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지네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자른 귀뚜라미와 지네가 나오니 절지동물을 못 보시는 분들은 부디! 패스해 주세요.
이번엔 실이가 드디어! 귀뚜라미를 먹은 얘기를 전해드릴게요.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났지만ㅎㅎ)
저번에 실이가 오직 밀웜만을 고집하는 포스팅을 올렸었는데 그때 올린 사진을 찍은 이후 얼마 안 지나서 귀뚜라미를 처음으로 먹었답니다. 저희 집에 온 게 2019년 11월인데 이날까지 꿋꿋하게 밀웜 편식을 이어간 실이, 정말 대단합니다.
2020년 3월 24일
귀뚜라미는 먹이로 주기에 크기가 너무 크면 잘라서 타란툴라들에겐 배쪽을 주고 사마귀들에겐 그 위쪽을 주는 식으로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 실이에게 줄 때는 세로로 반으로 잘라보았어요. 무슨 부위를 좋아할지 알 수 없으니까요.
일단 지금껏 쭉 거부해 온 만큼 귀뚜라미를 먹을 거라고 생각을 안 했어요.
위 사진에 보면 반으로 잘랐어도 실이의 뱃속에 들어간다고 상상해보면 꽤 크죠. 만약 실이가 먹을 줄 알았더라면 저거보다 더 작게 잘라서 줬을 거예요. 과식은 우리뿐 아니라 절지동물에게도 좋지 않고, 특히 지네는 많이 먹으면 "순대 체형"이라는 뚱뚱한 체형이 됩니다. (위 사진에서도 이미 좀 순대... 6일에 한번 피딩이고 그리 많이 먹지도 않는데 왜 저런지 알 수 없음ㅋ)
실이가 덩치가 좀 더 커진 이후 뭔가 변화가 있었는지 이번에 귀뚜라미 즙이 입에 닿았을 때는 닿자마자 환장하고 먹더군요. 왠지 지네는 배쪽을 좋아할 것 같았는데 역시나 배 쪽부터 맛있게 먹었어요. 덕분에 이날 옆에 대기하고 있던 밀웜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답니다.😂
얼마나 맛있었으면 나중엔 꼭 끌어안고 먹더라구요. 정말 귀여웠어요.
사진을 확대해서 찍어서 그렇지 실제로는 몸길이 4cm 조금 넘는 쪼꼬만 아기 지네랍니다. 너무 안 커서 옛날에 리니(저희 타란툴라)가 코딱지만한 애기였을 때 살았던 작은 원형 사육통에서 아직까지 살고 있어요.
저를 경계할 때는 뒤쪽에 있는 터미널렉(terminal legs) 두 개를 위로 번쩍 쳐드는데 얘는 밥 먹을 땐 매번 혼이 나가서는 제가 아무리 옆에서 촬영하고 해도 상관을 안 해요. 밥 먹을 때가 아니면 성질이 엄청납니다. 거의 카엥이(저의 다른 타란툴라) 이상인 것 같아요.
설마 그 많은 걸 다 먹겠나 했는데 세상에, 다 먹은 뒤에 확인해 보니 이것만 남았습니다. 지금까지 실이 피딩한 것 중 이날이 가장 많은 양을 먹은 날이었어요.
다 먹은 뒤엔 다시 은신처를 놓아두고 주위에 물을 적당히 뿌려주었습니다. 사육통이랑 은신처 전부 리니한테 물려받은 거네요.
뭔가 못 마땅하면 미꾸라지처럼 펄떡거리는데 아무래도 한 번 더 탈피해서 한 단계 더 크면 이 사육통에서 튀어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탈피를 기다렸다가 좀 더 큰 사육통으로 옮겨줄 계획입니다. (곧 탈피할 것 같기도 한데 과연 어찌 될지...)
지네 유체는 잘 죽는다고 해서 볼 때마다 제발 죽지 말라고 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지네 유체 사육의 가장 긴장되는 점이네요. 탈출해서 사라지는 것 포함해서요. 개인적으로 그런 일들에 비하면 차라리 물리는 게 백 번 낫겠어요.
이번 얘기는 실이 먹방 영상으로 마무리할게요. 그럼 전 이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