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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쥐미 사육 일기 20200313-31

by 라소리Rassori 2020.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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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커다란 곤충 사진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저번 포스팅에서 쥐미가 3월 12일에 불쌍하게도 무정란을 낳은 것까지 얘기했어요. 1월 7일에 성충이 된지 66일만에 벌어진 일이었죠. 그 66일의 대부분을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무거운 배로 인해 고생을 했고요. 역시 사람과는 다르게 곤충은 "번식" 단 하나만을 위해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쥐미가 그냥 푹 쉬었던 날인 3월 13일은 건너 뛰고...

3월 14일의 사진부터 갈게요.

산란을 한 뒤 배가 많이 줄어든 모습입니다. 위협적일만큼 팽팽하던 배가 이제는 옆쪽이 살짝 접혀 있어요. 


3월 17일

기력을 조금씩 회복해가면서 밥을 먹는 모습입니다. 산란 후 너무 많이 약해져서 안 그래도 느린 움직임이 더 느려졌어요.


이빨도 약해진 건지 평소에 잘 씹던 귀뚜라미를 좀 힘들게 씹었어요. 갓 탈피한 말랑한 귀뚜라미를 주고 싶은데 요즘 유난히 안 보이네요.

아래 사진에선 음식을 씹을 때 쥐미의 입술 뚜껑(?)이 살짝 들려 올라가는 것이 찍혔어요. 어떤 각도로 봐도 참 신기한 입 구조입니다.


참고로 위 사진에서 쥐미가 올라가 있는 것은 작년에 쥐미를 위해 홈플러스에서 샀던 치어망입니다.

6천원인데 충격적일만큼 2천원 같은 제품이에요. 조립하느라 플라스틱 끼우는데 그것만으로 막 금이 가고 좀 너무하더라구요. 그래도 치어를 보호하는 원래의 역할은 하겠지만... 가격은 좀 내려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일단 쥐미가 안팎으로 드나들며 노는데는 유용하게 잘 쓰이고 있어서 환불 받으러 달려가진 않았습니다.

곤충망처럼 닫을 수 있는 제품은 아니라서 아직 효미는 못 넣어봤어요. 좀 더 커서 탈출 위험이 좀 줄어들면 놀게 해줘봐야겠어요.



3월 19일

화사한 봄 햇살을 받는 쥐미입니다.

(커피 컵홀더는 어쩌다 이쁜 걸 받으면 버리지 못합니다.)


치어망 안에서는 사실 노는 것보다는 잠을 많이 자는데, 다 자고 난 뒤엔 놀아달라고 저한테 손을 쭉쭉 뻗습니다. 그러면 잠시간 손 위에 놓고 우쭈쭈를 해줘야 해요. 고양이의 경우는 길면 1시간도 넘게 놀아줘야 했는데 쥐미는 한 3분 정도만 놀아주면 대만족 하고 다시 들어가서 다시 한참 동안 쉽니다. 

스스로 들어가는 건 아니고 제가 넣어줘요. 그럴 때마다 손에서 안 떨어지려고 해서 좀 미안하답니다.

좀 심하게 안 떨어지려고 할 때는 왼팔에 얹어두고 컴퓨터를 해요. 제가 빠르게 워드를 치고 있으면 불편하고 시끄러울 텐데도 얌전히 붙어 있답니다. 



갓 성충이 되었을 때 쥐미가 응가를 먹이로 착각했던 얘기를 한 적이 있었죠. 아래 같은 자세에서 응가를 발사하면 꼭 먹이처럼 슝 하고 아래로 떨어져서 쥐미가 몇 번이나 착각을 했었다는 얘기였어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먹이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는데, 산란 후에 기운이 빠져서인지 또 실수를 했답니다. 응가를 발사한 뒤 그걸 잡으러 막 내려가는데 불쌍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얼른 찍어보았어요. 그래도 가까이서 보고는 아차 또 속았다 싶었는지 예전처럼 똥에다 낫 공격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같은 날 효미와 투샷을 시도해 보았어요. 서로 딴 곳을 보고 있고,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상황입니다.


둘 중 하나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아쉬운 현실이네요. 효미를 꺼내는 순간 쥐미가 잡아먹어버릴 테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러기 전에 발 빠른 효미가 멀리멀리 도망갈 확률이 더 높지만요.)

(효미는 이때 이후 두 번 더 탈피를 했죠.^^)


3월 20일

배고픈 한 마리의 맹수... 그대 이름은 쥐미.😂 



3월 24일

이날도 카리스마 넘치는 쥐미입니다.♡


아래는 밥을 먹은 뒤 낫 그루밍을 하는 모습이에요.

저저번 쥐미 일기에서 제 손가락 피부를 잘라먹은 그 가위 같은 이빨을 드디어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그늘 속에서 드러난 안이 불그스름한 두 개의 이빨이 보이죠? 양쪽으로 더 넓게 벌어지는데 최대한 벌어진 그 순간을 찍기가 쉽지 않네요. (정말 멋진데...)


3월 29일

곤충망에 넣어줬더니 자기 알과 함께 있습니다. 3월 12일에 산란한 이후 처음으로 보여준 것인데 기억을 하는 걸까요? 이것에 대한 답도 영영 알 길이 없네요.



3월 30일

얼마 전에 제가 쥐미에게 물그릇에서 물을 마시는 훈련을 시키는 중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직접 키워보니 사마귀, 귀뚜라미, 타란툴라 모두 물을 열심히 챙겨 마셔요. 그중에서도 특히 사마귀와 귀뚜라미가 물을 즐겨마십니다.

쥐미는 하루 3-4번씩 물을 먹여주고 있어요. 2번 주니까 너무 목말라 하더군요. 제가 난방을 좀 세게 트는 편이라 건조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물을 먹이는 건 어렸을 때처럼 손가락에 물을 콕 찍어서 먹이는 게 가장 편하긴 한데 아무래도 물릴 위험도 있고 (물 주면서 물린 적은 없지만) 제가 여행을 가거나 하면 스스로 알아서 물을 마셔야 하니 요즘은 물그릇으로만 물을 주고 있어요. 

처음엔 물그릇을 들이밀면 엄청 경계했는데 매일 몇 번씩 반복하다보니 이제는 물그릇이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어요. 대신 물이 있다는 사실은 꼭 손 끝을 넣어봐야 알더군요. 아래처럼 손 끝이 물에 닿는 순간 앗 물이다 하면서 고개를 숙여서 마십니다.


자세가 엄첨 어설프죠? 그래도 이제는 이렇게 혼자서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어 마음이 놓입니다. 정작 여행은 코로나 때문에 다 취소가 되었지만요.

물은 꽤 많은 양을 마셔요. 넓적배사마귀인 효미는 어떨지 좀 더 지켜봐야겠네요. 효미처럼 작고 어린 곤충은 물이 필요할 때 없다면 짧은 시간 안에 큰일날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항상 사육통 벽에 물을 뿌려놓고 있습니다.


3월 31일

다시 곤충망에 넣어줘봤는데 이번에도 알에 가서 있습니다. 곤충망이 꽤 큰데 굳이 저기로 가서 있는 건 참 신기했어요. 

 


단순히 발을 얹기가 편해서...는 아니겠죠? 

언제나 알 수가 없는 곤충의 세계입니다.

쥐미의 현재 상태는 기력은 많이 회복 되었으나 두 번째 산란이 다가오면서 배가 조금씩 다시 불러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오늘은 이상입니다. 😉

 

왕사마귀 쥐미 사육 일기 20200222-0312 무정란 대사건


드디어 4월 일기로 넘어가는군요. 곧 실시간으로 따라잡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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