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3월 11일에 벌어진 대박 사건을 소개해드릴게요!
바로바로~
저희 집에 새 식구가 들어왔다는 소식입니다! 😄💕
얼마 전부터 벌러지닷컴에서 넓적배사마귀 3령 약충을 분양하고 있거든요. 쥐미처럼 이번에도 거기서 데려오게 되었어요.
넓적배사마귀는 쥐미 Q&A 시리즈에서 소개해드렸던 사마귀들 중 하나예요. 사람 손에서 손으로 날았던 사마귀와 떡대가 엄청났던 바로 그 사마귀랍니다.
마침 픽사베이에 넓적배사마귀 성충의 사진이 있네요. 늘씬한 왕사마귀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죠?
머리가 크고, 떡대가 좋으나 왕사마귀처럼 크진 않아요. 다 자라도 4.5-7.5cm 정도로 몸길이가 짧은 종이랍니다.
그래도 몸에 비해 낫이 크고 힘이 좋아서 사냥을 아주 잘하고 먹성도 좋아요. 이 종은 갈색형이 더 드물다고 하네요. 보통 녹색형인데, 날개에 흰 점이 있는 것과 앞다리 첫마디 앞쪽에 노란 돌기가 있는 게 특징이에요. 돌기는 실제로 보면 너무 작아서 잘 안 보인다고 해요.
사마귀 애호가라면 누구나 탐낼 이국적인 외모를 갖고 있어서 애완 곤충으로 해외에서도 아주 인기가 많아요. 추위에 약해서 한국에선 남부 지방에서 주로 볼 수 있고, 실내 사육을 해도 온도가 너무 낮게 유지되면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왕사든 넓사든 섭씨 17도까지는 견딜 수 있다는데 그래도 최소한 22도 이상은 해주는 게 좋아요. 24-25도 정도면 가장 좋구요.
넓적배사마귀는 그 안에서 여러 종으로 나뉘는데, 해외에서는 보통 통틀어서 Giant asian mantis라고 합니다. (효미의 경우엔 그중에서 Hierodula patellifera에 속해요.) 왕사마귀는 영어로 Chinese praying mantis라고 해요. 둘 다 동양적인 이름을 갖고 있네요.
그러고 보니 참사마귀는 Japanese giant mantis라고 하던데 코리안 맨티스는 없군요. 크고 멋진 녀석으로 하나쯤 있으면 좋을 텐데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아무튼 이러한 넓적배사마귀를 저는 차마 입양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어요. 몇 주간 매일 수차례 벌러지닷컴을 드나들며 보고 또 보면서 갈등했답니다. 장바구니에 넣어두는 것까지는 했지만 계속 결제는 하지 않았죠. 블로그를 하게 되면서 삶이 너무 바빠져서 도저히 지금 이상의 절지동물은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했거든요.
차라리 타란툴라나 지네면 며칠에 한 번씩만 관리해주면 되니 괜찮은데 사마귀는 자잘하게 손이 많이 가는 생물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어요. 만일 이번 넓적배사마귀들이 품절(?)이 되어도 분명 올해 안에 여기저기서 넓적배사마귀는 또 나올 거기 때문에 당장 급하게 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쉬이 미련이 떨쳐지질 않더군요. 쥐미를 키우면서 그 고생을 해놓고도 또 귀여운 사마귀 약충을 키우고 싶어졌어요. 쥐미는 처음이어서 그렇게 힘들었던 거고 둘째부터는 쉬울 거라고 생각도 해보면서 말이에요.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던 어느 날 늦은 오후, 결국 에이잇!을 외치며 결제를 누르고야 말았습니다. (사실 언제나 좀 이런 YOLO 인생입니다.ㅋ)
그리고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이 이틀이 흐르고, 몇 번 봤던 글씨체가 적힌 스티로폼 박스가 도착했어요.
이걸 받으면 가장 긴장되는 부분이 안에 있는 생물이 죽었으면 어쩌나 하는 거예요. 열면서 두근두근하게 돼요.
벌러지닷컴에서 사마귀 약충을 주문하면 종이컵에 담겨져서 오는데, 완충제로 사용된 신문지 뭉치를 들어내자마자 바로 종이컵이 보였어요. 사마귀를 주문하면서 함께 주문한 원통형 절지류 사육통 안에 있었죠. 오른쪽 벽에 붙어 있는 건 핫팩인데, 핫팩이 있음에도 신문지며 사육통이 전부 너무나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마음이 불안불안했습니다. (참고로 추운 계절에 벌러지닷컴에서 생물을 주문하면 기존 배송비 3천원에다 보온 배송 비용 3천원이 추가됩니다.)
바짝 긴장한 채로 종이컵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밑에 보이는 건 타란툴라랑 지네한테 쓸 바닥재예요.)
다행히 살아있는 녀석이 종이컵 벽에 딱 붙어있습니다.
사실 이름은 박스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여러 개를 생각해두고 있었어요. 근데 얘를 보자마자 머릿속에 있던 이름들(조미, 쪼미, 꼬미, 쥬미, 령미 등)이 모조리 사라지고 순간적으로 효미라는 이름이 팍 떠올랐어요. 그래서 이번 새 식구의 이름은 ♥효미♥로 정해졌습니다.
5령이 될 때까지는 성별을 알 수 없지만(현재 아마 3령) 쥐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성별에 상관없이 처음 붙여진 이름으로 끝까지 갈 거예요. 쥐미도 처음 봤을 때 수컷이란 느낌이었는데(똥촉) 효미 역시 그런 느낌이네요. 과연 저의 촉대로 수컷일지는 대충 한 달 안에는 밝혀지지 않을까 합니다. 촉보다는 제발 수컷이었으면 좋겠다는 저의 바람인지도 모르겠어요. 암컷은 혼자 둬도 멋대로 임신하고 무정란을 낳으므로...ㅠ
색깔은 어릴 땐 저렇게 갈색이 섞여 있을 수 있대요. 앞으로 탈피하면서 색이 변할 가능성이 많은데 햇빛을 마음껏 볼 수 없는 실내 사육이라 픽사베이 사진처럼 선명한 연두색이 나올지 잘 모르겠어요.
