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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쥐미 사육 일기 20200401-16 노충의 고충

by 라소리Rassori 2020.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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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크고 자세한 사진들이 많으니 곤충을 싫어하는 분들은 살포시 패스해 주세요.


오늘은 좀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게 되었어요.


우선 쥐미 충생의 주요 사건들 나열해 볼게요. 지금까지 이 블로그에 나왔던 얘기들이에요. 마지막 건 지금 올립니다.

2019년 11월 5일 입양 (2019년 10월에 태어난 듯)
2019년 11월 16일 탈피
2019년 11월 25일 탈피
2019년 12월 6일 탈피
2019년 12월 19일 탈피
2020년 1월 7일 우화 (최종 탈피로 성충이 됨)
2020년 3월 12일 무정란 산란
2020년 4월 15일..... 오른발 분실(?!) 

말 그대로 오른발 분실이에요. 무슨 일인지 쭉 한번 적어 볼게요.


2020년 4월 1일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는 쥐미의 모습입니다. 암컷 사마귀 성충은 보통 1-3번의 산란 후 2주 정도 지나면 죽는다고 하는데 아직 마지막 산란을 한 게 아닌지 잘 살아있어요. 


발 그루밍도 변함없이 합니다. 제 손에 자리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대충 다리를 걸쳐놓고, 배도 편하게 얹어놓고, 태평스럽게 몸단장을 합니다.


지금은 사라진 문제의 오른발은 이때만 해도 멀쩡히 붙어 있었습니다.


곤충이 겁도 없이 사람의 손에 배를 얹고 쉬고 있는 게 새삼 웃겨서 배를 한번 찍어보았습니다.

무정란을 낳은지 20일 정도가 지난 시점이라 벌써 또 배가 많이 불러있어요. 한 번 크게 부풀어 올랐던 피부이다 보니 늘어진 것이 보입니다. 배에 힘을 줬다 뺐다 하면서 뽕뽕 뚫린 숨구멍으로 열심히 공기를 빨아들여 호흡을 합니다.


4월 2일

UVB 램프로 일광욕 중입니다. 


뭔가 고독한 매력이 있는 쥐미.
날개가 마치 귀족의 망토 같아요.



사마귀도 고양이처럼 수면 시간이 긴지 가만히 자고 있을 때가 많아요.


4월 4일

이번엔 램프가 아닌 진짜 햇빛 일광욕입니다.

창문을 활짝 열고 시켜주면 더 좋겠지만 그러다 탈출하거나 지나가던 새가 쪼아 먹으면 큰일이니 어쩔 수 없이 창문을 닫아둡니다. 


4월 8일

이날도 열심히 일광욕~

쥐미가 사진에서는 커 보여도 날개를 빼고 재면 몸길이 7cm 남짓한 작은 녀석이랍니다.


4월 9일

놀아준 뒤 망으로 옮겨주려는데 계속 저한테 붙어있길 원해서 그대로 뒀어요.

보통은 망으로 순순히 이동하는데 어떨 땐 제 손을 꽉 잡고 놓질 않습니다. 그럴 땐 이렇게 왼팔에 붙여놓고 있어요. 워드 치느라 팔이 흔들리고 시끄럽기도 할 텐데도 여유롭게 그루밍하고 잠도 자고 할 거 다 한답니다. 


그런데 왠지 좀 지나치게 하는 듯한 오른발 그루밍...

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요.


다른 발도 모두 꼼꼼히 그루밍. 오른 뒷발에 좀 많이 신경을 쓰는 듯했으나 그것 외에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다 한 뒤엔 동글동글한 뒤통수를 보이며 휴식합니다.


4월 10일

중간 오른쪽 다리 그루밍을 다 한 뒤 저를 슬쩍 한 번 보네요.


4월 11일

밤에도 대부분의 시간은 그냥 이렇게 쉬어요. 배가 좀 더 불러오면서 또 꼬리 끝을 벽 쪽으로 자꾸 뾰족하게 세웁니다. 그래도 식사량을 조절한 덕분인지 첫 산란 뒤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산란을 안 하고 있어요. 


4월 12일

피딩하기 전엔 항상 쥐미의 배 옆에다 먹이를 대 보고 크기를 고민해 본 뒤 줍니다. 배고파서 난리나지 않을 정도로만 매일 한 번씩 주고 있어요.

가끔 머리 쪽에 경련을 잠깐씩 일으키던데 너무 배고파서 그런 게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사마귀는 놀랐을 때도 몸을 부르르 떠는데 그것과는 다른 경련이었어요. 너무 늙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좀 힘이 없어 보이거나 경련이 눈에 띈 날은 밥을 조금 더 먹입니다. 딱 적당한 양을 찾기가 쉽지 않네요. 



밥을 다 먹은 뒤 쉬고 있어요. 계속 돌아보길래 찍어봤습니다. ^^


4월 15일

드디어 바로 그 문제의 날입니다.

쥐미를 손에 얹고 놀아주고 있는데 띠용... 오른발 일부가 없어졌네요??


