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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타란툴라

타란툴라 킬로브라키스 카엥 크라찬 유체 "카엥이" 사육일기 - 인두기 소개

by 라소리Rassori 2020.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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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타란툴라 사육자와 애호가들을 위한 것입니다. 거미를 못 보시는 분들은 패스해주세요.

*항상 꼭꼭 숨어있는 우리 카엥이는 오늘은 흙속에서만 출연합니다. 얼굴은 다음 편에서 보여드릴게요.


이번엔 저희 첫째 타란툴라인 카엥이 얘기를 오랜만에 해볼게요.

카엥이는 타란툴라 중에서도 첫째이지만 저의 절지동물 전체 중에서도 첫째예요. 쥐미를 비롯한 모두가 작년 11월 초에 저에게 왔는데, 카엥이만 10월에 왔거든요. 그럼에도 저와는 가장 사이가 먼 녀석이기도 해요. 저도 성격이 안 좋지만 얘도 만만치 않아요.

카엥이가 속해있는 킬로브라키스 카엥 크라찬 Chilobrachys sp. Kaeng Krachan이란 종은 성격이 사납고 여러모로 GR맞은 걸로 유명해요. 저는 그걸 모르고 성체의 멋진 모습만 보고 반해서 데려왔어요.

타란툴라 사육 입문용으로 이 종을 추천하기도 하던데 글쎄요, 제 경험상으로는 말리고 싶네요.😂 저에게 묻는다면 저는 저희 리니 같은 그린보틀블루를 추천하고 싶어요.


킬로브라키스 카엥 크라찬은 외국에선 다크 어스 타이거 Dark Earth Tiger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불려요. 가격은 벌러지닷컴에서 만원도 안 했던 걸로 기억해요. (강아지나 고양이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 못 하는데 절지동물은 이런 면에서 편합니다.ㅋ)

이 종이 처음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는 엄청 비싸고 귀했는데 지금은 번식이 많이 되어서 싸게 팔리고 있어요. 그래도 작년(2019년) 가을에 어떤 샵에서 보니 암컷 성체는 20만원씩 하긴 하더라구요. 저희 카엥이는 유체라서 쌌어요. (재테크 안합니다.ㅋ) 

성체는 이렇게 생겼어요.

  
정말 멋지죠? 털이 반질반질한 흑표범이 떠오르는 외모입니다. 외모도 멋지지만 털을 날리지 않는 종이라고 들어서 더 마음에 들었어요.

타란툴라는 독니라는 무기도 갖고 있지만 털을 날리는 공격도 할 수 있거든요. 털에도 약간의 독이 있어서 사람에 따라 기침을 하거나 가려움증을 느낄 수 있어요.

저희 리니가 탈피기 때 딱 한 번 뒷다리를 사용해서 저에게 마구 털을 날린 적이 있는데 아직 작아서인지 별 느낌은 없더라고요. (리니에겐 미안하지만 정말 귀여웠어요. 쪼그만 발로 동그란 엉덩이를 빠르게 박박 긁어서 털을 날리는 모습이 정말 웃겼답니다. 너무 잠깐 지나가서 찍지는 못했네요.ㅠ)

타란툴라가 털 공격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한 분들은 아래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성격 급한 분들은 55초부터 보시면 됩니다.

출연하는 종은 반갑게도 제가 아이콘으로 쓰고 있는 멕시칸 레드니예요. 한국에서는 사육이 불법인 종이라고 알고 있는데 혹시 아니라면 털을 백 번 맞아도 좋으니 꼭 키우고 싶네요.


이제 인두기 소개할게요.

뜬금없이 웬 인두기인지 궁금하시죠? 인두기는 절지동물을 사육한다면 꼭 필요한 도구 중 하나랍니다. 환기 구멍이 충분하지 않은 사육통이 너무 많거든요. 주로 그런 통에다 구멍을 더 뚫어주기 위해서 인두기를 사용하게 됩니다. 

혹시 마트 같은 데서 괜찮은 수납박스(리빙박스)가 있다면 구입해서 인두기로 구멍을 여러 개 뚫은 뒤 사육 케이스로 사용할 수도 있어요. 실제로 해외든 우리나라든 많은 사람들이 수납박스를 사육 케이스로 사용하고 있어요. 저 역시 마트나 다이소를 가면 수납박스 코너를 매의 눈으로 훑어봅니다. 딱 이거다 싶은 절지동물 전용 사육통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평소에 습관처럼 통을 유심히 보게 돼요.

인두기는 제 경우 처음에 명칭을 몰라서 한참을 헤맸어요. 플라스틱에 구멍 뚫는 기계, 열 기계, 플라스틱 녹이는 송곳처럼 생긴 기계, 땜질, 납땜 등등 여러 검색어를 쳐가며 방황하다가 겨우 찾았답니다.

인두기라는 명칭을 알게 된 뒤엔 지마켓에서 검색했는데 여러 제품이 나왔어요. 그중 괜찮아 보이는 것을 골라서 리뷰를 꼼꼼히 읽어보았죠. 그랬더니 어떤 분이 정말 별로라고 하면서 차라리 다이소에서 파는 5천원짜리 인두기를 쓰라고 하시더군요. 그길로 다이소로 달려갔습니다.


이게 바로 저의 인두기예요. 싸구려여서인지 끝이 완전히 곧바르진 않더군요. 벌써 많이 써서 색이 그을렀어요. 저걸로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구멍을 뚫었습니다. 

인두기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창문을 열어두세요. 집에 있는 환풍기 다 틀고 문이란 문은 최대한으로 열어둬야 합니다. 전 밖에서 하느라 했는데도 독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집안으로 들어와서 고생했어요. 

