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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삼성 갤럭시 노트 10+와 엘지 G5 카메라 비교

by 라소리Rassori 2019.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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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곤충들이 나오니 곤충 싫어하시는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우선 제목만 봐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비교냐고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 비교를 하게 될 줄은 몇 달 전 노트 10+를 구입하던 당시만 해도 상상도 못했답니다. 설명을 좀 하자면, LG G5 폰은 제가 2년 전쯤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와서 폰 파시는 분의 농간에 놀아나서 실수로 구입한 폰이었습니다. 그땐 귀국하자마자 너무나 급하게 폰이 필요했고, 6개월 사용한 뒤에 원하는 기기로 바꿀 수 있다고 해서 서울에 발을 딛자마자 그냥 덥석 사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실수였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온 저에겐 모든 것이 생소했고 신기했습니다. 사람들도 다들 뉴욕과는 비교도 안되게 너무 따뜻하고 친절해서 기분이 아주 좋았답니다. 특히 폰 파시는 분들의 친절함은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잔잔한 감동까지 불러일으킬 정도였습니다. 6개월 후, 기기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생각보다 참 따뜻하다 생각했었죠.

저의 지인이 제 폰을 보더니 "호구짓 당했네. 미국 촌놈들은 어딜 가든 타깃이지. 나한테 전화해서 물어봤어야지," 라고 할 때도 무슨 헛소린가 했습니다. 나중에 저에게 폰을 판 사람과 통화하면서 6개월 후 기기 바꿀 수 있다고 한 것을 재차 확인했을 때, "네, 맞아요. 기기 바꾸실 수 있어요. 위약금을 낸다면 말이죠,"라는 말을 들은 뒤에도 상황이 바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보니 제가 신청하지도 않은 부가서비스까지 더해져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는 서비스였는데 절대 그런 것을 신청하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 그 사람 말로는 제가 스스로 하겠다고 해서 자기가 체크했다고 하더군요. 증거가 남아있지 않으니 더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친절이 다 거짓이었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죠.

어찌 됐든 그건 전부 제 실수이고 그 일로 큰 교훈을 얻었다고 넘어가는 걸로 치고요, 이제 본격적인 폰 얘기를 하겠습니다. 저에겐 지독한 이름, LG G5. 그 폰은 긴 시간 동안 정말이지 저에게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었습니다. 2009년부터 시작해서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써오다가 처음으로 쓰게 된 LG 폰이었는데 해도 해도 너무하더군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2014년쯤만해도 제 주위 사람들이 LG 폰은 반드시 1년 안에 고장이 난다는 얘기를 하곤 했습니다.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의 얘기입니다.) 그런 안 좋은 얘기들이 떠올랐지만 설마 내가 쓰는 LG 폰은 괜찮겠지 하고 희망을 갖고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한 10개월 만에 액정이 고장이 나더군요. 군데군데 더 밝아지는 희한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눈이 많이 피곤한데도 귀찮아서 꾹꾹 참다가 서비스 센터로 찾아갔습니다. 그나마 다행히 폰을 사용한 지 1년 안이라서 공짜로 액정을 통째로 갈 수 있었습니다. (그 폰의 문제는 결단코 액정뿐만이 아니었지만 다 얘기하려면 책 한 권은 거뜬히 쓸 수 있을뿐더러 쓰다가 정말 혈압이 심각하게 오를 것 같아서 여기서는 액정 얘기만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두 달도 안되어서 똑같은 현상이 또 일어났습니다. 너무나 좌절이 되었고 사용하기도 불편했지만 이번에도 귀찮아서 꾹꾹 참다가 결국 또 서비스 센터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갔을 땐 친절하고 정직한 분을 만난 것 같은데 이번엔 좀 이상했습니다. 뻔히 보이는 현상을 잘 안 보이는 것처럼 연기하시더군요. 지난번보다 훨씬 더 심해서 도저히 안 보일 수가 없는데 왜 저러시나 싶었습니다.

