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사진이 많으니 곤충을 무서워하시는 분들은 패스해주세요. 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쥐미가 1월 7일에 드디어 성충이 되고, 그로부터 일주일쯤 지났을 때입니다.
이날은 피딩하는 날이었어요. 밥을 매일 먹이면 수명이 줄어든다는 말에 이틀에 한 번씩 먹였는데 줄 때마다 양을 좀 많이 줬어요.
먹이는 주로 갓 성충이 되어 색이 연한 상태의 귀뚜라미를 반으로 자른 것을 썼습니다. 왕사마귀라고 하면 커다란 메뚜기도 곧잘 잡아먹어서 엄청 많이 먹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주는 대로 다 먹는 사마귀들도 있지만 그렇게 먹이는 건 사마귀 몸에 좋지 않습니다. 쥐미처럼 7-7.5cm 사이의 몸길이라면 이틀에 한 번 귀뚜라미 성충 반 마리라도 꽤 많은 양이랍니다. (쌍별 귀뚜라미 평균 크기 기준)
아래 사진은 제가 잘라준 귀뚜라미를 맛있게 먹고 있는 쥐미의 모습이에요. 쥐미가 서 있는 식물은 방울복랑이라는 다육식물입니다. 처음에 샀을 땐 정말 귀여웠는데 너무 못생기게 자라서 이사 오면서 굿바이 했어요. (어떤 분이 가져가셨습니다.ㅎ)
귀뚜라미 자르는 건 예전에 설명한 대로 귀뚜라미를 냉장고에 몇 분 넣어두고 기절시킨 뒤 뾰족한 눈썹 가위로 재빠르게 자르면 됩니다. 불쌍하죠? 저는 많이 해서인지 이제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절대 귀뚜라미로 태어나서는 안 되겠단 생각은 가끔 듭니다.
아래는 쥐미가 유튜브를 보다가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서 모니터에 붙은 모습이에요. 5령이 된 악마꽃 사마귀 약충이 파리를 사냥하는 영상이었어요. 제가 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쥐미도 열심히 보고 있더군요.
(쥐미가 보고 있는 영상 주소 https://youtu.be/0wleok1ewP8)
아래처럼 제 손 위에서 유튜브를 보기도 한답니다. 물론 쥐미의 눈에는 우리가 보는 것처럼 보이는 건 아닙니다. 그냥 뭔가의 움직임에 반응을 하는 것뿐일 거예요.
(쥐미가 보고 있는 건 다흑님의 물지네 영상이에요 https://youtu.be/1OLpE3sI8co)
1월 이 당시에는 제가 열심히 양준일 씨의 옛날 영상을 보던 때였어요. 가나다라마바사 하는 게 너무 귀엽더라구요.🤭
제가 리베카랑 가나다라마바사 영상을 보고 있는데 쥐미가 모니터에 붙어 있는 게 웃겨서 찍어보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그냥 너무 귀엽고 웃기게 나와서 올려보아요.
UVB 램프로 일광욕하는 모습도 꾸준히 찍었어요.
문득 보니 발이 너무 귀여워서 발에 초점을 맞춰보기도 했어요. 성충이 된 이후 갑자기 무게가 확 늘어나서 저렇게 쿠션에 발이 깊게 들어가기도 하고 손에 얹으면 무게가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아래는 간만의 쥐미 위협 포즈입니다. 날개도 완전히 펴지 않았고 팔도 위로 번쩍 들어 올리지 않았으니 반 위협 포즈이긴 한데, 포즈 이상으로 저한테 화가 많이 나 있었어요. 입도 양쪽으로 벌리면서 으르렁하고 있습니다.
이날 무슨 일이 있었냐면, 제가 침대 위에 앉아서 폰질을 완전히 집중해서 하고 있는데 쥐미가 어디서 나타난 건지 제 등쪽으로 간 거예요. 저는 쥐미가 거기 있는 줄 모르고 뭐가 느껴지니까 무의식적으로 뒤로 손을 뻗었구요.
그런데 갑자기 뭐가 막 손을 공격하더라구요. 보이진 않아도 쥐미의 낫 공격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죠. 제가 많이 아프게 건드린 건지 쥐미가 놀란 게 느껴졌고, 저도 제가 쥐미를 손으로 치거나 한 줄 알고 기겁을 했습니다.
제 뒤에 있어서 보이질 않으니 가만히 손만 대고 있었어요. 그랬더니 다행히 제 손 위로 천천히 올라오더군요.
다 올라온 것을 느낀 뒤에는 다친 곳이 없는지 보려고 손을 다시 앞으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저렇게 화를 내고 있었어요. 어찌 됐든 실 같은 다리가 부러지거나 배가 터지거나 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십년감수했어요.
약충 시절엔 피딩할 때랑 제 손에서 노는 시간 빼고는 사육통에 넣어뒀는데 성충이 된 이후로는 제가 자거나 외출할 때 빼고는 꺼내 두고 있거든요. 그래서 주의하지 않으면 가끔 이런 위험한 일이 생기기도 한답니다.
성충이 되어도 약충 때처럼 가만히 한 자리에 붙어 있는 시간이 많지만, 그래도 약충 때보다는 확실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려 합니다. 그래서 성충은 사육통도 최대한 큰 걸 쓰는 게 좋다고 해요. 사마귀가 알고 보면 꽤 공간을 차지하는 곤충이랍니다.
다음 사진은 쥐미가 화를 다 가라앉힌 뒤에 제 무릎 위에 올라가서 발 그루밍을 하는 모습이에요.
다칠 뻔했기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열심히 그루밍을 하길래 웃겨서 찍어보았습니다. 왠지 사람이 발을 입으로 당겨서 빨고 있는 모습이 겹쳐지기도 해요. (어릴 때 장난으로 이렇게 해봤던 것 같아요.)
꼭 자기 발을 먹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실제로 나이가 많은 사마귀의 경우 자신의 발을 먹는 일도 가끔 있답니다. 너무 많이 늙어서 발끝부터 감각이 사라지기 때문이래요. 충격적이죠?
어딘가에서 그 내용을 읽은 이후 쥐미가 발을 냠냠 그루밍할 때마다 좀 긴장하면서 보게 됩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 할 수 없지만 웬만하면 안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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