뭐 어쨌든 지금 이대로 완벽하게 예쁘네요. 특히 입술에 립스틱 같은 무늬와 이마에 앞머리 같은 무늬가 있는 게 너무 웃깁니다.ㅋㅋ 착시로 보이는 까만 눈동자도 유난히 선명하게 보여요. 왼쪽 더듬이가 좀 잘린 상태지만 어린 사마귀에게 흔한 일이고, 탈피하면서 낫기 때문에 상관은 없습니다.
일단은 (서울에서부터) 먼길을 오느라 고생했을 효미에게 핀헤드를 줘보았어요. 전혀 겁먹지 않고 잽싸게 사냥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열심히 잘 먹던 효미가 뒤늦게 절 발견하고 말았어요.
먹이를 한 손에 꼭 쥔 채로 가만히 절 보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저도 모르게 입틀막을 하면서 돌고래 소리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효미가 갑자기 빛의 속도로 사라져버렸어요. 손에 든 것은 절대 놓지 않은 채로 말이에요.
왕사마귀인 쥐미가 아기였을 때는 절대로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속도였어요. 그런 건 전혀 예측 못했기 때문에 너무 당황이 되었죠. 찾기 힘든 곳으로 가버렸으면 어쩌나, 아찔해서 열심히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러다 다행히 종이컵 바깥쪽에 제가 안 보이는 각도에서 열심히 남은 귀뚜라미를 먹고 있는 게 보였어요.
어느 정도 밥을 먹길 기다려 준 후에는 포획에 들어갔어요. 작다기보다는 미세하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몸집을 가진 녀석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건 너무 위험하잖아요. 어서 잡아서 사육통에 넣어두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작은 약충들은 자기가 어디에 서있는지를 전혀 몰라요. 코끼리 다리에 붙은 개미가 자기가 밟고 있는 것의 정체를 모르듯이 말이에요. 그래서 효미도 제가 손을 내밀었더니 그게 뭔지도 모른 채 위로 올라왔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고양이 세수 시작...
너무 웃겨서 뭐 이런 애가 다 있지 하고 지켜보았습니다. 이날 얘 땜에 한 백 번은 웃은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위기 상황이 왔어요. 효미가 "아주 가까이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느낀 거예요. 너무 커서 뭔지 파악은 할 수 없어도 저의 존재를 느끼긴 했는지 갑자기 엄청 놀라면서 또 빛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어요. 저의 팔과 어깨 어디론가로 달려가서 사라졌는데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어디로 갔는지 전혀 보이지도 않게 되었어요.
제 몸 어딘가에 붙어 있을 텐데 제가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효미에겐 큰 사고가 날 수 있으니 꼼짝을 할 수가 없더라구요. 처음 뛰던 방향으로 계속 뛰었다면 제 머리 꼭대기쯤 올라갔을 텐데 팔을 들어 머리를 만져볼 수도 없잖아요.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효미가 부서질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얼음땡 하고 있다가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아서 아주 천천히 일어나 보았습니다. 그 순간 어디에서 나타난 건지 제 허벅지에서 아래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눈곱만한 생물체가 보였어요. 다시 놓치면 큰일이겠다 싶어서 얼른 사육통을 들고 그대로 사육통 안으로 쏙 들어가도록 했습니다. (타란툴라나 지네도 이렇게 달리는 방향 앞에 통을 놓고 잡으면 됩니다. 긴 컵이 제일 좋아요.)
효미 포획 성공!
다가가니 획 쳐다보는 효미의 쪼꼬만 세모 얼굴.
쥐미는 이 나이 때 전혀 빠르지 않았는데 넓적배사마귀의 약충은 엄청나게 빠르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몸이 가벼워서인지 점프도 잘합니다. 그나마 다행히 뚜껑을 천천히 열어서 위협이 느껴지지 않도록 하면 얌전히 통 안에 잘 있었어요. 그래서 안에 물도 뿌려주고 망도 넣어줄 수 있었답니다.
그럼 이만 우리 깜찍한 효미의 먹방으로 마무리할게요.
귀뚜라미 다리 뜯는 먹방입니다.
이 글의 예약 발행을 걸어두는 지금 시점은 3월 19일 목요일이에요. 효미가 온지 벌써 8일이나 지났네요! 1.3cm도 안 되어 보이는 너무 작은 아이여서 갑자기 죽을 수도 있고 해서 최대한 미루다가 글을 올립니다.
이 글이 올라가는 22일쯤엔 탈피를 할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쥐미를 겪고 난 뒤여서인지 훨씬 마음이 느긋합니다.
추가:
현재 21일 저녁 9시 30분!!
방금 효미가 탈피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오마이갓! 껍질에 4다리 중 하나만 간신히 붙어 있네요. 떨어질 뻔 했던 걸까요...
아기 때 좀 더 많이 찍어둘 걸 엄청 커져버렸네요. 그래 봤자 현재 몸길이 2cm 정도지만.
쥐미 때는 탈피할 때쯤 되면 바짝 긴장해서 지켰는데 효미는 살짝 방치하는 느낌이네요. 좀 더 신경써 줘야겠어요.ㅎ
지금은 몸이 물렁해서 꺼내보질 못하겠는데(그리고 너무나 발이 빨라서) 나중에 또 예쁘게 찍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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