이번엔 화면이 다른 화면에 비쳐보인다고 해야 하나, 두 화면이 겹쳐 보이는 더 황당한 현상까지 있었는데도 빨리 해결해주지 않고 해결책도 말해주지 않고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끄셨습니다. (이 현상은 검색해보니 많이들 겪으시는 것 같습니다. "잔상"이라고 하네요. 배터리가 점점 불룩해진다는 얘기도 보이는데 이것 역시 저도 겪은 일입니다.)

그러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폰을 구입한지 1년이 지났기 때문에 13만 원 정도를 내야 액정을 갈아준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런 말은 첨부터 해주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여러모로 너무 속상했지만 그냥 차분하게 그냥 쓰겠다고 했습니다. 좀 황당해하시더군요. 저 정도 맛이 간 액정을 그냥 쓴다고? 하고 생각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저는 이를 갈며 결국 2년을 채우게 되었습니다. 그냥 위약금을 내고 바꿀지 그 기간 내내 수십 번 진지하게 고민했었죠. 그리고 그 2년간 도인으로 거듭난 뒤 대망의 갤럭시 노트 10+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첫 한 달 정도는 쓸 때마다 너무 좋아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더군요. 지난 2년간의 분통, 격노, 몸고생, 마음고생 등등을 생각하니 진심으로 안구가 뜨거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성능 좋은 작은 컴퓨터가 손에 들어온 것 같았고, 새로 접하는 기능들에 대해 감탄하면서 주위에 자랑하는 나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본론) 그렇게 굉장하던 노트 10+는 예기치 못하게 접사 촬영에서 무너지고야 말았습니다. 사진, 특히 접사가 너무도 중요한 저에게 접사 포커스가 엉망인 것은 치명적인 일이었습니다. 후면 렌즈가 무려 6개나 되는 폰인데, 접사 기능이 제 기준으로는 비통한 수준이었습니다.

면적이 어느 정도 되는 물체는 훌륭한 접사 촬영이 가능하니 제 말을 오해하진 마시길 바랍니다. 다시 말해 일반 디저트 정도의 면적을 가진 물체를 접사 촬영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조명이 그리 밝지 않은 곳에서 쌀알만한 곤충 머리나 콩알만한 거미 같은 걸 찍을 때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특정 조건하에서는 LG G5 카메라가 하는 것을 노트 10+는 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야외에서 나무 사이에 커다란 거미줄이 쳐져 있고 그 중간에 작은 콩알만한 거미가 있다고 칩시다. 시간은 오후 4시쯤이고 날씨는 흐립니다. 이 경우 노트 10+는 접사 촬영으로는 죽어도 그 거미를 선명하게 찍어내지 못합니다. 액정에서 아무리 거미를 콕콕 찍어봐도 절대로 포커스가 맞춰지지 않습니다. 수동 기능을 사용하면 더욱 엉망이 됩니다. 그런데 LG G5는 수동 촬영을 사용할 경우, 셔터 속도와 노출값만 잘 맞춘다면 액정에서 거미를 한 번만 쳐도 바로 포커스가 선명하게 맞춰집니다. (거미 사진은 이 블로그 첫 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rassori.tistory.com/2) 수동 촬영 설정하는 부분도 노트 10+보다 훨씬 정확하고 편리하게 되어있습니다.

아래는 노트 10+로는 절대 찍을 수 없었던 모습들을 LG G5 수동 기능으로 담은 예입니다.


모델은 한달 전쯤 저세상으로 간 저희 좀사마귀 암컷입니다. 좀사마귀는 일반 사마귀보다 덩치가 많이 작고 그만큼 머리도 아주 작은데 G5는 포커스 맞추는 즉시 이 정도로 잡힙니다. 화질면에서는 떨어져도 포커스는 속시원하게 잡힙니다. 노트 10+로 일반 실내 불빛에서 좀사마귀 머리 접사, 저는 불가능했습니다. 만약 되신다면 방법을 좀 알려주세요. 


아래는 역시 얼마 전 저세상으로 간 좀사마귀 수컷입니다. 암컷보다 크기가 작은데도 무난히 얼굴에 포커스가 맞춰집니다. 


