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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타란툴라

절지동물 사육 일기 20191117-29

by 라소리Rassori 2020.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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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사진 주의해 주세요! ^^


쥐미랑 귀뚜라미 얘기를 집중적으로 올리면서 저희 타란툴라들, 특히 리니와 렌지에 대한 얘기를 계속 못 올렸네요. 실제로 제 관심이 쥐미와 귀뚜라미들에게 쏠려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서 괜히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절지동물 사육자들 사이에서도 각자에게 맞는 절지동물이 있는데 그게 저는 사마귀인 것 같다고 최근 느끼고 있답니다. 손이 제일 안 가고 2주씩 훌쩍 여행을 떠나도 문제가 없는 생물은 타란툴라라서 타란툴라만 키우면 참 편할 텐데 관심이 사마귀 쪽으로 가네요. 아무래도 사마귀와는 왠지 모를 교감이 오가는 느낌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함께 놀 수도 있고 제 손 위에서 여유롭게 밥을 먹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타란툴라가 사마귀에 비해 인기는 훨씬 많습니다. 이유가 뭘지 생각해보면 단숨에 여러가지가 떠오릅니다. 마귀와 피부병부터 떠오르는 사마귀와는 달리 타란툴라는 일단 이름부터가 멋집니다. 그보다 더 멋진 건 딱 봐도 포스가 느껴지는 타란툴라의 생김새겠죠. 게다가 종이 다양하고, 손이 별로 안 가고, 수명도 깁니다.

사마귀는 (쥐미처럼 길들여진 사마귀가 아닌 야생 사마귀의 경우) 사람을 힘껏 공격해봤자 낫에 찍혀서 피 조금 나는 정도이고 독도 없는 반면, 타란툴라는 길고 날카로운 독니로 사람을 물기 때문에 그 공포감이나 압도감이 되레 매력으로 다가오는 부분도 있습니다. 속도도 차이가 크죠. 사마귀는 느릿느릿하고 걸음걸이가 어설픈데 타란툴라는 자기가 필요할 때면 빛의 속도로 움직입니다. 전 그 속도 때문에라도 사마귀를 더 좋아하지만요.

얘기를 하자면 끝이 없으니 이제 저희 타란툴라들 얘기할게요. 유체들이라 항상 숨어 있어서 거의 흙 사진밖에 없네요.


11월 17일

저희 렌지(우잠바라 또는 어셈바라 오렌지 바분)의 집의 뒷부분입니다. 깔끔하게 굴을 파둔 것이 보입니다. 빛이 닿는 순간 은신처로 휙 올라가기 때문에 여전히 이날도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이날은 사진을 찍기 위해 통을 돌렸지만 평소엔 건들지 않습니다. 
 


사육 케이스 정면입니다. 은신처 앞을 막아뒀는데, 저기에 먹이를 붙여두고 움직여주면 렌지가 안에서 잽싸게 먹이를 가져갑니다. 그 순간이 너무나 빨라서 그때도 렌지를 볼 수는 없습니다. 왠지 어둠의 자식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녀석입니다.


그래도 한두 달에 한 번씩 흙도 갈아주고 해야 하니 언젠가는 제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겠죠. 렌지의 모습을 블로그에 올릴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입양날에 보고 못 봤네요. (렌지 입양 날 포스팅 2019/12/05 - [절지동물] - 그린보틀블루와 오렌지 어셈 바분 타란툴라 Get!)


항상 밖에 나와 있던 리니(그린보틀블루)도 이때쯤부터 웬일인지 은신처 입구를 막고 숨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다른 애들과는 달리 얘는 아래 사진처럼 항상 저렇게 다리를 빼꼼 내밀고 있어요. 그나마 먹이를 먹이기 쉬운 녀석입니다. 귀뚜라미나 밀웜을 반 죽여서 주면 번개같이 물고 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좀 느긋하게 움직여도 될 텐데 타란툴라들은 움직임이 항상 뭔가 오버가 심합니다.


11월 19일

이날은 사육 케이스 뚜껑을 열어서 제대로 찍어보았습니다. 가만히 있어주는 게 너무 기특하네요. 이러다 잘못하면 사육장 밖으로 번개같이 뛰쳐나가는 녀석들도 있는데 리니는 한번도 그러지는 않더라구요. 같은 타란툴라라도 성격이나 습성이 다 다르답니다.


밥을 주니 안으로 쏙 갖고 들어갔습니다. 영상은 편집 후 제 유튜브에 올리도록 할게요.

리니 역시 은신처 뒤쪽에 출구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물컵 옆에도 굴이 하나 있네요. 가끔 먹이에게 위협을 느끼면 은신처 뒤쪽 출구로 도망을 나가더라구요. 반 죽어서 겨우 움직거리는 먹이에게 뭘 그렇게 큰 공포를 느끼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타란툴라 유체는 먹이에게 크게 겁을 먹으면 아주 오랜 기간 단식을 하기도 한다고 해서 조심스럽습니다.


11월 22일

저의 속을 가장 많이 썩이는 카엥이네 집입니다. 예전에 카엥이 탈피 포스팅을 올렸었는데 (2019/12/25 - [절지동물] - 절지동물 사육 일기 - 타란툴라 유체 카엥이 탈피!) 예상대로 그 이후 얼굴을 볼 수가 없네요. 숨는 걸로는 최고 전문가입니다.


