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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타란툴라

타란툴라 킬로브라키스 카엥 크라찬 유체 "카엥이" 사육일기 - 탈피!

by 라소리Rassori 2020.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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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타란툴라 사육자와 애호가들을 위한 것입니다. 거미가 많이 나오니 거미를 못 보시는 분들은 패스해주세요.

지난번 카엥이 포스팅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카엥이 얼굴은 다음 편에서 보여드린다고 해놓고 렌지 얘기를 올리느라 이제야 올리네요.

제 타란툴라 유체 셋을 잠시 정리해드리자면,

카엥이 - 사납고 시커먼 애 (카엥 크라찬)
렌지 - 황토색 겁 많은 애 (오렌지 바분)
리니 - 예쁜 무늬 있는 착한 애 (그린보틀블루)
...입니다.


2019년 12월 7일 

밀웜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카엥이의 집 구멍 앞에 놓아주었습니다.

다른 둘도 그렇지만 카엥이도 먹성이 꽤 좋아서 저렇게 놓고 꼬챙이로 살짝 흔들어주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갈등하다가 가져갑니다. 카엥이가 움직이는 건 땅이 움직이는 걸 보고 알 수 있어요.

 

12월 15일

카엥이는 건축에 상당한 소질이 있어요. 구멍도 꼭 필요한 곳에 잘 뚫고 벽도 잘 이용한답니다. 이때도 벽을 이용해서 집 오른쪽에 뭔가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12월 20일


카엥이가 화분 은신처를 발견했는지 그것을 이용한 뭔가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늘색 헌집은 옆으로 무너지고 있네요. 흙 파는 걸 좋아하고 움직임이 과격한데 이젠 덩치까지 커져서 집이 버티질 못합니다.


집이 기울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계속 사육통을 갈아줄 타이밍을 노렸습니다. 탈피가 포착되면 탈피하고 나서 한 1주일 후쯤 갈아줄 생각이었어요.


어느새 터널이 만들어졌습니다. 코너까지 멋지게 잘 만든 것을 보고 절로 감탄했습니다.

 

내 거미지만 정말 대단해! 🤭


흙에 실 같은 게 많이 보이는 건 코코피트라는 바닥재를 쓰기 때문이에요. 코코피트는 코코넛 껍질을 가공해서 만든 것이라 코코넛에 있는 실이 섞여 있어요.

사육통을 다른 각도에서 찍어보았습니다. 원래는 벽으로 어둡게 가려주는 쪽인데 촬영을 위해 잠시 돌렸어요. 이렇게 보니 은신처 아래에서 나와서 화분 위쪽으로 가는 터널이네요.


카엥이는 이렇게 벽이나 종이에 항상 어둡게 가려져 있는 쪽에서 안심하고 건축을 합니다. 유체는 스트레스 받지 않게 평소에 주위를 어둡게 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것도 타란툴라의 종마다 나이마다 다른 건지 리니는 이제 사육통 위쪽만 가려주면 상관 안 하더군요. 


2020년 1월 6일

항상 필사적으로 숨어 있는 카엥이가 밖에 나와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한참 동안 밥을 안 먹어서 또 탈피기인가 했는데 배가 빵빵한 것을 보는 순간 역시 탈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이날 아침엔 그냥 평소에 하던 대로 사육통 안에 물을 뿌려주려고 했어요. 카엥이가 나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사육통 위에 덮어두었던 티슈를 치우고 사육통을 열었는데, 그제야 카엥이가 있는 것을 눈치챘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카엥이도 놀랐는지 그대로 얼어붙어 있더군요. 덕분에 뚜껑 없이 깨끗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셋 중에서 물을 가장 즐겨마시는 녀석답게 물그릇 바로 옆에도 어느새 구멍을 뚫어놨네요.

카엥이의 엉덩이 쪽에 있는 두 개의 더듬이 같은 건 "방적돌기"예요. 저걸 오물오물 움직여서 거미줄을 뽑아내고 예쁜 거미집을 만든답니다. 


이때 카엥이가 꼼짝 안 한 건 아무래도 도망갈 타이밍을 놓쳐서인 듯해요. 어디서 보니 타란툴라들은 대부분 공격하기보다는 도망가거나 죽은 척을 한다더군요. 이건 죽은 척에 가까웠던 것 같네요.

그래도 혹시 밖으로 튀어나올까봐 오래 보진 못 하고 그냥 하던 거 하라고 조용히 뚜껑을 닫아주었어요. 뚜껑이 작게 탁 소리를 내는 순간 카엥이는 번개같이 구멍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날 밤에 또 카엥이를 발견했어요. 


원래 빛이 조금이라도 닿는 곳에는 안 나타나는데 탈피기라 힘들어서인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네요.

1월 8일

이틀 후, 그 자리에서 탈피 껍질이 발견되었습니다.


리니나 렌지도 탈피 전에 탈피할 장소를 열심히 만들던데 카엥이도 탈피를 위해 이 터널을 만든 거였나봐요. 거미줄 때문에 마치 안개 속에 있는 영물 같네요.


1월 12일

탈피기나 탈피 중에도 그렇지만 탈피 후 몸이 말랑할 때도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해요. 그래서 4일간 가만히 두고 기다렸다가 핀셋으로 탈피 껍질을 꺼냈습니다.


거미줄과 독니가 보입니다.


지난번 탈피 때 보관해 두었던 탈피 껍질을 꺼내서 이번 것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뻥튀기 수준으로 컸네요. 영어 공부를 겸하자면 이런 애들을 보고 growing like a weed 라고 표현합니다. 잡초처럼 쑥쑥 자란다는 뜻에서요. 


다음 카엥이 얘기에서는 카엥이의 집을 갈아주는 것과 탈피한 카엥이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워낙 심하게 날뛰어서 셋 중 가장 집을 갈아주기가 힘들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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