아래는 몸길이 3cm 정도 되는 아기 지네입니다. 접사뿐 아니라 색깔도 거의 실제에 가깝게 예쁘게 표현이 되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위 사진의 디테일 캡쳐입니다. 실내였고 빛이 꽤 어두웠습니다. 그런데도 LG 폰은 저렇게 찍힌다는 겁니다.


아래는 낯 시간에 밝을 때 촬영한 같은 지네의 모습입니다. 모델이 바닥과 가까워서 포커스는 그럭저럭 잡혔으나 색깔이 절대로 LG폰처럼 나오지 않습니다. (참고로 셀카도 LG G5로 찍는 게 훨씬 예쁘게 나옵니다. 삼성폰은 화날 정도로 정직하게 얼굴이 표현된달까요. 뷰티 기능이나 사진 앱이 필수입니다. 이건 저와 제 가족들의 의견이니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위 사진의 디테일 캡쳐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애물단지인 귀뚜라미들 사진입니다. 아래 사진은 무엇으로 찍었을까요? 네, LG G5입니다. 밤 시간에 평범한 실내 조명 아래에서 찍은 것입니다. 귀뚜라미는 아직 성충이 아닌 것이고 몸길이는 2cm 이하입니다. 

다른 얘기지만 귀뚜라미 은근히 귀엽게 생기지 않았나요? 열심히 먹이로 사용해야 하는데 점점 정이 들어서 큰일입니다. 오늘도 손에 얹어서 데리고 놀았습니다. 귀뚜라미 사육 요즘 순항 중이라 뿌듯합니다. 다들 너무 잘 x먹어서 배가 터지려고 합니다.

아래는 같은 조건 아래에서 노트 10+로 찍어보려 발악한 것입니다. 위의 귀뚜라미가 저 자세로 한참 동안 있어주었는데도 절대로 저 정도 접사로는 초점이 안 맞더군요. 한참을 낑낑대는 동안 결국 저 녀석은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아래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른 귀뚜라미이고 노트 10+ 수동 기능으로 찍었습니다. 절대 일부러 못 찍으려 애쓴 것이 아닙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까 그 녀석이 다시 나타나서 또 노트 10+를 들고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이것이 한계였습니다. 노트 10+ 너무나 칭찬하는 폰인데 그만큼 아쉬움도 큽니다.

정리를 하자면, 햇빛이나 조명이 아주 밝을 때는 노트 10+으로 작은 사물을 찍어도 괜찮은 접사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떨 땐 정말 놀라울 정도의 사진이나 영상이 찍히기도 합니다. (지금 또 찾으려니 지쳐서 앞으로 괜찮게 찍힌 접사 사진을 올릴 때는 그 밑에 뭘로 찍은 건지 적어두겠습니다.)

그러나 거미줄에 있는 거미처럼 사물의 크기가 작고, 사물과 배경의 거리가 멀 때는 쉽지 않습니다. LG G5는 사물과 배경의 거리가 멀고 사물이 쌀알보다 작아도(사마귀 약충의 얼굴처럼) 포커스를 맞추려는 부위에 액정을 손으로 콕 찍으면 바로 포커스가 맞춰집니다. G5 역시 빛이 밝을수록 결과물이 좋긴 하지만 일반 실내조명에서도 위의 귀뚜라미 사진 정도는 어렵지 않게 얻어낼 수 있습니다.

사실 저처럼 작은 절지동물을 많이 찍는 경우엔 그냥 디지털카메라를 사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그 번거롭고 무거운 디카 시절로 돌아가려니 한숨부터 나옵니다. 절지동물을 계속 키우게 된다면 결국 언젠가는 살 것 같지만 일단은 버텨보는 데까지 버텨보려 합니다.

그런데 혹시 이렇게 솔직하게 적으면 삼성이나 LG에서 뭐라고 하나요? 삼성은 그저 카메라 부분만 좀 분발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LG는 저는 신형 기기가 아닌 아주 옛날 폰에 대해 얘기했으니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카메라가 워낙 마음에 들어서 기회만 된다면 LG에서 나온 가장 신형 폰을 써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주위에 LG 신형 폰을 사용하는 저보다 더 아재인 분이 한 분 계신데 아주 좋다고 하시더군요. 극히 기본 기능만을 사용하시는 분이라 이것저것 물어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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