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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먹이곤충

1. 갈색거저리 (밀웜 성충) 번식 방법 - 갓 태어난 아기 밀웜!

by 라소리Rassori 2020.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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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밀웜을 먹이 곤충으로 키우는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곤충을 못 보는 분들은 부디 패스해주세요.

*이 포스팅에서 언급된 기간들은 온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섭씨 22-24도의 경우로 얘기하겠습니다.



오늘은 밀웜 번식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한번 해보시면 밀웜 구입 비용을 꽤 아낄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복잡하게 생각하는 바람에 오랜 시간 밀웜 번식을 망설였습니다. 키우는 애들이 얼마 없다 보니(사마귀2, 타란툴라3, 지네1) 밀웜수가 너무 많아지는 것이 두려웠거든요. 밀웜이 번데기가 되는 것조차 두려워서 최대한 번데기가 되기 전에 먹이로 사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으로 번데기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2019년 11월 말이었어요.


보는 순간 왠지 에일리언이 떠오르면서 마치 외계 생물을 보는 것 같았어요. 길쭉하기만 하던 밀웜이 한참동안 가만히 누워있기만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형태가 바뀌는 것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 저는 밀웜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두려웠어요. 암컷 한 마리가 수백 마리의 알을 낳는다는데 전 밀웜이 40마리 정도만 되어도 너무 많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이렇게 번데기가 생길 때마다 눈썹 가위로 4등분 해서 귀뚜라미에게 줬습니다. 개체수를 조절하려면 딱히 방법이 없었어요.

그러는 동안에도 계속 번식을 시켜볼지 말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고민하는 것 자체가 귀찮아져서 에잇 모르겠다 하고 그냥 저질러 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번데기 넷만 골라서 놔둬봤습니다.

번데기는 처음엔 아주 부드러운데 시간이 지나면서 껍질이 좀 더 단단해지고 색이 어두워집니다. 의외로 움직이기도 해요. 갓 번데기가 된 하얀색일 때도 그렇지만 좀 지난 후에도 만지면 펄떡펄떡거립니다. 책상 위에 뒀더니 스스로 움직여서 아래로 떨어지는 일도 있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왠지 넷은 좀 많은 것 같아서 둘은 귀뚜라미 밥으로 처리하고 둘만 놔뒀습니다. 제 손에 들어온 밀웜들은 대부분 누군가의 먹이로 쓰이는데 이 둘은 정말 천운을 타고난 녀석들이라 할 수 있죠.


2020년 1월 18일

얼마 후 그중 하나가 부화했습니다. 밀웜 성충인 갈색거저리가 된 것입니다. 영어로는 mealworm beetle 또는 darkling beetle이라 합니다. 딱정벌레 같은 거죠.

번데기 기간은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아래에 누워 있는 녀석의 경우 10일 좀 넘게 걸린 것 같아요.



갈색거저리는 대전 곤충생태관에서 본 적은 있지만 만져본 적은 처음이었어요. 막상 접해보니 뭔지 모를 띨띨함이 느껴지더군요.

잘 드러눕는데 일단 누우면 일어나질 못합니다. 날개가 달려 있지만 날지 못하고요. 마음 먹으면 잠깐 동안 날 수 있다는데 지금껏 마음 먹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빠르게 바둥거리는 발이 느껴지시나요?)


뒤집어 줬더니 열심히 어디론가로 달려갑니다. 그러다 떨어져서 또 뒤집어지고, 또 제가 뒤집어주고 를 반복했습니다.

몸길이는 밀웜 시절(2.5cm정도)보다 훨씬 줄어들었어요. 2cm가 안됩니다. 


1월 24일

며칠 뒤 또 한 마리가 부화를 하고 둘 다 색이 좀 더 진해졌어요.

생각을 해보니 둘이 성별이 같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번데기 둘을 더 투입했습니다. (괜히 사망한 이전 번데기 둘)


갈색거저리 사육 방법은 밀웜과 거의 같습니다. 밀기울이나 엿기름을 부어주고, 채소를 조금씩 급여합니다.

얘들은 먹이로 쓸 곤충들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먹이를 주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환기 잘되게 해주고 통 안이 습하지 않게 해주면 됩니다.

작은 통을 써도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많이 사육하는 곳에서는 나가는 놈도 있다고 하니 신경이 쓰인다면 위를 망으로 덮어두면 될 듯합니다. 저는 뚜껑을 살짝 걸쳐두거나 1/3 정도 열어둔 채로 두고 있어요.



2월 10일

짝짓기를 하고 있다가 딱 걸렸습니다. 의외로 눈치가 엄청 빨라서 보통은 폰을 갖다 대는 순간 후다닥 떨어져요. 아래 사진도 겨우 찍은 겁니다.


암수 구분은 굳이 하진 않았는데 보시다시피 다행히 암수 모두 있었습니다. 

구분 방법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수컷은 머리 쪽에 뿔이 있다는데 그냥 봐서는 잘 모르겠고, 암컷은 꼬리 쪽이 살짝 뾰족하다는데 그것도 잘 모르겠더군요. 일단 자세히 봐야겠다는 호기심이나 의욕 자체가 없습니다. 번식도 딱히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구요. 말하자면 I don't care zone에 있는 애들입니다.

일단 짐작하기로는 수컷1:암컷3이거나 수컷3:암컷1인 듯합니다. 지금까지 한쌍 이상 짝짓기 하는 걸 본 적이 없거든요. 



2월 25일

합사한지 한 달이 넘어서 혹시나 알을 낳지 않았을까 싶어서 한번 뒤져보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세상에! 알이 아닌 이렇게 많이 자란 아기 밀웜이 있었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3월 6일

아기 밀웜이 더 커져서 다 큰 밀웜과 크기 비교를 해봤어요. 밀웜은 태어난 뒤 4-6주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9-20회의 탈피를 거치며 번데기가 된다고 해요. 키워보면 느낌상으로는 엄청 빨리 자라는 것 같아요.


완전히 갓 태어난 새하얀 아기 밀웜도 발견했습니다. 이 크기는 처음 봐서 정말 신기했어요.

 


성충은 그새 또 뒤집어져서 바둥거리고 있네요. 정말 둔한 애들인데 번식 능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거의 항상 짝짓기를 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먹고 있거나 뒤집어져 있거나...

통 밖으로는 도축에 사용되는 무시무시한 눈썹 가위가 보이네요. 


길어져서 2부로 나누겠습니다.

2. 갈색거저리 사육통 청소 - 극소 밀웜과 알이 함께 있을 경우

위 링크에서는 밀웜 사육통 청소 방법과 밀웜 알을 보여드릴게요.


밀웜 알이 들어있는 거저리 사육통의 경우엔 그냥 밀웜 사육통과는 청소 방법이 조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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