이 제품은 스위치가 없어서 전원을 꽂자마자 뜨거워지기 시작합니다. 금세 불덩이처럼 뜨거워지니 극도로 조심해야 해요. 어린 분들은 근처도 가지 마세요. 어른들은 집에 어린이가 있다면 멀리멀리 치워두시고요. 사용 시에는 마스크와 작업용 장갑을 착용하시길 권합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구멍을 뚫는 게 아니라 플라스틱을 절단하는 방법을 알려드릴 거예요.

이 포스팅 바로 전 타란툴라 포스팅(리니 출연)에서 제가 리니의 새집에 넣어준 작은 화분 은신처가 있었죠. (지름 4.5cm의 초미니 화분이고, 구입은 식물오픈마켓 심폴에서 했습니다.)

이 은신처의 문제점은 타란툴라가 흙 아래로 파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뒤에 구멍이 있어서 빛이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리니의 경우엔 흙 아래로 파고드는 습성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데, 카엥이와 렌지는 깊숙이 파고들어가려는 습성이 있어서 은신처 아래가 저렇게 막혀 있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뚫어주기로 했어요.


짠~

 

인두기로 슥슥 오려(?) 낸 모습입니다. 인두기를 들고 화분 위에다 그림 그리듯 슥슥 그리면서 파고들다보면 이렇게 똑 떨어져요. 자신이 없다면 연필로 그어놓고 해도 됩니다. 플라스틱 녹은 물이 용암처럼 떨어지니 주의하세요.


이제 바닥은 뚫었으니 뒤에 구멍만 막으면 됩니다. 대전 밀림펫에서 서비스로 받은 비바리움 퍼티를 사용하기로 했어요. (사장님 땡큐♡)


흙 형태의 퍼티를 물에 살짝 개어서 꾹꾹 눌러가며 문지르면 이렇게 구멍이 막힙니다.


바짝 말린 뒤 하늘로 들어올려서 빛이 들어오는 곳이 없는지 확인한 뒤 한 번 더 꼼꼼하게 막아주세요. 은신처가 너무 무거우면 땅속으로 파고들어가는 애들은 깔려 죽을 수 있으니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 주세요.

아직 작은 아기 타란툴라이기 때문에 이 정도 크기면 충분합니다. 입구가 넓지만 타란툴라가 알아서 막으니 걱정 마세요.



2019년 12월 1일


카엥이가 자라면서 예전 집이 너무 약하고 작아져서 화분 집으로 바꿔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탈피기일 수도 있고 해서 건들 수가 없었답니다. 할 수 없이 새집을 맞은편에 두고 카엥이가 알아서 이사오길 기다리기로 했어요.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 끝까지 오지 않았습니다.ㅋ) 


위 사진에서 오른쪽 위를 보면 흙이 없는데, 화분 집을 넣으면서 흙을 채워줬어요. 먹이를 놓아둘 용도로 만들어둔 공간인데 카엥이가 자기 은신처 앞에다 입구(하늘색 집 앞에 구멍 뽕 나 있는 거)를 만들어 두면서 빈 공간이 필요 없어졌거든요.

입구가 만들어진 뒤부터는 피딩이 수월해졌습니다.

일단 아래 사진처럼 입구에다 반 죽인 먹이를 놓고 가느다란 작대기로 살살 흔들어줘요. 그러면 카엥이가 거미줄에 진동을 느끼고 번개같이 손을 내밀어서 먹이를 가져갑니다. 너무너무 빠르고 과격해서 매번 간이 떨어집니다. 피딩할 때마다 오늘은 아무 소리도 안 내야지 하고 마음을 먹지만 매번 또는 으엌 또는 어우c 깜짝이야 하게 됩니다.


1-3분 정도 흔들어줘도 안 나온다면 저번에 먹은 밥 때문에 아직도 배가 많이 부르거나, 탈피기라서 거부하는 것이니 그때는 그냥 바로 음식을 치워주세요.

음식을 놓아두고 알아서 먹길 바란다면 가능하면 밤에 사육자 본인이 자기 직전에 그렇게 해주세요. 겁이 많은 애들은 밤에 불을 끄고 조용해져야만 나오기도 하니까요.

그랬을 경우엔 잊지 말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꼭 사육통을 확인하고, 음식이 그대로 있다면 바로 치워주세요. 겨울엔 이 방법도 괜찮았으나 여름엔 뭐든 워낙 금방 상하니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요. 


카엥이의 비싼 얼굴을 보는 건 집을 갈아줄 때나 가능한 것인데 다음 편에서는 예외의 경우를 보여드릴게요. 

킬로브라키스 카엥 크라찬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타란툴라의 첫날밤(?)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제가 저번에 소개해드린 Exotics Lair라는 유튜버의 영상입니다. 


이 유튜버는 엄청나게 많은 타란툴라를 키우고 있는데 그중 카엥 크라찬도 있어서 가끔 영상에 등장하는 걸 볼 수 있어요. 암컷인데 성질이 어마어마해서 이분 구독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녀석이에요.

이 영상에서는 그 문제의 녀석이 단독으로 등장하는데, 좋은 의도로 다가온 수컷을... 냠냠 해버립니다. 냠냠 장면은 못 찍었다고 하는데 대신 수컷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볼 수 있어요.

 


마무리 참고 1: 타란툴라는 마주보고 짝짓기를 합니다.

마무리 참고 2: 많이들 아시겠지만 거미는 곤충이 아니라 절지동물이에요.

오늘은 이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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