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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쥐미 사육 일기 20200124-31

by 라소리Rassori 2020.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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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사진 주의해주세요! 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드디어 쥐미의 1월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이번엔 눈 얘기로 시작할게요.

예전에 한 번 언급했던 세 개의 홑눈입니다. 더듬이 사이에 있는 작은 까만 눈 세 개 보이시나요? 그게 홑눈이고 양쪽에 있는 두 개의 큰 눈은 1만여 개의 낱눈이 모인 겹눈이에요.

어렸을 때 눈을 더 갖고 싶어서 동생들의 조롱을 감수하고 이마에 눈을 그리고 다녔던 사람으로서 이 눈들은 볼 때마다 참 매력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이마에 외계생물의 얼굴이 있는 것 같기도)


이제 식사 시간입니다.

탈피한 귀뚜라미 반 마리예요. 꽤 양이 많은데 저걸 다 먹어요. 만약 한 마리 통째로 준다면 그것도 아마 다 먹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런 피딩은 결코 사마귀 몸에 좋지 않습니다. 2월 쯤 깨달은 사실이지만, 좀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먹이면서 키우는 게 가장 좋은 듯합니다.


이틀 후 또 식사 시간. 하루 굶은 뒤여서인지 너무너무 잘 먹었어요.


이틀에 한 번 말고 3일에 한 번 피딩도 시도해봤는데 그건 쥐미에게는 좀 무리였어요. 배가 고파서 난리가 나더군요. (굶는 날이든 안 굶는 날이든 하루에 두세 번씩 먹였습니다.)


해외 사이트 보다 보면 사마귀는 2주 굶어도 괜찮다는 사람이 있던데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봤을 때는 일주일도 힘들어 보여요. 살아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몸에 타격이 많이 가지 않을까 해요.

자연에서는 일주일 정도 굶는 일이 흔하다지만 일주일 굶기 전에 아마 곤충 시체나 풀이라도 뜯을 거예요. 쥐미는 이틀만 굶어도 플라스틱 뚜껑을 뜯어먹으려 하더라구요. 뱃속에서 알이 자라는 암컷이라서 더 그런 건지도 모르겠어요. 


다 먹었네요. 표정과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마치 폭주 후에 천천히 움직이는 에반게리온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에반게리온이 로봇 치고는 길쭉길쭉한 편이라 절로 연상이 되네요.)


귀뚜라미의 날개싹과 더듬이 하나는 먹지 않았어요.

(쥐미 발 귀욥...!)


밥을 너무 많이 먹이는 바람에 배가 너무 커져서 이때쯤부터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어요.

사마귀 암컷 성충의 식사량이나 배 크기에 대해서는 아무리 검색해봐도 이거다 싶은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종마다 개체마다 다를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제가 또 경험으로 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쥐미의 몸 사이즈에 이틀에 한 번씩 성체급 귀뚜라미 반 마리 피딩은 너무 많은 듯합니다. 

밥을 먹은 뒤 숨을 쉬는 게 좀 힘들어 보입니다. 배에 있는 작은 숨구멍에서 뭔가 수증기가 칙칙 나올 것만 같아요. (배경에 들리는 소리는 "미치니"라는 이름의 수컷 귀뚜라미가 시끄럽게 우는 소리입니다. 미치니는 귀뚜라미 번식팀Five 중 대장이에요.) 

아래는 불과 10일 전의 쥐미의 배의 모습인데 짧은 시간 안에 배가 너무 많이 커졌어요.


배 얘기가 나온 김에 잠시 사마귀 암수 구분 복습 들어갈게요.

사마귀의 성별은 배의 마디수로 알 수 있답니다. 암컷은 6마디고 수컷은 8마디예요. 그리고 수컷이 더듬이가 더 깁니다. 몸통도 수컷이 좀 더 늘씬해요. 생식기는 수컷은 암컷에게 있는 것과 같은 뾰족한 부분이 없어요.

위 사진에선 좀 흐린데 그 위 영상에서 보면 쥐미의 배가 6마디인 게 확실히 보일 거예요. 사마귀 나이가 5령쯤 되면 성별 구분이 가능해집니다. (7령이 종령, 그 다음이 성충. 가끔 8령이 종령인 개체도 있어요. 효미는 현재 3령 아니면 4령입니다.)



아래는 이베이에서 구입한 곤충망이에요. 보자마자 쥐미가 놀기에 좋을 것 같아서 덥석 샀습니다.

사이즈가 스몰과 라지 두 개인데 저는 스몰로 샀어요. 바닥은 비닐로 되어있어서 응가를 치우기 쉬워요.


쥐미를 안에 넣어두면 그 안이 편한지 몇 시간이고 잠을 잡니다. 그러다 잠에서 깨면 극도의 슬로우모션으로 밖으로 나와요.

입구는 보통 열어두는데 잠시 외출할 일이 생기면 닫아두고 나가기도 합니다.

곤충망의 가격은 만원 안쪽이었고, 무료배송이었어요.


이 제품은 색깔 옵션이 없었는데 다음에 또 곤충망을 사게 된다면 흰색으로 사고 싶어요. 검은색은 안쪽이 너무 어두운 게 단점이네요. 사마귀처럼 햇빛 쬐는 것을 좋아하는 곤충들에겐 아무래도 흰색이 나을 것 같아요. 보기에도 검은색은 답답합니다.


망은 집 여기저기에 설치해두었어요. 램프 위에도 하나 달아놨더니 알아서 잘 올라가서 쉬더라구요.


뽀송한 하트 스티커는 쥐미 미끄러지지 말라고 군데군데 붙여둔 거예요.



아래는 어느날 다이소에 갔다가 발견한 큰빨래 세탁망입니다. 엄청 큰데 2천원밖에 안해서 고민 없이 사왔어요. 색깔도 핑크여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것도 설치해두니 아주 잘 사용하더군요. 망은 사마귀의 발이 엉켜서 발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잘 골라야 해요. 너무 촘촘한 건 위험하다고 하네요.

촘촘한 걸로 따지면 위에 까만 곤충망이 엄청 촘촘하던데... 실이 곱게 풀어지는 재질이 아니라 빳빳한 재질이어서인지 아직까지 발이 엉키는 일은 없었습니다.



쥐미가 빨래망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어요. 이런 건 설치할 때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잘 고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마무리는 쥐미의 자는 모습으로 할게요.

어느날 제 손 위에서 발 그루밍을 모두 마친 뒤 갑자기 잠들어버리더라구요. 배까지 제 손 위에 편하게 얹은 채로 말이에요.

자는지 어떻게 아냐고 물으신다면... 그것만의 느낌이 있어서 설명하기 힘들지만, 일단 열심히 움직이던 더듬이가 멈춥니다. 그리고 입을 짭짭... 짭짭... 하다가 어느 순간 꿈나라로 가버려요. 그 뒤론 정지 상태~

(zzz)


좀 자도록 두다가 제가 팔이 아파서 망으로 옮겨줬어요. 망에 붙어서도 그대로 잘 자더군요. 아주 온실의 화초가 따로 없습니다.

 

인터넷을 보다 보면 사마귀를 조그만 애기 때부터 키워서 성충이 되면 자연에 방생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물론 날씨가 따뜻한 계절에) 동종의 짝을 만나서 행복하게 번식하면서 살라는 뜻에서 말이에요.

 

저는 쥐미를 절대 그렇게 자연에 보내지 못할 것 같은데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쥐미를 봤을 때는 결코 자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거든요. 앞으로도 저는 제가 키운 사마귀를 방생할 자신은 생기지 않을 듯해요.


오늘은 요기까지 할게요. 곧 2월 얘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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