보게 되는 경우가 꽤 많아요. 조심해도 그렇게 되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에요.


아래는 깨끗이 비워진 밀웜입니다. 나머지 반은 귀뚜라미가 먹었어요. 이런 식으로 귀뚜라미는 밀웜을 먹고 밀웜은 귀뚜라미를 먹는데 이렇게 해도 되는지 가끔 의문이 듭니다.

어쨌든 둘 다 서로를 너무나 맛있게 먹으니 안 줄 수는 없네요. 특히 귀뚜라미의 경우엔 밀웜으로 육식을 시켜주지 않으면 동족을 먹는 비율이 높아져요.


 
오늘은 이상입니다. 즐거운 사육/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추가:

얼마 전 실이의 몸길이가 4.5cm 정도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역시 처음 왔을 때에 비해 1cm 정도 자란 게 맞고 분명히 그동안 저 모르게 탈피를 한 거였어요. 그런데 대충 4개월 동안 1cm 자란 거면... 성장이 생각보다는 느리네요. ㅠ

아래에 "Good luck to you"가 적힌 분홍색 은신처는 제 타란툴라 리니가 애기 때 쓰던 건데 지금은 넓게 펴서 실이가 쓰고 있습니다. 가볍고 바람이 잘 통하는 은신처가 아니면 흙에 수분이 차서 곰팡이가 생기는 일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일단은 은신처 아래엔 마른 흙을 두고 은신처를 살짝 얹어서 관리하고 있어요.

(밥 먹은 직후라 얌전...)

솔직히 실이는 제가 과연 성체까지 잘 키울 수 있을지 별로 자신이 없어요. 지네는 나이에 크게 상관없이 의문사가 그렇게 많다고 하네요. 그래도 당연히 최선은 다해볼 거예요. 부디 무사히 성체가 될 수 있길 빌어봅니다.

만약 실패하면 유체는 다시 안 들일 거예요. 성체의 전 단계인 아성체나 준성체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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