쥐미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원래는 왼발처럼 이렇게 생긴 발이었잖아!


중간 왼발처럼 이렇게 비즈 엮어놓은 것 같았잖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멘붕이 거친 파도처럼 일면서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발이 없어졌다. 일단 없어졌으니 다시 원상태로 돌아올 일은 절대로 없다. 패닉하거나 걱정하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단 소리다. 그렇다면 그냥 재밌는 영화나 보자!


4월 16일

발이 조금 더 없어졌습니다. 저는 혹시 망에 걸려서 떨어진 건가 했는데 확실히 쥐미가 먹고 있는 거였어요.


사마귀는 종종 다리의 일부가 없어질 때가 있어요. 원래 곤충의 다리는 쉽게 다치고 잘 떨어져요. 다리뿐 아니라 더듬이나 입 주위에 있는 작은 촉수도 잘 잘린답니다.

사마귀가 발을 잃는 이유 중 떠오르는 거 몇 가지 적어볼게요.

1. 사마귀의 발은 망에 잘못 걸리면 끊어질 수 있어요. 발만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더 위쪽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쥐미의 경우는 그게 아니에요. 먹는 걸 제가 확인했으니까요.

2. 나이가 너무 많아서 발끝 감각이 사라졌는데, 그루밍하다가 감각 없는 부분을 모르고 먹어버릴 수 있어요. 

가능성이 완전히 없진 않은 것 같아요.

3. 절지동물은 다쳐서 사용하지 못하게 된 부분을 스스로 처리할 때가 있습니다. 먹어버리기도 하고, 타란툴라의 경우 못 쓰게 된 다리를 뚝 떼어내기도 합니다. 

저는 쥐미의 경우가 3번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제 탓인 게 되어서 한숨이 나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3번이 맞는 것 같네요.

사실 제가 얼마 전 테이블 위에 있는 쥐미를 옮기려다 실수로 손톱으로 쥐미의 발을 한번 톡 친 적이 있어요. 테이블 위에 머리카락을 두고 손톱으로 살짝 톡 치는 걸 상상하면 비슷할 거예요.

비록 살짝이었지만 딱딱한 것 두 개(테이블과 손톱)가 부딪혔는데 그 사이에 쥐미의 발이 있었으니 발이 눌렸을 가능성이 있어요. 쥐미의 발이 아닌 그 옆을 쳤을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지만 일단은 쳤다고 봐야겠네요. 

그때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건 쥐미가 무반응이었기 때문이에요. 평소에 발을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발을 탈탈 털거나 저를 공격하거나 하는데 완전히 무반응이었거든요. 그래서 발을 그리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았어요. 워낙 작은 일이었기에 어느쪽 발을 쳤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만약 쥐미가 앞으로 다른 발도 먹기 시작한다면... 3번은 아닌 게 되고, 2번이 답이 되겠네요.


배가 고파서는 아니에요. 발이 없어지기 며칠 전부터 계속 쥐미가 오른발에 집착을 했고, 발을 먹은 것도 밥을 먹은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니까요. 것보다 배가 좀 고프다고 해서 자기 신체를 먹지는 않는답니다.



평소에 쥐미를 정말 조심히 다루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네요. 어쨌든 중죄인이 된 마음으로 반성하면서 더욱 조심하고 있습니다.

감염이 일어나서 무릎 아래까지 다 먹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그것도 각오하고 있어요. 

제가 키우는 귀뚜라미들 중 수컷들은 서로 뜯고 싸워서 더듬이도 날아가고 손도 날아가고 난리인데 이제 쥐미도 살짝 그런 모습이 되었네요. 그래도 여전히 잘 먹고 잘 놀고 일광욕도 잘하고 있어요. 발이 하나 없어져서 망에 매달릴 때 조금 불편해졌지만 뭐... 쥐미처럼 나이가 많은데다 산란까지 한 사마귀가 이 정도 상태면 양호한 것 같아요.

이번 일 때문에 발 먹는 사마귀에 대해 열심히 검색해봤는데 어떤 해외 사육자네 사마귀는 낫을 하나 먹어버렸다고 하네요. 그 낫이 제 기능을 못했나 보더군요. 기능을 못하는 부위라고 해서 다 먹는 건 아니고, 그러는 사마귀도 있다는 얘기예요.


짧은 충생 동안 참 별의별 일을 다 겪는 쥐미입니다. 

여담으로 얼마 전 춘갈농장에 왕사마귀 약충이 나와서 들일지 말지 한 일주일 정도 엄청 고민한 일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고민하는 중에 다 팔려버렸어요. ㅠ

사실 사마귀가 손이 많이 가는 생물이라 또 나온다 해도 또 갈등을 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다 팔려버리다니 참 아쉬웠어요.

다시 나올 때까지 더 키울지 말지 마음이나 정하고 있어야겠네요. 쥐미를 키우면서 왕사마귀의 매력에 푹 빠져서 헤어나오기가 힘듭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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