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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잡담] 끊임없이 서로 속이고 속는 현대인들의 사이버 세계

by 라소리Rassori 2020.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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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매일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집안 어르신이 한 분 계십니다. 이제 70대 초반이 되셨고 동창회나 교회 모임 같은 데를 자주 나가세요.

 

그러다 보니 그분의 카톡 친구 목록은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예요. 그만큼 매일 받는 카톡 양도 엄청나고요. 그런데 중요한 대화나 안부보다는 거의 쓸데없는 이상한 동영상이나 정보들이에요. 처음에 카톡을 시작하셨을 때는 그에 대한 대답도 보내곤 하셨지만 지금은 익숙해져서 신문이나 뉴스 보듯이 보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분이 그 쓸데없는 카톡에 자꾸 속는다는 거예요. 속을 뿐 아니라 감탄, 감동, 또는 분노하시면서 주위에 그걸 쫙 퍼트리기까지 합니다. 가짜 정치 뉴스, 가짜 건강 정보, 가짜 코로나 정보 등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정보들을 끊임없이 받고, 또 보내고, 그에 현혹되고 계세요. 어떨 땐 그게 돌고 돌아서 다시 그분의 카톡에 뜨는 코미디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다행히(?) 그분이 그런 카톡을 보낼 때는 그분의 자식들도 포함을 시키고 있어요. 그래서 그 자식들이 틀린 정보를 열심히 바로 잡아주고, 틀렸다는 근거도 제시를 해주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분은 자신이 완전히 속아넘어갔다는 것에 충격을 받고 기가 막혀 하세요. 옛날 그 시절에 나름 대학도 나오시고 책도 열심히 보시는데 자신이 그렇게 매번 속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되시는 거예요.


속는 것도 참 다양하게 속으십니다. 글로 이루어진 정보 뿐 아니라 합성 사진이나 이상하게 보정된 사진에도 끊임없이 속고 계시죠.

그중 몇 가지를 공유하려고 가져와 봤어요. 본인은 그에 대해 심각하지만 저는 볼 때마다 너무 웃기더군요. 그분께는 블로그에 올려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어요!

아래는 그분이 크게 속으신 이미지 중 하나입니다. 

그냥 딱 봐도 합성인데 그분은 진짜로 아시고 너무나 감탄을 하시더라구요. 이것 좀 보라고, 자연의 신비가 바로 이런 거라고 하시면서 말이에요. 



보자마자 빵 터질 수밖에 없는 사진이었어요. 뭐가 자연의 신비야! 이건 그냥 맨드라미 사진 합성이잖아요! 하고 웃었더니 네가 어떻게 아냐면서 당황하시더군요. ㅎㅎ😂

어떻게 아는 게 아니라 그냥 딱 봐도 합성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더라구요. 열매가 맺히는데 "꽃이 거의 안핀다"니, 거기서부터 이상한 거죠. 가짜라 하니 너무 상심하시는데, 그 모습이 너무 웃기면서도 좀 가엽기도 했어요.

참고로 파인애플 꽃은 이런 모습이에요.  
파인애플꽃 보셨나요?


다음은 선인장 보정 사진입니다.


이건 저도 카톡으로 받은 순간엔 잠시 속았어요. 식물 세계엔 워낙 특이한 종이 많으니까요. 


처음에 2초 정도 엄청 감탄하다가 금세 보정이란 걸 눈치챘습니다. 특히 뒤에 작은 자갈들을 보고 말이에요.

그래서 또 큭큭 웃으면서 소리쳤습니다. 이거 또 가짜잖아요! 아 진짜 웃겨! 하면서요. ㅋㅋㅋ

그랬더니 정말 상심하시면서 "아니야... 이건 진짜야. 실제로 이런 게 있는 거야," 하시는데, 저런 색의 선인장과 꽃이 어딘가에 제발 있었으면 하는 그분의 바람이 너무나 간절하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도 그대로 믿고 있게 둘 수는 없으니 보정에 대해서 또 카톡으로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포토앱에서 터치 한 번으로 사진의 색이 확확 바뀌는 것을 보여드렸더니 많이 놀라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왜 사람들이 자꾸 날 속이지?"하시면서 그 즉시 위의 사진을 폰에서 지우셨답니다. 너무 크게 속아서 다시는 보기 싫다나요. 😂

참고로 지금까지 말씀드린 어르신은 저희 엄마입니다. ㅎㅎㅎ 부끄러우니 엄마인 건 말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말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여러분도 여러분의 엄마를 잘 지켜주세요. 무언가에 크게 속고 계실지도 모르니까요. 오늘의 수다는 끝~😉


- 어른들께는 "자기, 자신, 본인" 등이 아닌 그 말들을 높인 말인 "당신"이라는 단어를 써야한다는 걸 알지만 나는 왠지 그렇게 적는 건 불편하더라. 당신이라니 아무리 봐도 이상해.

- 어르신들은 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와 사진들을 가져오시는 걸까? 분명 시작은 한 사람일텐데, 그 누군가에게서 시작되어 전국 노인들에게 퍼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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