반면 리니는 이날도 귀엽게 발을 밖으로 내밀고 있습니다. 그린보틀블루는 먹성이 좋은 종이라서 3일마다 피딩을 하는데 이날도 밥 먹이는 날이었네요. 물론 잘 먹어주었습니다.

 
11월 23일

(뜬금없는 지네 등장) 이날은 마하로나 오렌지 지네 유체인 실이가 밥을 먹는 날이었습니다. 실이의 경우 6일에 한 번 피딩이고, 은신처를 잠시 치워둔 뒤 흙이 없는 부분에서 밥을 먹입니다. 타리가 죽어서 실이라도 잘 컸으면 좋겠는데 지네 유체 사육에 대한 자신감이 지금은 하나도 없네요. 물휴지는 물컵 대신 둔 것입니다. 물휴지 자체가 관리가 힘들어서 지금은 그냥 흙이 없는 곳에 물방울을 만들어두고 있습니다. 아직 사냥을 못해서 밀웜을 잘라서 주고 있구요.


카엥이는 밥 주는 게 워낙 힘들어서 흙 없는 곳을 만들어두고, 3일에 한 번씩 밤에 밀웜을 잘라두었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내려와서 먹는 일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이날 그냥 빈자리에 흙을 채워버리고 더 크고 튼튼한 은신처를 넣어주었습니다. 아래의 플라스틱 화분은 인두기로 1/3 정도 세로로 자른 거라 밑이 뚫려 있습니다. 카엥이는 밑으로 굴을 파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은신처 밑이 뚫려 있어야 하거든요. 예전 은신처는 이때의 카엥이에게는 작아서 더 큰 곳으로 옮겨와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넣어뒀습니다. 


11월 26일

은신처 오른쪽에 구멍이 뽕 뚫려 있습니다. 물 마시는 걸 유난히 좋아하는 녀석이어서 물컵에 가기 위한 출구인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원하는 대로 새 은신처로 스스로 옮기는 일은 끝까지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저 구멍이 생긴 뒤로 카엥이에게 밥을 주기가 조금 쉬워졌습니다. 저 굴 입구에 대고 먹이를 한참 동안 흔드니까 잽싸게 가져가더라구요. 탈피한지 얼마 안 되어서 탈피기가 아니라는 것을 제가 알기 때문에 먹이를 한참동안 흔들어볼 수 있는 것입니다. 탈피기일 가능성이 있을 때 먹이로 땅에 진동을 준다면 끝까지 먹지도 않을뿐더러 엄청난 스트레스만 되겠죠.

참고로 카엥이는 마지막으로 먹이를 먹은 10월 29일 이후 딱 한 달 만에 밥을 먹었답니다. 10월 29일에 밥을 먹고 바로 탈피기에 들어갔거든요. 그 이후 꼭꼭 숨은 상태에서 탈피했기 때문에 정확한 탈피 날짜는 모르지만, 탈피하고 나서도 한참을 밥을 먹지 않으니 타란툴라는 굶는 날이 꽤 많습니다.

그 기간만 아니라면 보통 화끈한 먹성을 보입니다. 유체는 3-4일에 한 번 정도 피딩하면 되는데, 좀 큰 걸 먹였다면 일주일 정도 기다렸다가 먹이는 게 좋습니다. 타란툴라 성체의 경우엔 한 번에 왕창 먹이는 식으로 해서 한 달에 한 번 피딩하는 일도 흔하더군요. 물만 있다면 끄떡없습니다. 온도와 습도가 적당하다는 전제하에서 말이에요.


11월 28일

이날은 또 리니가 밥을 먹는 날이었습니다. 귀뚜라미 뒷다리 위에 리니의 발 한쪽이 살포시 얹힌 것이 보이시나요? 저 상태에서 귀뚜라미가 작게라도 꿈틀거리면 리니가 자극을 받아서 더 세게 먹이를 물게 됩니다.


귀뚜라미가 꿈틀거리고, 리니는 귀뚜라미를 더 콱콱 물면서 은신처 안으로 쑥 들어가 버렸습니다. 유튜브에 올린 적이 있는데, 한 번 무는 게 아니라 독니를 뽑았다가 다시 콱 무는 식으로 여러 번 물더라구요.
 


그런데 이날따라 리니의 먹이 반응이 평소와 좀 달랐습니다. 평소엔 득달같이 달려드는데 이날은 좀 시큰둥했달까요. 이럴 땐 자동으로 떠오르는 반갑지 않은 단어가 하나 있죠. "탈피" 라는.

타란툴라 유체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탈피를 하는데 이것도 개체마다 꽤 차이가 있습니다. 텀이 좀 더 짧기도 하고, 훨씬 길기도 해요. 어쨌든 리니는 11월 5일에 저에게 처음 온 뒤로 한 번도 탈피를 하지 않았으니 탈피기가 왔다고 봐도 될 것 같았습니다. 리니는 과연 어떻게 탈피를 할 것인가... 타란툴라도 탈피하다가 죽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해서 긴장이 되었습니다.

리니가 계속해서 무사히 잘 크길 빌며, 일단 오늘은 요기까지 할게요. 이제 쥐미 외에 다른 애들도 12월 얘기로 넘어가게 되었네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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